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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침수차 유통 소문은 사실!'…폐차 대신 매매된다(영상)

  • 포토 | 2020-09-18 08:40

불법 개조 과정 거쳐 정상 차량으로 둔갑 후 세계 각지로 수출 확인

[더팩트ㅣ인천=이효균·남윤호·이덕인·남용희 기자] 역대급 장마와 태풍으로 힘겨운 여름을 보낸 가운데 소문으로만 나돌던 '침수차 유통설'은 사실로 확인됐다. 폐차돼야 할 '침수 전손' 차량이 약 50일간의 불법 개조 과정을 거쳐 정상 차량으로 둔갑한 뒤 인천항을 통해 세계 각지로 수출되는 과정을 <더팩트> 취재팀이 단독으로 확인했다.

<더팩트> 취재팀은 지난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올여름 최장의 장마 기간과 함께 찾아온 집중호우로 침수된 차량이 규정대로 폐차 처리되지 않고 수리업체로 옮겨진 뒤, 번호판 교체 및 장시간 정비 후 수출되는 과정을 추적해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는 현장을 사진과 영상으로 생생하게 취재했다.

8월 '침수 전손' 처리된 BMW 침수차가 인천 미추홀구의 한 공업사와 인천 옥련동 송도중고차수출매매단지에서 수리와 세척 작업 등을 거쳐 유통된 것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9월 손해보험협회에 접수된 장마·태풍으로 인한 침수 피해 차는 역대 최고인 2만 1194대. 피해액 1157억 원으로 불법 '침수차 유통'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 사진은 송도중고차수출매매단지의 전경.
8월 '침수 전손' 처리된 BMW 침수차가 인천 미추홀구의 한 공업사와 인천 옥련동 송도중고차수출매매단지에서 수리와 세척 작업 등을 거쳐 유통된 것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9월 손해보험협회에 접수된 장마·태풍으로 인한 침수 피해 차는 역대 최고인 2만 1194대. 피해액 1157억 원으로 불법 '침수차 유통'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 사진은 송도중고차수출매매단지의 전경.

집중호우 발생 후 폐차장이 아니라 공업사로 향하는 침수차들

지난 8월 19일, 집중호우로 발생한 침수차들은 폐차장이 아닌 인천 미추홀구의 한 공업사로 모여들었다. 공업사 앞엔 '침수' '전손' 등과 같은 메모가 전면 유리창에 적힌 수많은 침수차들이 폐차가 아닌 '정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양한 차종으로 앞 유리에는 전부 '침수 전손'으로 적혀 있었다.

특히 눈에 띈 검은색 BMW 차량은 카히스토리(보험개발원이 중고차 구매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서비스) 검색 결과 '침수 전손'된 차량이었지만 폐차장이 아닌 공업사에 도착해 정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3일 후인 21일 오후, 해당 침수차량은 인천광역시 연수구 옥련동의 송도중고차수출매매단지로 이동했고 약 한 달간 내부 세척 작업을 거쳤다.

보험 이력에도 확인되는 침수차량의 흔적이 어떻게 '세탁'이 되는 것일까. 이번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 차량은 2만 1194대, 피해액은 1157억(손해보험협회 접수 기준)으로 역대 최고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으로 중고차 소비자들은 '침수차'들이 불법으로 중고차 시장에 유입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매년 반복되는 침수 피해 속에서 중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고발하는 보도 또한 침수차 피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침수된 BMW 차량이 폐차장이 아닌 인천 미추홀구에 위치한 한 공업사에서 정비를 위해 주차돼 있다. 침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전손 침수차'지만 해당 차는 폐차장에서 폐차 절차가 아닌 며칠간의 정비를 받고 인천 옥련동에 위치한 송도중고차수출매매단지로 자리를 옮겼다. /인천=이덕인 기자
침수된 BMW 차량이 폐차장이 아닌 인천 미추홀구에 위치한 한 공업사에서 정비를 위해 주차돼 있다. 침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전손 침수차'지만 해당 차는 폐차장에서 폐차 절차가 아닌 며칠간의 정비를 받고 인천 옥련동에 위치한 송도중고차수출매매단지로 자리를 옮겼다. /인천=이덕인 기자

◆ 손해보험업계 관계자 "전손 차량은 폐차해야..."

침수차는 하체 부식과 엔진, 전자계열 부품 등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켜 주행 중 갑자기 시동이 꺼질 수 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관리 감독이 엄격하게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느슨한 규정과 관계 당국의 소극적 자세로 매년 장마 후 가을철에는 침수차 유통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전손 차량에 대해서는 다 폐차를 하고 있다"면서도 "보험사가 폐차 업체로부터 폐차 확인서 등 증빙서류를 받아 확인해 폐차가 진행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서류상 확인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전손 차량이 폐차장에서 물리적 폐차가 진행되지 않고 수출된 것에 대해 "폐차가 안 되는 경우가 없을 것 같다"라며 "이제는 이런일이 드물다. 이게 해외로 빼돌려진다는 것 자체가 대포통장, 대포폰 그런 느낌" 같다고 말했다.

공업사로 이동한 침수 차량은 며칠간의 정비를 거쳐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견인차를 이용해 송도중고차수출매매단지로 이동한 침수차는 곧바로 번호판 말소 작업에 들어갔다. 번호판만 따로 떼서 말소 작업을 한 후 폐차 처리 절차를 밟는다. 실제 폐차는 이뤄지지 않지만 서류상으로는 폐차가 되는 것이다.

BMW 침수차는 카히스토리 침수사고조회에서 '침수 전손'으로 검색되고 있다. 또한 폐차 사고로 조회가 되는데 이는 보험사에서 폐차인수증명서를 접수받은 후 보상처리 한 경우에 해당한다. /보험개발원 카히스토리 캡처
BMW 침수차는 카히스토리 침수사고조회에서 '침수 전손'으로 검색되고 있다. 또한 폐차 사고로 조회가 되는데 이는 보험사에서 폐차인수증명서를 접수받은 후 보상처리 한 경우에 해당한다. /보험개발원 카히스토리 캡처

◆'폐차 말소'와 '수출 말소'가 다르다?...안전을 위협하는 침수차 관련 법

자동차관리법 제13조를 보면 자동차 말소 등록에는 크게 폐차(자진 말소)와 수출예정(수출 말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폐차(자진 말소)는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자동차 말소등록 방법이고 수출예정(수출 말소)은 국내에 다음 소유자가 없지만 해외에 구매자가 있을때 수출돼 새 주인을 만나는 것이다. 침수차가 전손된 경우에는 무조건 폐차(자진 말소)를 시켜야 하기 때문에 수출예정(수출 말소)이 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침수차의 해외 수출은 불가능하다는 공식이 성립한다.

하지만 이렇게 침수차가 수출용으로 둔갑하는 이유는 미비한 규정과 정부 당국의 어정쩡한 태도에 기인한 바가 크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침수차의 해외 수출 위법성에 대해 "침수 전손차량은 폐차이행확인제를 통해 전량 폐차토록 하고 있다. 다만,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제138조)에서 폐차업자는 폐차 요청을 받은 자동차 중 폐차말소하고 수출신고하거나 수출업자에게 판매하도록 허용하고 있어, 폐차업자가 폐차말소 후 수출업자에게 차량을 판매하고, 수출업자가 공업사를 통해 수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침수차가 자동차관리법상 폐차를 하지 않고 온전한 상태로 수출된 것에 대해 지적하자 "사실상 저희가 보완이 필요하다고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사실 그 시행규칙에 있는 부분이 법으로 올라와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체계상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라며 "법 개정이 있을 때 그 부분을 반영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이렇듯 안전상의 이유로 침수차의 '폐차'를 권고하고, 제도까지 마련한 국토교통부는 해외 수출용 '침수차'에 대해선 자동차관리법을 무시하고 시행규칙을 이유로 위법 수출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국토부의 소극적 태도를 이용하기라도 하듯 일반 차량의 수출 폐차와 침수차의 수출 폐차를 실제로 확인할 방법이 쉽지 않은 관리 감독과 규정의 허점을 비집고 버젓이 침수차가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침수차 폐차를 권고한 국토교통부와 이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한 보험사들이 실제로 폐차가 진행되는지에 대한 확인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또 폐차업자들이 실제로 전손 침수차를 폐차(자진 말소)하는지 여부도 관리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인천 옥련동의 송도중고차수출매매단지로 이동된 BMW 침수차. 매매단지에 도착한 침수차의 전조등 안에 물기가 가득했다. 침수차를 구입한 매매업자는 바로 번호판을 제거하는 등 폐차 말소 서류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침수차는 세척과 건조 작업을 한 달간 거친 후 매매, 수출됐다. 사진은 위부터 아래로 물기 머금은 BMW 전조등, 번호판 제거 작업하는 매매업자, 건조와 세척 작업 진행, '솔드 아웃(판매 완료)' 메모가 적힌 침수차의 모습. /인천=남윤호·이덕인·남용희 기자
인천 옥련동의 송도중고차수출매매단지로 이동된 BMW 침수차. 매매단지에 도착한 침수차의 전조등 안에 물기가 가득했다. 침수차를 구입한 매매업자는 바로 번호판을 제거하는 등 폐차 말소 서류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침수차는 세척과 건조 작업을 한 달간 거친 후 매매, 수출됐다. 사진은 위부터 아래로 물기 머금은 BMW 전조등, 번호판 제거 작업하는 매매업자, 건조와 세척 작업 진행, '솔드 아웃(판매 완료)' 메모가 적힌 침수차의 모습. /인천=남윤호·이덕인·남용희 기자

◆ "침수차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브로커가 있다"

BMW 침수차를 매입한 송도중고차수출매매단지 업체 관계자는 침수차 구매 경로와 유통에 대해 "폐차장에서 (침수차를) 사고 우리가 직접 보낸다. 걔네는 (침수차 인지)알고 판다. 우리는 돈 주고 사는데 아무 문제 없다"라고 말했다. 운행 안전을 우려하는 취재진에게 "다시 수리하고 타는 거지 그 상태에서 타는 거 아니다"라고 말했다. 침수차지만 수리해서 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안전불감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수출단지 내 다른 업체들도 침수차량을 매매하느냐는 질문에 "다 한다. 수출단지니까 침수차, 사고 차, 킬로수 많은 차, 연식이 오래된 차 모두 여기서 사고팔고 한다"라고 답했다. 침수차의 국내 유통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는 아예 안된다. 옛날에는 됐는데 이젠 안된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BMW 침수차를 수리한 공업사 관계자는 어떻게 침수차가 폐차장이 아닌 공업사에 와서 수리를 받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의뢰가 들어온다. (침수차)그게 매매가 되잖아요"라며 "폐차장에서 온다기보다는 바이어들도 사고, (침수차 같은 폐차)산 사람들이 많다. 폐차장에서 직접 사서 탈수도 있고..."라고 즉답을 피했다. 침수차가 수출용으로만 수리되지 않고, 국내에서도 유통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침수차를 구매한 바이어가 정비를 의뢰하냐는 질문에는 "그럴 수도 있고 뭐 상황은 여러 가지가 있다. 폐차장하고 저희가 거래하는 건 아니다. 정확한 내용은 말하기 힘들다"라고 답변했다.

보험사에서 매각돼 폐차장으로 가야 할 차가 어떻게 외국인 바이어에게 넘어갔을까? 수리 의뢰에 대해 묻자 공업사 관계자는 "지금 외국인들도 (폐차장에서)차를 사는 사람이 있고 중간에 업자가 또 있다. 브로커 같은 사람이 외국인들이 한국말을 잘못하니까 한국말 잘 하는 사람이 브로커 해주는 사람도 있고 복잡하다"라고 알렸다.

침수차를 구입한 매매업자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침수차를 구입한 매매업자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침수된 차를 알고 구입했다. 그냥 타는 경우도 있지만 다시 수리해서 운행한다"면서 "수출단지니까 침수차, 사고 차 등 모두 여기서 사고팔고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은 인천 옥련동에 위치한 송도중고차수출매매단지. /인천=남용희 기자

◆ 전손 처리 침수차는 규정상 한 달 내에 '폐차 말소'해야...불법유통은 처벌 대상

국내 한 손해보험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에서 직접 (전손)차량을 넘기는 게 아니고 공업사에서 폐차장으로 보낸다"라며 "보험사에서 전손금이 나가려면 무조건 폐차증이 나와야 지급이 가능하다"라고 침수차 폐차 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침수차 불법 수출에 대해서는 "브로커들 같은 나쁜 조직이 있을 텐데 그런 사람과 연루된 사람이 있다면 일탈 행위로 하지 않았을까"라고 의견을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2018년 4월부터 시행한 폐차이행확인제에 따르면 해당 침수차는 공업사가 아닌 폐차장으로 옮겨져 폐차 과정을 거치는 것이 맞다. 폐차이행제는 보험사가 전손처리 한 차량 중 파손 정도가 심한 차량을 폐차장에 넘기면 정부가 해당 차량 목록을 직접 관리하여 폐차장이 해당 차량을 실제로 폐차처리 했는지 확인하는 제도다.

침수나 심각한 사고로 전손처리된 차량이 이에 해당한다. 폐차업자는 한 달 내에 폐차 말소를 해야 하고 기한 내에 폐차 처리를 하지 않은 경우 지자체를 통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고 불법 유통을 했을 경우에는 수사기관 고발을 통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폐차가 실제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관리 감독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는 한 세관의 통관 과정에서 침수차 수출을 저지할 방법은 없다. 수출 차량의 경우 이미 등록이 말소돼 차량 기록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침수차량이 수출돼 해당 차량에서 결함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국가와 기업 브랜드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져 무형의 큰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소탐대실'의 표본이 될 수 있다. 이익을 떠나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이어서 원천 제재가 필요한 부분이다.

운행 안전을 위해 폐차 권고되는 침수차가 수리를 거쳐 수출되고 있다. 인천항에 대기 중인 중고차들. /인천=남용희 기자
운행 안전을 위해 폐차 권고되는 침수차가 수리를 거쳐 수출되고 있다. 인천항에 대기 중인 중고차들. /인천=남용희 기자

◆ 갈수록 잦아지는 '폭우'...침수차 관리, 더 미룰 수 없는 이유

국내 중고차매매시장의 한 관계자는 "침수차가 해외로 유출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은 있는데 사실로 확인됐다니 충격이다. 안전에는 국경이 따로 없다. 침수차를 운전하던 외국인이 갑자기 사고를 당한다면 단순히 운전자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수입차도 있고, 국내 완성차도 있을 텐데 국내 완성차 신인도와 국가 경쟁력이 한꺼번에 무너지게 된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 유통도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침수 전손차량의 해외유통은 수입국 국민들의 안전 위협뿐만 아니라 국가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침수 전손차량이 수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에 대해서는 관련업계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또 국토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동차365 사이트의 중고 수출차량정보(Used Export Vehicle Information)를 통해 국외 바이어가침수 전손차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말소된 차량의 침수차 확인이 불가능하고 이렇게 수리된 침수차 수출이 버젓이 정상 차량처럼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침수차 국내 유통에 갖가지 제동을 걸더라도 또 다른 판매 경로가 존재하는 한 침수차 유통의 근절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침수차가 폐차되지 않고 수리돼 수출된다면 국내 시장 유입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침수차 관리와 안전 문제는 갈수록 잦아지고 있는 폭우를 고려할 때 더는 방치할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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