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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프리즘] '1년 만의 감독 교체' 두산, '프런트 개입?→머니볼 프런트!'

두산 베어스가 21일 제10대 사령탑으로 김태형 감독을 선임했다. 4년간 5명의 감독 교체에 '프런트 개입'의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머니볼 프런트' 야구가 관심을 받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베어스가 21일 제10대 사령탑으로 김태형 감독을 선임했다. 4년간 5명의 감독 교체에 '프런트 개입'의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머니볼 프런트' 야구가 관심을 받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제공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두산 베어스가 1년 만에 '감독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프런트 개입에 대해 따가운 시선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 속을 면밀히 내려다보면 '프런트 야구'가 아닌 '머니볼 프런트'가 보인다. 거액의 '스타 감독'은 물론 '거물급' 프리에이전트(FA) 영입 없이 '저비용-고효율' 야구로 두산만큼 성적을 내는 구단도 드물다.

두산은 21일 '제10대 사령탑으로 김태형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태형 신임 감독이 오랫동안 두산에서 활동하면서 팀 분위기를 잘 알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하는 지도자로 최근 퇴색된 팀 색깔을 복원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김 감독 역시 "우선 선수들의 자신감 회복과 프로 선수로서의 책임감을 부여하는 일에 중점을 두겠다.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끈질기고 응집력 있는 두산 본래의 색깔을 되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갑작스러운 감독 교체를 두고 여론은 '프런트 야구'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이고 있다. 구단주를 비롯해 사장, 단장 등 고위층 인사들이 야구단 운영에 개입·간섭한다는 이야기다. 발단은 이렇다. 지난 2011년 새롭게 취임한 김승영 사장과 김태룡 단장은 '현장 중심의 야구'를 외쳤다. "간섭하는 것은 아니다. 강한 프런트가 있어야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이 화근이었다.

말은 곧 현실로 다가왔다. 최근 4년 동안 5명이 두산 감독직을 오갔다. 지난해엔 두산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끌며 '기적의 드라마'를 써내려간 김진욱 감독을 경질한 것이다. 승부사 기질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두산은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에서 4차전까지 3승 1패로 우위를 보였지만, 내리 세 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아쉽게 고개를 떨궜다.


두산은 끝없는 유망주 발굴로 '화수분 야구'를 보이며 매년 우승후보로 지목받았다. 지난 4월 10일 SK 와이번스를 꺾고 기뻐하고 있는 두산 선수단. / 최진석 기자
두산은 끝없는 유망주 발굴로 '화수분 야구'를 보이며 매년 우승후보로 지목받았다. 지난 4월 10일 SK 와이번스를 꺾고 기뻐하고 있는 두산 선수단. / 최진석 기자

두산이 내민 회심의 카드는 당시 2군 감독을 맡고 있던 송일수였다. 구단에 합류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그것도 한국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감독이었다. 이를 두고 두산 팬들을 비롯해 여론은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두산 관계자는 "송 감독은 경기 상황 대처능력이 뛰어나고 창의적이며 공격적인 야구를 구사한다. 선수들과 많은 나이 차이에도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 신임이 두텁다"고 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소통 부재'라는 이유로 송 감독을 내쳤다. 김 사장은 "송 감독이 팀을 위해 노력했지만, 소통에서 다소 문제가 있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실패'를 빠르게 인정하고 사후대처에 나섰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는 법이다. 아무리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해도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냉정한 팬심은 언제 돌아설지 모르는 일이다. 더불어 모기업의 지원 아래 팀이 있는 이상, 마냥 팬들을 위한 야구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두산은 실패 원인을 감추기보다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또 다른 시각으로 두산을 바라보면 '머니볼 프런트'가 보인다. 이른바 '머니볼'은 지난 1998년 미국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으로 부임한 빌리 빈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룬 것으로 2003년 책으로 발간됐고, 2011년엔 영화로 개봉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 오클랜드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가난한 구단으로 유명했지만, 빌리 빈 단장은 '세이버메트리션(야구를 통계학-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기반으로 저비용-고효율 선수를 영입하며 선수단 개편에 나섰다. 처음엔 의심의 눈초리로 가득했지만, 2000년부터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만 6번 차지하며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했다.

두산은 오클랜드와 같이 '세이버메트리션'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영입하진 않았지만, '저비용-고효율' 정책으로 팀을 운영하며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일명 '화수분 야구'로 큰 투자 없이 유망주 육성으로 팀을 구성했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등한시한다는 말도 많았지만, 덕분에 신고선수 출신 이종욱, 김현수를 비롯해 최주환, 최재훈, 변진수, 허경민, 양의지 등 신예 선수들을 발굴하며 '화수분 야구'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 더불어 지난 2009년 롯데 자이언츠로 떠나보냈던 '프랜차이즈 스타' 홍성흔을 2013년 재영입해 팬들의 입맛을 충족했다.

최근 4년 사이에 5번째 감독을 선임했다. 혹자들은 두산 감독직을 '독이 든 성배'라고 한다. 2001년 우승 이후 13년째 무관에 그치고 있는 만큼 주위의 기대와 관심은 상상 그 이상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는 자리다. 큼지막한 영입은 없지만, 매년 전문가들로부터 '우승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두산의 '뚝심 야구'가 기대되는 2015년이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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