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를 찾아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취재하다 보니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났다. 가슴 떨리던 순간도 있었고, 아쉬움에 탄성을 자아내던 순간도 있었다. 사진으로 다 표현하지 못한 현장의 순간은 어땠을까. <더팩트>사진기자들이 한 해를 정리하며 단독 취재 과정에서 느낀 가장 인상적 장면을 선정,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한다.<편집자주>
[더팩트ㅣ이새롬 기자] 지난 2013년 9월 10일 전두환(84)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57) 씨가 아버지를 대신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1997년 4월 대법원의 내란죄 확정 판결 이후 "전 재산은 29만 원 뿐"이라며 16년을 버텨왔던 전 씨 일가가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을 모두 자진 납부하겠다고 약속한 것입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습니다. 아직도 1105억여 원의 미납 추징금이 남아 있는 상태. ‘29만 원 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말에 의하면, ‘추징금 낼 돈도 없는 나이 많은 노인네’에 불과한 건데... 정말 그러한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전두환-이순자 부부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1월 18일은 전 전 대통령의 생일이었습니다. 바깥출입하는 노부부를 볼 수 있을까 싶어 취재진은 연희동 사저를 찾았습니다. 취재진의 눈을 의식해서였을까, 전 전 대통령은 경호원이 인근 삼계탕 집에서 포장해 온 음식을 먹으며 가족들과 사저에서 생일을 보냈습니다. 장남 재국 씨와 손녀 수현 씨 등 가족들도 연희동을 찾았습니다. 결국 이날 전 전 대통령의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전두환-이순자 부부의 결혼기념일도 비슷한 시기(24일)에 있었기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며칠 더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전 전 대통령의 사저는 연희동 고급 주택가에 위치해 있습니다. 경호원 사저가 근처에 붙어 있으며, 사저 앞 초소에서 경찰들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보초를 섭니다. 수행 경호 차량도 두어대 되어 보입니다. 사저 앞을 지키는 경찰 가운데 몇몇은 평화로운 연희동 주택가에서 춤을 추며 근무 시간을 보내기도 하더군요.
그날 이후 며칠간은 전 전 대통령의 움직임을 좀처럼 보기 어려웠습니다.
결혼기념일 전날, 23일은 기자의 생일이기도 했습니다. ‘생일날도 허탕치면 곤란한데, (전두환) 얼굴이나 한번 봤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으로 연희동 주택 골목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오후 드디어 노부부가 바깥출입을 한 것입니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연희동 사저 근처의 한 자연공원이었습니다. 커플 등산복을 갖춰 입은 노부부는 경호원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눌 만큼 여유 있는 모습으로 산책을 즐겼습니다.
그렇게 기자는 뜻밖의 ‘생일 선물’ 을 받았습니다.
3월 24일 이순자 여사의 일흔다섯 번째 생일에 맞춰 다시 연희동을 찾았습니다. 앞선 주말인 22일, 노부부를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1월 전 전 대통령 생일날 포장 배달로 먹었던 그 삼계탕 집에서 장남 재국 씨와 장손 우석 씨 등 가족들과 식사 자리를 가진 것입니다.이날 취재 내용은 3월 26일 <[단독] '1105억 미납' 전두환-이순자, '행복한' 생일 파티>란 제목으로 기사화됐습니다.
일부 경호원들은 식당에 먼저 도착해 동선을 파악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더군요. 기자는 맞은편 건물에서 식당을 주시했습니다. 전 전 대통령의 차량이 식당 앞에 도착하자, 식당 주인과 지인들이 나와 깍듯이 노부부를 맞이했습니다. 군인으로 보이는 한 지인은 절도 있는 거수경례로 인사를 했고, 이에 전 전 대통령 역시 경례로 화답했습니다.
이날 우연히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한 가수 서유석 씨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서 씨가 이 여사 생일 식사 자리에 초대된 것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더군요. '가는 세월~' 서유석 씨 반가웠습니다~
장남 재국(54) 씨와 일행 10여 명은 '해계탕'을 먹었다고 합니다. 해계탕은 닭과 각종 해물을 넣어 만든 보양식인데, 4만8000원(3인분)입니다. 취재진 역시 그 음식점에서 삼계탕을 먹어봤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건강 삼계탕을 먹었는데 맛도 좋고 양도 충분하더군요. 계산을 하며 슬쩍 식당 주인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주인은 전 전 대통령이 자주 이곳을 찾는다며 은근한 자랑(?)을 늘어놓더군요.
이순자 여사의 생일 당일에도 노부부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정식 숯불구이 식당을 찾았습니다. 특별한 날인만큼 제법 갖춰 입은 노부부는 거동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건강해 보였습니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일행 10명과 소갈비로 외식을 마치고, 손을 꼭 잡은 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음식점 관계자에 따르면 소갈비 1대(200g) 가격은 3만 원입니다. 또 코스 요리를 전문으로 하며 가장 싼 코스 요리 가격은 5만 원이라고 합니다. 일행 10명이 소갈비 1대를 먹었다고 가정하면 총액이 30만 원입니다. 가장 싼 코스 요리를 먹었을 경우 최소 가격은 50만 원입니다.
특별한 날의 외식이라고는 하나, 해계탕에 고급와인과 소갈비까지... ‘29만원’을 지닌 전두환-이순자 부부는 ‘꽤 잘 먹고 사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최근 YS 빈소에서 전 전 대통령은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것’이 건강비결이라며, ‘건강하게 살다 건강하게 떠나는 게 본인을 위해서도 좋고, 가족을 위해서도 좋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내란 수괴와 비자금 조성 등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전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 라는 수모에도 살기 좋은 동네에서 국가가 제공하는 경호를 받으며 지내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런지 모르겠습니다.
saeromli@tf.co.kr
사진팀 photo@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