
[오경희 기자]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이다."
헌법 제1조의 내용이다. 돈도 없고, 가방끈도 짧은 송우석(송강호) 변호사는 법정에서 이를 목놓아 외친다. 1980년대 초 부산, 세무 변호사 송우석은 남들이 뭐라하든 탁월한 사업수완으로 부산에서 이름을 날린다. 하지만 우연히 7년 전 밥값 신세를 지며 정을 쌓은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가 '부동련 사건(실제 부림사건. 1981년 전두환 정권 때 터진 용공조작 사건)'에 휘말려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진우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권력과 맞선다. 법정에서 그의 외침은 '속물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바뀌는 순간의 외마디 절규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를 담은 영화 '변호인'의 줄거리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많은 사람들은 송우석의 절규에 공감하고 있다. 관객수는 벌써 26일로 300만을 넘어섰다. '낡은 시대'의 이야기가 관객을 끌어들이는 건 그만큼 여전히 상식과 원칙이 통(通)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많은 국민들은 영화를 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 지금의 '현실'을 떠올렸을지 모른다. 민주노총에 첫 공권력 투입이라는 사태를 낳은 철도노조 파업을,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등 갑갑한 '2013년'을 말이다.
이를 반성하듯 정치권내에서도 영화 '변호인' 흥행을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약속살리기 연석회의서 영화 '변호인'을 거론하며 "80년대 사건을 다룬 이 영화가 올해에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이유는 시대상황이 별로 다르지 않아 국민이 공감하기 때문”이라며 "(정권이) 공권력을 사유화해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가로막는 시대가 '현재 진행형'이라고 국민이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희룡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영화 관람 후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가가 국민에게 부당한 폭력으로 군림할 때 변호인같은 사람들의 용기와 희생으로 민주화 시대로 넘어설 수 있었다"며 "국민의 압도적 동의로 건너온 민주화의 강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2013년, 박근혜정부 임기 첫해가 저물어간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국민 대통합'을 내걸고, 국민과의 '소통'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 "이라믄 안 되는 거잖아요, 이런 게 어딨어요"라는 짙은 부산 사투리로 판사에 따져묻는 송우석의 질문에 우리들은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헌법 제1조, '국가는 국민이다'라는 문구가 더 이상 법조문에 머물지 않고, 국민들의 삶에 녹아나길 기대해본다.
정치팀 ptoda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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