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빈부격차' 현주소...6.17부동산대책 파문 확산 속 서울 주거지역 현실
[더팩트ㅣ배정한 기자] 집은 '사는 곳'인가, '사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정책인 6.17부동산 대책의 파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규제지역에서 제외된 김포는 대책 발표 후 일주일 만에 무려 90배가 뛰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는 부동산 규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오르기만 하는 부동산 가격을 보면 과연 집은 '사는 곳'인지, '사는 것'인지 근본적 의문을 갖게 한다.
왜 이렇게 부동산 정책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일까. '로또 청약' '핀셋 규제' '풍선 효과' 등 최근 뉴스에는 연일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는 부동산 관련 보도가 넘치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는 소식이 이어질 때마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규제 방안을 발표하지만 시장 반응은 반대로 가는 분위기다.
정작 정비가 필요한 낡은 주택은 정부가 집값 폭등을 우려해 정비사업에 규제를 걸면서 고가주택과 차이는 더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은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며 하나의 투기 수단으로 자리잡아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17일 문재인 정부 들어 5번째 부동산종합대책(부동산 대책으로는 21번째)이 발표됐으나 이미 폭등한 부동산 가격이 잡힐지는 미지수인 데다 이번 대책으로 무주택자가 집을 사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서민들의 하소연이 계속되면서 추가 보완책을 지시한 청와대는 머쓱해진 분위기다.
2020년 대한민국의 '집'은 '사는 곳'인가 '사는 것'인가. 부동산으로 인해 신음하고 있는 서울 주택의 '빈부격차'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용산구 한남동, 매매가 30억 아파트와 월세 20만 원 주택 공존
서울 용산구에는 한강을 남향으로 둔 고급 아파트와 달동네가 함께 있다. 강변북로와 맞닿아 있는 용산구 한남동의 H아파트는 최근 전용면적 225.13㎡가 28억원에 실거래됐다. 전세는 15억원 선이다.
아파트가 아닌 인근의 오래된 주택단지나 빈 땅의 매매가도 만만치 않다. 이 지역에서 전용면적 23㎡ 수준의 빈 땅은 매매가가 11억원에 달한다. 반면 전세나 월세는 3,000만원~5,000만원이다. 월세는 보증금 500만원에 달달이 20만원을 내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렇게 매매와 전월세 가격의 격차가 큰 이유는 땅 소유주들이 실거주를 하지 않고 주거취약계층에게 세를 주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재개발이 본격화되면 재개발 단지의 세입자들은 또다시 저렴한 주택을 찾아 떠나야 한다.
강북에서 대표적인 재개발 단지인 용산구 한남3구역은 현재 10여 년간 사업이 멈춰있다가 최근에서야 시공사 선정이 됐다. 지금은 강변 고가 아파트와 70년대가 연상되는 오래된 주택이 한눈에 보여 상반된 모습을 보이지만 많은 장애물들을 넘어 재개발이 끝나면 '억' 소리가 나는 고급 아파트 단지로 변신하게 될 것이다.
◆ 도로 하나 사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성북구 석관동
성북구 석관동의 한 주거지역은 신축 아파트 단지와 기존의 주택가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희비가 엇갈렸다. 같은 동네지만 한쪽은 재개발에 성공해 신축 아파트가 들어섰고 다른 한쪽은 언제 개발될지 미정이기 때문이다. 성북구 석관동 R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109.38㎡의 매물은 매매가가 13억원, 전세가가 6억원 정도다. 반면 길 건너편의 주택 전세는 1억 중반대이며, 월세는 30만원부터 시작한다.
◆재개발 명암이 엇갈린 동대문구 이문동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주택가. 하늘에서 보면 오래된 주택가처럼 평범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한 쪽은 쓰레기로 가득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이주를 한 주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다. 지금 당장은 허름해 보이는 곳이 나중에는 신축 아파트 단지로 변신하게 된다. 도로를 사이에 둔 두 구역은 현재는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부동산 가치에서 희비가 교차하게 될 전망이다.
◆주거 환경 천양지차 동작구 본동과 용산구 이촌동
동작구 본동 인근 언덕의 오래된 주택가에는 아직 옥탑방들이 많이 남아있다. 주로 고시생들이 거주하는 고시원과 원룸촌의 풍경이다. 본동 옥탑방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고가 아파트들이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한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만 실거주자들의 주거환경에는 큰 차이가 있다.
건너편 아파트의 지하는 주차장이나 지하철역, 쇼핑몰 등으로 구성됐지만 본동의 주택단지 지하는 일명 '반지하'라고 불리는 하나의 주거공간이다. 마치 영화 '기생충'의 실사판 같은 느낌이다. 영화에서도 나왔듯 도심 개발에 밀려나 철거민들이 모여 형성된 달동네와 반지하 단칸방, 옥탑방 등은 한국에서 가난함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여겨진다.
◆강남 최대 판자촌과 초고가 아파트의 '빛과 그림자'
강남 최대의 판자촌 지역인 구룡마을에서 왕복 10차선 도로를 하나 건너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부의 상징으로 유명한 도곡동 T아파트를 비롯해 몸값이 어마어마한 신축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다. 이미 입주를 완료한 단지도 있지만 이제 막 착공한 단지들도 있다.
서울시는 서울주택도시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선정해 구룡마을을 공공주택단지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첫삽을 뜨기에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완공이 되면 주거환경은 나아지겠지만 구룡마을은 서울시의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맞춰 개발되는 단지이므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고가 아파트와의 빈부 격차에 큰 변화가 없을 듯하다.
◆재개발 추진 중 성동구, 주거환경 수준 차 대비
재개발 추진 단지가 많은 성동구도 주거환경의 수준 차이가 많이 나는 주택들이 즐비하다. 초고가의 고층 아파트 단지와 반지하·옥탑방이 있는 낡은 주택들이 가까이 있어 주거환경의 차이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그 중 최고가 아파트로 화제가 된 성수동의 T아파트는 전용면적 140㎡의 매매가가 최고 35억 원에 달한다. 같은 평형대의 전세가도 최고 24억원이며 월세는 보증금 2억원을 걸어도 1000만원이 넘는다.
반면 인근 주택가의 옥탑방 전세는 6,000만원 선에 불과하고 월세도 보증금 500만원을 기준으로 30만원부터 시작한다. 행정구역상 같은 동네에 살고 있지만 같은 삶은 아닌 것이다.
빈부의 격차는 의식주와 소유 차량, 여가활동 등에서 극명한 차이가 나타난다. 그중 서울에서는 단연 부동산으로 인한 빈부격차가 가장 크다. 교통, 주변 시설, 치안 등 각종 인프라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서울은 실시간으로 빈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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