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원엽 기자] 2012년 런던 올림픽이 어느덧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올림픽은 인기스포츠 야구가 정식종목에서 제외되면서 축구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더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림픽 현장을 생동감 있게 전하는 지상파 3사(KBS·MBC·SBS) 축구 중계진들은 저마다의 전략과 전술을 짜며 '시청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에 이미 돌입한 상태다.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남자 축구가 특히 그 경쟁이 뜨거운데, SBS는 차범근-배성재로 이뤄진 '막강 콤비'를 내세웠으며 MBC는 이에 맞서기 위해 허정무-김성주 카드를 꺼내 들었다. KBS는 '전통의 강호' 이용수-서기철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더팩트>은 지난 11일과 13일, 17일 3일에 걸쳐 각 방송사의 축구 중계 캐스터 배성재(34·SBS) 서기철(50·KBS) 김성주(40·MBC) 아나운서를 차례로 만났다. 해설자들과 함께 시청자들의 이목이 가장 집중되는 이들은 그야말로 3인 3색이다. 26일 조별리그 첫 경기 멕시코전을 중계하는 KBS의 서 아나운서는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관록과 여유로움이 돋보였고, 30일 스위스와 2차전을 담당한 SBS의 배 아나운서는 젊은 시청자들과 호흡하려는 자세와 숨길 수 없는 재치가 빛났다. 다음 달 2일 가봉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맡게 된 MBC의 김 아나운서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6년 만에 축구 중계 마이크를 잡게 됐지만, 스포츠를 향한 열정과 자부심은 여전히 대단했다.

◆'관록의' KBS "새삼스럽게 준비할 게 있나, 15년 세월…"
-런던 올림픽 준비, 어떻게 하고 있나
KBS 서기철: 기본적으로 지금껏 준비 해왔던 내용이다. 올림픽팀의 예선 경기도 줄곧 봤기 때문에 지금 특별한 것을 준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건 대표팀과 같이 호흡하는 거다.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대표팀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도 하고 훈련 과정을 보며 선수들의 몸 상태와 컨디션, 변화되고 있는 기량 등을 확인한다. 상대 선수들의 경기력을 분석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며, 런던에서는 가능하면 선수들과 식사를 하며 분위기를 파악하려고 한다.
MBC 김성주: 갑작스럽게 중계 제의를 받고 6월부터 준비했다. 실전 감각을 빨리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경기 방송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보고, 요즘 중계 트렌드를 익히는 중이다. 허정무 감독님의 스타일을 빨리 간파하는 것도 중요한 일인데,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허 감독님이 해설을 어떻게 하셨는지 확인했다. 한 번 이라도 중계를 직접 해보는 게 그냥 영상을 보는 것 보다 100배 좋은 방법이기에 조별리그 상대팀 올림픽 예선 경기를 허 감독님과 보면서 실전 방송을 3번 정도 녹화해 봤다.
SBS 배성재: 운이 좋게도 국제 대회 트리플 크라운(하계·동계 올림픽, 월드컵)을 상대적으로 일찍 경험해 봐서 그런지 예전 보다는 긴장을 덜 하고 있다. 준비를 엄청나게 많이 해야 마음이 놓이는 성격이지만, 축구는 그동안 경험과 지식을 어느 정도 쌓아 왔기 때문에 크게 공부 할 건 없을 것 같다. 새로 나오는 데이터를 챙기고 있으며, 18일 뉴질랜드와 평가전에서 차범근 위원님과 가서 경기를 지켜 볼 예정이다.(웃음)
- 캐스터와 해설자의 호흡은 정말 중요하다.
서기철: 한 15년 정도 이용수 해설위원과 호흡을 맞췄다. 새삼스럽게 맞출 게 뭐가 있나.(웃음) 만나면 거의 축구에 과한 이야기만 한다. 자연스럽게 정보를 공유하고 의문점을 확인해 나간다. 이 위원은 한 경기가 아닌 대회 전체를 보려고 하는 분인데, 한 경기의 내용과 결과가 대회에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이 어떤 지에 대해 고민하곤 한다. 기술 위원장을 맡은 경험도 있고, 우리 대표팀이 앞으로 잘 되기 위한 방향을 따끔하게 잘 제시한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나쁘다고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고쳐야 된다고 조언하는 것이다.
김성주: 캐스터의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가 해설자가 알고 있는 지식들을 중계 때 모두 펼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만나는 허 감독님과 '어떻게 하면 친해질까'라는 고민을 참 많이 했는데, 오히려 '김 스타, 영광이야~' 이러시면서 먼저 분위기를 풀어주시더라. 나중에는 어색한 기운이 여전히 감돌자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해야겠다'고도 하셨는데, 그렇게 술자리를 가진 뒤로 무척 가까워졌다. 경기를 파악하는 능력과 정보력이 대단히 뛰어나신 허 감독님께 많이 배우고 있고, 반대로 중계는 제가 무례할 정도로 혹독하게 가르쳐 드리고 있다. 가끔은 감독님께 감히 화도 낸다.(웃음)
배성재:차 위원님은 보는 눈이 남다르시다. 다른 해설자분들도 뛰어나시지만 차 위원님의 말에는 뭔가 아우라가 있는 것 같다. 그 분만의 탁월한 시각이 있으며 경기 볼 때 시시각각 변하는 선수들의 간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잘 파악하신다. 밤새 노트북으로 해외 축구 경기도 보시는 차 위원님과 젊은 시청자들이 호흡을 잘 할 수 있게 항상 노력하고 있는데, 과거 PC 통신 시절 축구 동호회 사람들과 호흡을 했던 경험을 살려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반응 등을 설명해 드리면 무척 흥미로워하신다. 평소에는 제 생각을 위원님에게 넌지시 물어 본 뒤 그 반응을 체크해 중계 때 실제로 사용하면 효과 만점이다.

◆'패기의' SBS "계급장 다 떼고 제대로 붙어 보고 싶다"
- 경기를 중계 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게 뭔가.
배성재: 축구뿐만 아니라 스포츠 자체를 어렸을 때부터 워낙 좋아해 스포츠 캐스터 해설자들을 굉장히 싫어했다. 그냥 화면만 보면서 경기에 더욱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듣기 싫은 중계를 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무리수를 던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아끼면 중계가 심심해 질 수 있기 때문에 균형을 적절히 맞추며 시청자와 호흡하려고 노력한다.
서기철: 스포츠 중계는 보도와 오락이 더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내용이 틀리면 아무 소용이 없고, 재미가 없으면 지루할 수 있다. 그런데 재미라는 것은 시청자들을 웃게 하는 정말 오락적인 측면도 있지만 시청자들이 경기 그대로를 재밌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재미에 더욱 가깝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설명해서 시청자들이 경기를 더 잘 이해하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김성주: 누워서 경기를 보던 시청자를 앉은 자세로 일으켜 세우고, 앉아서 보던 사람을 TV 앞으로 다가오게 하는 중계를 하고자 한다. 경기 현상만 따라 가서 결과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테마를 잡고 스토리를 만들어야 시청자들이 중계에 빠져들 수 있다. 경기의 초점을 잡아주고 징크스 등 배경 지식을 설명한 뒤 경기 내내 관전 포인트를 계속 짚어줘야 한다. 그리고 스포츠 중계는 시청자들이 즐기고 박수치면서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메달을 꼭 따야한다는 식의 생각으로 괜히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볼 필요가 전혀 없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과 한국 축구의 미래, 팬들의 즐거움을 항상 생각한다.
- 시청률을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배성재: 저희는 축구 중계에 오랫동안 투자를 많이 해서 그런지 자신감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중계하는 당사자인 저희는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웃음) 방송 3사가 붙으면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 그러나 한편으로는 옛날처럼 계급장 떼고 붙길 원하는 것도 축구 담당자들의 생각이다. 조별리그는 방송 3사가 나눠서 중계하니 경쟁 없어져 아쉽게 됐지만 8강은 저희와 MBC, 4강은 KBS와 MBC-SBS 중 추첨으로 경기를 중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같은 시간대에 타 방송사와 경쟁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웃음)
서기철: 예전에 시청률 약 60%까지 기록해 본 적이 있었다. 케이블 채널도 없고 공중파 3사만 있던 시절인데 한일전 같은 따끈따끈한 경기는 시청률이 상당했다. 거리에 차가 안 다녔을 정도였으니…. 10년 전만 해도 약 30~40% 나왔던 것 같은데 요즘은 자동차와 휴대 전화에 있는 DMB를 시청하는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이 있어서 전체 시청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있긴 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방송을 평가하는) 잣대가 시청률 밖에 없으니깐 우리 역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김성주: 차범근 감독님이 현재 해설가 가운데 '톱'이라는 사실은 솔직히 인정한다. 그러나 축구 중계방송은 개인 능력만으로 빛나는 건 아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차 감독님을 시청자들이 많이 사랑해주신 것에는 제가 조연 역할을 잘한 부분도 조금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새로운 주연 허정무 감독님 옆에서 정말 괜찮은 '명품 조연'으로 거듭나고 싶다. 최선을 다해 허 감독님을 도울 생각이다. MBC만의 색깔 있는 중계로 '디팬딩 챔피언' SBS와 KBS에 대항하겠다.(웃음)

◆''배수진' MBC "상황이 어려워도 승부에는 변명이 없는 것"
- 개별 질문
김성주: (노조 파업 여파로 중계 질을 걱정하는 팬들이 있다.) 제가 외부 사람이라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일단은 인력이 부족해 올림픽을 준비하는 거 자체가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옆에서 지켜 본 바로는 그동안 월드컵과 올림픽 등 메이저 대회에서 시청률 1등을 자랑한 MBC 스포츠 중계 팀이 여전히 대단한 노하우와 저력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놀라울 만큼 자신감을 갖고 도전적으로 방송을 준비하는 자세가 참 인상적이었다.
배성재: (스포츠 중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억울한 일이 있었다. 그리스전 중계를 마친 뒤 '제가 뭐 말을 잘 못했어요?'라고 말 한 게 그대로 전파를 탔다. 오디오 맨이 마이크를 끄지 않고 그대로 켜둬 발생한 사고였다. 그런데 당시 많은 사람들은 제가 차범근 위원님에게 말을 잘못해서 사과하는 것으로 오해했는데, 사실은 서울에서 '아니야, 안 돼!'라고 날라 온 PD콜을 제게 말하는 것인 줄로 착각해 차 위원님 옆에 있던 PD에게 물어 볼 때 한 말이었다. 당시 무척 속상했고, 이제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떠오르니 웃긴다.(웃음)
서기철: (런던 현장 취재, 무척 힘들 것 같다.) 이렇게 큰 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면 정말 진이 빠진다. 18일 출국해서 8월 15일에 들어오는 일정이고 이번 올림픽은 미디어 빌리지가 따로 만들어지지 않아, 대학교 기숙사 같은 곳에서 생활하면서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현장을 오갈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은 종합 대회라 정말 만만치 않다. 월드컵은 축구 한 종목만 신경 쓰면 되지만 올림픽은 각기 다른 종목을 매일 바꿔가면서 하기 때문에 준비할 게 무척 많다. 해설자가 매일 바뀌는 점도 고충이다. 다른 방송사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러나 방송을 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선 이런 큰 대회가 좀 빡빡한 맛도 있어 재밌다.(웃음)
-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김성주: 여러 가지 우역곡절 끝에 가는 대회다. 올림픽을 현장에서 본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지만 준비하는 과정이 짧은 탓에 기대치에 어긋나는 중계방송을 보여드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승부에는 변명이 필요 없다. 시청자들이 MBC 중계를 통해 올림픽을 정말 즐겼으면 좋겠고,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야~역시 스포츠 중계는 김성주구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올림픽의 그 생생한 현장을 시청자들이 안방에서 실감나게 느낄 수 있도록 책임감 있게 전달하겠다.
배성재: 불편하지 않은 중계를 하겠다. 저는 줄곧 '스포츠 마니아'로 살았기 때문에 팬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를 남들보다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시청자의 눈높이가 같다는 얘기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머릿속으로 구현해 온 이상적인 방송을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제대로 펼치고 싶다. 차분하지는 않지만 편하게 들을 수 있고, 다양한 재미가 있는 방송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하고 싶다.
서기철: 한 여름 밤의 꿈이라는 표현을 가끔 쓴다. 2002년 6월이 참 뜨거웠고, 유로 2012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런던 올림픽은 우리나라 축구로 인해 다시 한 번 즐겁고 행복한 여름이 됐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만큼 우리도 열심히 중계방송을 할 것이다. 국내 팬들은 런던에서 멀리에 떨어져 있지만 진심 어린 응원은 현장에 고스란히 전달된다고 믿는다. 선수와 방송, 팬 모두가 그렇게 한 여름 밤에 소통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7~8월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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