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지 않는 플라스틱의 유의미한 변화를 작품으로 기록
[더팩트ㅣ남용희 기자] "환경 문제를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어요. 제 작품이 널리 알려져 사람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죠."
최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음식 배달과 택배 서비스 이용 등 '비대면 소비'가 자리 잡으며 플라스틱 쓰레기 급증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한나(33) 작가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뉴락(New Rock)'이라는 작품으로 대중들의 경각심과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뉴락'이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새로운 바위라는 뜻으로 자연물처럼 보이지만 돌처럼 변한 인공물을 말한다. 실제 돌이나 바위가 아니라 버려진 플라스틱에 자연물이 퇴적되거나 생명체가 붙으며 생겨난, 인공물과 자연물 중간에 있는 물질을 일컫는 말이다.
"암석화 됐다는 게 애매하지만 자연과 섞일 수 없던 플라스틱이 자연의 일부가 되고 있어요. 자연물과 인공물 사이의 경계를 보여주는 존재가 뉴락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장 작가. 취재진을 만난 7월 중순에도 장 작가는 '뉴락'을 찾기 위해 강화도 인근 해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장 작가와 뉴락의 첫 만남은 우연이었다. 5년 전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주제로 한 미술 작업을 위해 경북 울진에 있는 바다를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특이한 돌을 만났다.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 아니어서 관리가 잘 되지 않은 바닷가엔 온갖 쓰레기가 있었고, 그 중 돌인데 돌이 아닌 '뉴락'을 처음 발견했다.
장 작가는 "당시엔 이걸로 뭘 해야겠다는 생각이 아닌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이후에 해변의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고, 어떻게 인상적으로 전달할까 고민하다 '뉴락'을 모으기 시작했어요"라고 작품화 계기를 설명했다.
뉴락을 수집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묻자 장 작가는 SNS와 동료들을 통해 제보받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전남 신안군에 있는 분이 쓰레기가 많이 쌓여있는 바닷가 사진을 보내며 플라스틱 폐기물도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문했다"라며 운을 뗐다.
"그런데 도착 며칠 전 쓰레기를 모두 수거해 깨끗이 정리된 후였고, 깨끗이 정리된 건 좋지만 뉴락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복잡미묘한 감정으로 해안가를 거닐었다. 그러던 중 플라스틱이 눈에 띄었는데 너무 자연물처럼 생겨서 미처 치우지 않은 것 같았고 이게 진정한 뉴락이란 생각이 드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수집한 뉴락은 수석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수석은 특이한 무늬나 형태를 띄는 돌로, 돌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이에 장 작가는 뉴락에도 자연의 힘과 인간의 힘이 절묘하게 녹아있다고 생각해 수석을 전시하듯 뉴락을 전시했다.
마지막으로 장 작가는 "뉴락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단순히 해양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에 포커스 맞춰지는 건 원치 않아요"라며 "뉴락을 보고 신기한데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고, 플라스틱에 대해 큰 시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강조했다.
일상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들. 일상의 편리함을 위해 환경 오염이라는 기회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인간에게 반드시 해를 끼치게 된다는 것을 '뉴락'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환경문제가 심각해진 요즘, 개개인이 플라스틱 및 일회용품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바로 잡으려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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