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사진기획부] 111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농작물들과 함께 농민들의 마음도 타들어가고 있다. 한낮 온도가 39도까지 오르고 20일 이상 열대야가 발생하는 등 기록적 무더위에 정부도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35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14일 강원도 인제군의 한 농가에는 수확할 옥수수가 없다. 한창 옥수수를 수확할 시기를 맞았지만 강한 햇빛과 극심한 가뭄으로 모두 말라죽어버렸다. 수확 바로 직전의 마른 열매도 있지만 미처 열매를 맺기 전에 바싹 말라버린 것들이 대다수다. 작업마저 힘들어 말라죽은 옥수수를 그냥 방치해놓은 농가가 대부분이다. 열에 한두 집 정도 다른 농작물을 준비하려 옥수수 대를 베었지만 밭을 갈아 엎지는 못한 채 잘린 줄기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충청북도 괴산의 한 과수원에도 멀쩡한 사과를 찾아보기 힘들다. 고온에 일조량이 많아 일소병에 걸린 사과들이 다 자라지도 못한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겨우 나무에 매달려 있는 사과들도 저마다 검붉은색을 띠며 썩어가고 있다. 콩과 오이도 상황은 똑같다. 푸른색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모든 밭이 갈색으로 타들어가고 있다.
서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도봉구 쌍문동의 나눔 텃밭에도 수많은 농작물들이 말라비틀어져 죽어 있다. 상추와 양배추, 고추, 가지, 파 등 본래의 색은 온데간데없고 바짝 마른 모습으로 축 쳐져있거나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농작물이 이렇게 결실을 맺지 못하고 타 들어가는 것은 기록적인 폭염과 넘치는 일조량도 문제지만 극심한 가뭄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국적으로 평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강수량 때문에 하천과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매화리에 위치한 한 밭에는 강한 햇빛을 견디지 못해 시들어버린 해바라기들만 가득하다.
충청남도 공주시 중흥저수지와 예산군의 예당저수지는 쩍쩍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나마 남아있는 물도 녹조로 가득하다. 물 위에서 부지런히 조업을 해야 할 어선들은 약간의 습기를 머금은 저수지 바닥에 꼼짝없이 박혀 있다.
경기도 안성의 마둔저수지와 용인 이동저수지도 메마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나마 습기가 남아있어 이끼가 자라나 녹색을 띠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의 바닥이 바짝 말라 거북이 등껍질처럼 보인다.
래프팅을 즐기는 피서객들로 붐벼야 할 강원도 인제군의 내린천도 가뭄으로 느려진 유속과 줄어든 수위로 인해 개점휴업 상태다. 래프팅 코스 중 절반 이상이 자갈밭으로 변했고 수면 밑에 있던 큰 바위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 있는 상태라 예약했던 손님들도 취소가 잇따르고 찾아온 손님들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빙어축제로 유명한 인제군 부평리 빙어호 일대도 눈을 의심할 정도로 물이 메말라 있다. 매년 얼음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로 붐비던 모습은 사라지고 깡마른 바닥을 드러낸 채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3년 전 가뭄으로 40여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성황당 나무가 보일 정도는 아니지만 소양호도 저수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상류 쪽으로는 곳곳에 바닥을 드러냈으며, 거의 모든 지역에 물에 잠겨있던 경계선들이 드러나 있다.
올 여름 폭염은 심각한 재난이다. 정부의 시기적절한 대책도 시급하다. 또한 농민들의 타들어가는 마음을 식혀줄 단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사진기획부 1팀=배정한·문병희·남윤호·남용희·김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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