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치고, 붙잡고 고성 오가는 아이돌 출입국 현장
아이돌 그룹 과잉 경호… 안전사고 우려
[더팩트 | 남윤호·이선화·김세정 기자] "야! 붙지마!" "왜 붙어요?"
대한민국의 첫인상이 될 수 있는 공항. 그곳에 아이돌 그룹을 담고 싶어 하는 팬심과 이들을 과격하게 밀치는 등 과잉 경호를 펼치는 기획사 관계자들이 여행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스타를 만나기 위해 팬들이 모이는 장소로도 이용되는 국제 공항이 어느 순간 갑자기 아수라장으로 변신, 꼴불견의 현주소가 되고 있다.
지난 6월 26일 아이돌 그룹 NCT127의 인천국제공항 귀국 현장. 검은 모자를 눌러 쓴 경호원들의 거친 행동과 스타를 가까이서 보려는 팬들이 한데 뒤엉켜 '예고된' 소동이 빚어졌다. 반말이 오가고, 폭행죄에 해당하는 폭력이 발생했다. 그룹 NCT127의 경호원들은 과거에도 몇 차례 과잉경호로 말썽을 빚은 바 있다. 비단 이 그룹뿐만 아니라 엑소, 워너원, 방탄소년단, 러블리즈, 트와이스 등 유명 아이돌 그룹 역시 공항에서의 경호 사정은 대부분 마찬가지다. 인기가 높을 수록, 충성 팬이 많을 수록 경호는 과격해지고 도를 넘고 있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6월 한 달간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에서 출입국하는 아이돌 그룹과 팬덤, 그리고 안전을 이유로 과잉 경호를 펼치는 경호원, 매니지먼트 관계자의 불편한 민낯을 카메라에 담았다.
취재진의 카메라에 담긴 모습은 참혹하고 위태로웠다. 조금이라도 가까운 거리에서 자신의 아이돌을 만나고 싶은 팬들과 이들을 거칠게 제지하는 사설 경호원과 매니저의 모습은 마치 범죄자를 다루는 현장을 보는 듯했다.
아이돌을 향해 조금이라도 빨리 다가가면 경호원은 팬을 붙잡고 뒤로 밀쳐 버렸다. 그렇게 경호원에게 한번 찍힌 팬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는데도 이유 없이 밀쳐지는 일도 발생했다.
에스컬레이터에 먼저 탑승해 아이돌을 촬영하던 어떤 팬은 경호원에게 팔을 붙잡혀 휘청거리기도 했다. 아이돌과의 거리상 어떤 위해도 끼칠 수 없는 상황, 경호원의 과잉 경호가 에스컬레이터 위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모습이 펼쳐졌다.
지난달 1일 인천국제공항 2여객 터미널엔 낯선 포토라인이 쳐졌다. 소위 '잘나가는' 남자 아이돌 그룹의 출국이 예정된 날 사설 경호업체에서 팬들의 동선을 통제하기 위해 임의로 포토라인을 만든 것이다.
사설 경호원들은 여행객들이 이용하는 카트에 자체 제작한 테이프를 묶어 공공장소의 공간을 통제했다. 이는 공항시설법 56조 6항에 따라 '시설을 무단으로 점유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형법에선 '사람의 손을 세차게 잡아당기는 것' 정도도 폭행죄로 규정하고 있다. 경호원이나 매니저가 팬들을 밀치는 행위 또한 폭행죄 성립이 가능한 부분이다.
경비업법에선 경비원의 직무수행에 있어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경호원에 적용되는 관련 법령에 무색하게 팬들을 대하는 경호원의 행동은 과격 그 자체다.
경호원들의 이런 행태는 비단 팬과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난 5월 그룹 NCT127의 귀국 현장을 카메라에 담던 사진기자는 아무 이유 없이 경호원에게 폭행을 당해 상해를 입고 장비가 부서지는 등 피해를 겪었다. 애초 폭행 자체를 부인하던 경호 업체 측은 폭행 영상을 보고서야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아이돌 그룹의 동선을 방해하는 과잉 취재 또한 없었음에도 벌어진 일이었다.
물론 모든 경호원들이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다가오는 팬을 밀쳐내는 방식이 아니라 경호 대상을 에워싸며 동선을 지키는 경호원들도 있다. 하지만 일부라 할지라도 무력으로 팬들을 밀어내는 행위는 규탄 받아 마땅하다.
이런 사설 경호업체는 연예 기획사의 자회사로 편입·운영되는 경우와 연간 계약 또는 행사 별로 계약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소속사의 관리와 도의적 책임 또한 필요한 부분이다. 아이돌 스타와 팬 사이에서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는 과격한 경호. 사고 경계선상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아이돌 경호가 올바르게 정착되길 바라며 해외 스타들의 출입국 현장을 소개한다.
ilty0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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