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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근의 Biz이코노미] '시스템 반도체·하늘 위 자동차'도 진짜 지원 없다면 '뜬구름'

  • 오피니언 | 2019-10-19 22:54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가리키는 손가락' 있어야 '달'도 보인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재계 서열 1, 2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핵심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했다.

시스템 반도체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미래차(전기·수소차) 등 기업별 미래 신성장 사업 분야는 다르지만, '국가 미래 비전'을 선포하겠다는 거창한 타이틀과 더불어 부름을 받은 총수들에게 대통령이 전달한 메시지는 조금의 차이도 없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통 큰' 투자를 단행,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에 발걸음을 맞추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힘써 달라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 간 소통이 활성화한다는 점은 분명히 반가운 일이다. 재계 목소리에 눈과 귀를 막고 무관심으로 일갈하는 것보다야 나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문제는 이 같은 이벤트가 '나라 경제 부흥'이라는 순기능을 하는지, 기업들의 원활한 경영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여부다. 최근 정부가 대기업 총수를 비롯해 각 기업 수뇌부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청와대로 호출한 횟수만 세어보더라도 상당하다.

대통령은 물론이거니와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멀다고 기업인들을 소집하고, 사업장을 방문하는 동안 재계 곳곳에서는 앓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미중 무역 분쟁에 이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자 주요 그룹 총수 모두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생존전략을 짜느라 연일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과연 정부는 무엇을 했을까. 온 나라가 '조국 블랙홀'에 빠져드는 사이 나라 밖에서는 미·중 갈등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 중국 정부의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차별 문제가 수년째 진행형이고, 경제 활성화 및 규제개혁 관련 법안 처리 역시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오죽하면 20대 국회 들어 무려 12회에 걸쳐 국회 문턱을 넘은 대표 경제단체장이 "경제는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이 된 것 같다"라는 볼멘소리까지 내뱉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지난 10일 충청남도 아산시 탕정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 10일 충청남도 아산시 탕정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일본 수출규제 이슈가 불거졌을 당시에도 정부가 내놓은 해결안은 복잡하지 않았다. '국산화'를 하라는 주문이 전부다. 국내 기업들이 핵심 소재 국산화 작업에 나서지 못했는지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은 찾을 수 없었다. 기업 총수가 공식 석상에서 던진 "국내 업체가 공정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작심 발언 역시 경제환경을 바라보는 정부와 재계 간 온도 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가 나라 경제 현황에 관해 "선방하고 있다"라고 자평하는 동안 글로벌 투자자들은 앞다퉈 국내 기업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심지어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올해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0%로, 내년 전망치 역시 2.8%에서 2.2%로 낮췄다.

최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문 대통령의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 방문을 두고 SNS를 통해 "몇몇 언론들이 이재용 부회장만 부각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정부와 대기업이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차라리 오랫동안 방치된 민생 경제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리더의 적극적인 '제스처'를 강조했더라면 더 공감을 사지 않았을까.

기업이 원하는 정부의 역할은 들어주는 '청취자'가 아닌 각종 규제와 제도의 틀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는 '관리자'다. '달'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사람들도 제대로 바라보고,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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