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철원=임영무 기자] 올 겨울은 유난히도 눈을 구경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겨울인지 봄인지 모를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겨울이 끝나는 것인가?'라는 아쉬움의 한숨을 내밷고 있을 때 일기예보로 들려오는 눈 소식은 반가움 그 자체였습니다.
철원지역의 대설주의보 소식은 잠시 잊고 있던 기억을 소환했습니다. 지난 겨울 함박눈이 내리면 철원의 두루미들을 다시 한번 찍어 보겠다고 한 다짐입니다. 올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카메라 장비를 챙겨 철원으로 향했습니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멸종위기종인 두루미와 재두루미들이 DMZ 인근 철원지역을 찾습니다. 올 겨울 철원 지역은 7000여 마리에 달하는 두루미와 재두루미 떼가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2013년 철원 지역 두루미의 체계적인 모니터링 이후 최대 개체 수라고 합니다. 두루미는 시베리아에서 2000Km이상 떨어진 이곳 철원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낸뒤 3월 번식기에 다시 시베리아로 복귀한다고 합니다. 이제 이들의 한국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강원도 철원 한탄강 주변에 도착하니 먹이를 먹는 재두루미와 흰두루미가 한데 어울려 장관을 이룹니다. 철원 지역 조류 전문가에 의하면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 두루미는 추위를 피해 우리나라에 머문 뒤 일본으로 날아가지만 이번 겨울은 따뜻한 기온탓에 우리나라에 오랫동안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두루미들의 모습을 오랫동안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철원지역에는 두루미 외에도 쇠기러기, 큰기러기, 청둥오리, 쇠오리, 고니등이 함께 찾아 옵니다. 철새들은 철원의 드넓은 평야 지대에서 나오는 풍부한 먹이와 민간인통제선으로 인해 사람들의 위협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최적의 여행지가 되고 있습니다.
이 지역 농민들도 매년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볏짚과 먹이 등을 제공한다고 하니 겨울 철새들에게 철원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철새들의 '맛집'인 셈입니다.
매년 늘어나는 겨울 손님 덕분에 철새 탐조대에는 아침부터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초망원렌즈를 준비한 사진작가들은 조류 탐조대 내에서 두루미들의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며 그들의 우아한 몸동작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눈 앞에 펼쳐지는 낯선 광경에는 "이야~" 하며 감탄사도 이어집니다. 수백마리의 두루미들이 일제히 날개짓을 하며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감동 마져 느껴집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흰 눈을 배경으로 날개짓 하는 두루미 가족을 보니 먼길 달려온 피곤함마저 녹아 내렸습니다. 내년에도 그리고 또 다음해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겨울 철원을 다시 찾을 두루미 가족들이 벌써 기대됩니다.
사진영상기획부 phot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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