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새롬 기자]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음식 배달과 택배 서비스 이용 등 비대면 소비가 자리 잡으며 플라스틱 쓰레기가 급증하고 있다. 문제 의식을 느낀 사람들 사이에선 '탈(脫)플라스틱'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적극적으로 환경운동에 나선 '플라스틱 방앗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에서 시민참여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작된 '플라스틱 방앗간'은 2019년 기획 단계를 거쳐 지난해 문을 열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속담을 인용해 캠페인 참여자들을 '참새'로 지칭, 2회에 걸쳐 모집한 참새클럽에는 4000명의 시민들이 가입했다. 올해 3월 세 번째 참새클럽 오픈을 앞둔 가운데 참여 대기 희망자가 약 4만 명에 달한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글로벌 친환경 프로젝트인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 플라스틱을 조각으로 부숴 다른 형태의 물건으로 만드는 플라스틱 재활용 활동)'을 기반으로 누구나 간단하고 쉽게 플라스틱 재활용을 시도해보는 시스템이다.
생수통이나 세제통 등 가정에서 분리배출하는 크고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는 재활용이 쉽지만, 병뚜껑이나 병목 고리, 소스 뚜껑 등 작은 플라스틱은 일반쓰레기로 처리돼 매립, 소각된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재활용이 어려운 이런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분쇄·사출 방식을 거쳐 다회용의 물품으로 재생산하고 있다.
PP(폴리프로필렌)와 HDPE(고밀도폴리에틸렌)가 표시된 재질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데, 두 재질은 가열하고 융해할 때 오염물질이나 유해정도가 가장 낮게 발생하는 소재다. 뜨거운 식품을 담는 용기, 유아용 장난감, 병뚜껑 등 인체에 직접 닫는 것들에 쓰이며 그만큼 생활 속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플라스틱이기도 하다.
플라스틱 방앗간에서는 튜브짜개와 비누받침, 카라비너, 프리즈비, 가구나 소품을 만들 수 있는 중간재 등 다양한 다회성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모레상점' 등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과 협력해 제품 시판도 하고 있다. 판매 금액은 서울환경연합으로 전액 기부된다.
플라스틱 방앗간을 운영하는 환경활동가 김자연 씨는 "플라스틱 방앗간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되는지, 기계는 어떻게 살수 있는지 등 문의하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국내에서 이미 프레셔스플라스틱을 하고 있는 팀들을 연결해 R&D와 니즈 소통·충족할 수 있는 네트워킹, 예비 메이커를 위한 사업설명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방앗간을 운영한 지 6개월 만에 2200명으로부터 약 797kg의 작은 플라스틱이 모였다. 병뚜껑으로 환산하면 26만 5000개 정도의 양이다. 그중 심하게 오염되고 재질확인이 어렵거나 다른 재질의 플라스틱은 결국 일반쓰레기로 버렸는데 그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양이었다.
택배로 플라스틱이 배달되며 그로 인한 탄소발자국과 박스쓰레기 등 부가적인 환경오염이 발생하는 것에도 심각성을 느낀 김 씨는 수거 방법을 바꾸는데 고심하고 있다. 지역 환경단체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지역 기반의 재활용시스템을 확산시킬 계획도 가지고 있다.
김 씨는 "플라스틱을 많이 모으는 것이 목적이 아닌데, 생각보다 많은 플라스틱이 모였다"며 "결국 플라스틱 문제 해결은 '덜 쓰고 안 쓰는 것'이다. 우리는 생활 속 어쩔 수 없이 나오는 플라스틱을 이렇게 재활용할 수 있다는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지만 '여기로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내면 끝'이라는 인식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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