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덕인 기자]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내년 상반기 법원사무직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명모(32)씨의 한탄이다. 고난의 길인 줄 알지만 새로운 직업을 찾기에는 지난 세월이 너무 아깝고, 새 진로를 찾아 방향을 틀기에는 나이 또한 제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법과대학으로 명문인 S대를 다니며 2011년, 검사를 목표로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에 결과는 항상 아쉬웠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로스쿨 제도가 생겨 진로에 차질이 생겼다. 홀로 일하시는 어머니를 보니 집안 사정도 눈에 밟혔다. 고민 끝에 눈을 낮춰 9급 공무원 준비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그는 어머니에게 용돈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와 학원비를 충당하고 있다. 취업 등 스트레스로 심근육 장애가 생겨 분기마다 대학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다. 시간과 청춘, 건강까지 잃어가지만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기엔 늦은 것 같아 오늘 밤도 불 꺼진 방에서 한 줄기 불빛에 의지해 책을 편다.
올해 4120명을 뽑는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응시에 22만2650명이 지원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쟁률은 지난해 51.6대1에서 올해 54대1로 높아졌다. 전체 지원자 평균 나이는 28.5살이다. 29살 이하 지원자는 지난해보다 2만3412명, 30살 이상 지원자는 8057명 늘어났다.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위해 뽑는 인원을 늘렸지만, 지원자가 늘어난 폭이 더 크다.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면서 국가 경제도 큰 손실을 입고 있다. '공무원시험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공시생 증가로 연간 17조 1429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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