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울진=임영무 기자] '톡! 톡!', '보글보글', '사각사각' 숨쉬는 막걸리
발효통에 살짝 기대어 본다. 쉴 새 없이 꿈틀대는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 잠시 눈을 감고 소리에 귀기울인다.
'톡톡 사라락~' 거품이 속삭이는 소리가 먼길 달려온 손님의 여독을 씻어 내는듯 하다. 입안에서는 특유의 향이 침샘을 간지럽히더니 톡 쏘는 탄산과 달콤한 향이 술안주를 부른다. 오감을 만족시킨 100살 먹은 '울진술도가'의 막걸리는 그렇게 나와 친구가 됐다.
서울에서 차량으로 4시간 가량을 달려 도착한 울진.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이 볼을 스치며 봄이 왔음을 실감케 했다. 기분 좋은 봄기운을 가득 받고 경상북도 울진군 근남면에 위치한 울진술도가로 몸을 옮겼다. 양조장 앞에는 편안한 미소가 인상적인 홍순영(2대) 씨와 그 모습을 그대로 물려 받은 아들 홍시표(3대) 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울진술도가는 1920년대 1대 홍종률 조부의 오산양조장을 시작으로 2대 아버지 홍순영 씨를 거쳐 손자 홍시표 대표가 3대를 잇는 100년 전통의 양조장이다. 울진술도가는 고집스러운 아버지의 장인정신과 아들의 젊은 감각이 더해져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인사를 마친 홍순영 씨는 현대식으로 지어진 제2양조장을 뒤로 하고 바로 옆에 자리잡은 낡고 아담한 제1양조장을 먼저 소개하겠다며 앞장섰다. 그의 첫 마디는 "다(옛날) 그대로 있습니다~" 양조장 구석구석 소개하는 그의 입가에서는 옅은 미소가 피어났다. 1953년에 지어진 건물은 제1양조장은 홍순영 씨가 인수하면서 사용해왔다. 오랜 세월만큼 과거 양조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한 두가지 최근 기계 장비들을 제외하면 옛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제1양조장 사용 여부를 묻자 홍순영 씨는 "지금은 사용 안합니다. 하지만 물은 여기서 나옵니다"고 말을 마치며 자신있게 지하수 송수관을 가리켰다. 홍순영 씨의 말대로 제1양조장에서는 더 이상 술 제조를 하지 않지만 완전히 기능을 멈춘것은 아니었다. 막걸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지하수는 여전히 제1양조장에서 끌어 오고 있다. 10m 정도 떨어져 있는 두 양조장은 지하수 관이 연결되어 둘이 아닌 하나의 몸이었다.
제1양조장이 아버지의 술인생이 담긴 공간이었다면 바로 옆 제2양조장은 아들 홍시표 대표의 노력이 돋보이는 곳이다. 2015년 12월에 건립된 제2양조장은 지상3층 규모로 1일 최대 막걸리 10톤 생산이 가능한 최첨단 현대식 제조시설을 갖추고 있다. 외부에서 볼때 양조장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깨끗하고 세련된 외관을 갖췄다. 투박한 시골 마을 한가운데 세련된 현대식 건축이라 더 눈길을 끈다.
홍순영 씨를 이어 3대째 양조장의 맥을 잇고 있는 아들 홍 대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술의 맛을 고집스럽게 지켜오셨던 것을 잘 보존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양조장 등을 활용해 술과 문화와 관광이 접목된 이른바 6차 산업을 이루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울진술도가의 미소생막걸리는 보통 막걸리(5~6도)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7도로 조금 높다. 자연환경생태보존지역인 울진의 깨끗한 왕피천의 지하 암반수를 양조장으로 바로 끌어올려 술을 담근다. 자연탄산의 청량감이 입 맛을 돋우고 텁텁한 막걸리 특유의 맛을 넘은 새콤달콤한 향이 매력적이다. 좋은 물에 부자의 정성이 더해져 100년 전통의 맛있는 술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1953년부터 7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제1공장이 울진군의 토지이용계획에 따라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제1양조장은 경북 울진군 금남면 노음리 328-4번지로 울진군 소유의 잡종지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 울진군은 40년간 미집행으로 남아 있던 계획을 최근 건물 철거와 함께 도로를 내는 것으로 결정했다.
70년을 지켜온 양조장의 가족들은 이를 취소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해당 부서는 40년 동안 멈춰있던 계획을 더이상 미룰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3대째 가업으로 100년을 이어온 역사와 최신 설비를 갖춘 점을 높이 평가 받아 2017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울진술도가의 1양조장이 철거되면 100년 술도가의 뿌리가 없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제1양조장으로 부터 끌어오는 지하수 또한 사용에 어려움이 생길수 밖에 없다. 아버지 홍순영 씨는 "100년 가까이 지켜온 양조장이 없어지면 어쩌나..."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들 홍 대표도 "역사를 간직한 양조장이 부디 보존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전통의 양조장을 오래토록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며 양조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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