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릉=남용희 기자] "올해는 안 와도 괜찮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440여 년을 이어온 설 전통의 합동세배가 취소됐다. 강릉시는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2월에 진행할 예정이던 위촌리 도배례(都拜禮)를 취소한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도배례가 취소된 건 6.25전쟁 직후인 1950년대 초반과 구제역이 퍼진 2011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위촌리 도배례는 조선 중기인 1577년 마을 주민들이 대동계를 조직한 뒤 현재까지 이어오는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합동세배 행사로, 설 다음 날 전통 의복을 챙겨 입고 타지로 나간 자손들을 포함해 매년 150~200명이 마을회관에 모여 촌장을 비롯한 마을 어른들께 합동으로 세배를 올리고 명절 음식을 나눠 먹으며 덕담을 주고 받는 행사다.
도배례가 취소됐는데 이번 설은 어떻게 보내실 계획이냐는 질문에 위촌리 심선희 이장은 "이번 도배례는 대동계 회장님과 총무님이 대표로 촌장님을 찾아뵙기로 했다. 가족들도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 대부분이 코로나에 취약한 고령이고, 마을회관과 경로당도 문을 닫아 이웃 간 왕래도 줄었다"며 "예전에는 어느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바로바로 알 수 있었지만 요샌 그렇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올해 설은 지난 추석과 마찬가지로 '거리두기'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됐다. 더욱이 이번엔 직계가족이라도 주소지가 다른 경우 5인 이상 모이면 안 되고, 이를 위반하면 1인당 1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지난 추석보다 엄격한 방역기준이 적용되는 것이다.
위촌리에 거주하는 한 어르신은 "도배례 못하는 것도 아쉽지만 명절인데 자식과 손주들 못보는 게 더 슬프다. 올 추석 전에는 제발 이게(코로나) 끝나서 가족들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 설에 마카모예'란 '올 설에는 어디 다니지 말고 내년 설에 모두 모여!'라는 뜻으로 고향에 가보고 싶은 마음도, 자식들을 보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지만 방역지침 준수를 위해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아쉬움을 정겨운 사투리로 풀어낸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난 추석부터 못 찾아갔다', '부모님이 오라고 하시는데 어떻게 안 가나' 등의 갈등이 존재하고, 연휴 기간 가족 및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 가족 간의 모임은 피하면서 인파가 많은 관광지로 모이는 '명절 거리두기'의 취지에 어긋나는 경우도 여전하다.
이럴 때일수록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보단 '나부터 지켜야지'라는 생각으로 자신과 가족, 사회 전체의 안전을 생각해야 할 시기다.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고 마음 편히 웃으며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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