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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친자식 처럼 키운 '인보사',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발등 찍나

  • 오피니언 | 2019-04-03 23:33
이웅열(왼쪽 위) 전 코오롱 회장이 19년 간 공들인 끝에 개발한 인보사가 예상치 못한 사태로 빛이 바랠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입주해 있는 서울 마곡 '원앤온리타워'. /더팩트 DB
이웅열(왼쪽 위) 전 코오롱 회장이 19년 간 공들인 끝에 개발한 인보사가 예상치 못한 사태로 빛이 바랠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입주해 있는 서울 마곡 '원앤온리타워'. /더팩트 DB

이웅열, 19년간 1100억 원 투자해 인보사 개발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이 회사에서 떠난 가운데 그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세계 최초 무릎 골관절염 통증완화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가 판매를 중단하게 됐다. 이 전 회장이 19년 동안 1100억 원을 쏟아부으며 친자식처럼 애지중지하며 개발한 인보사가 예상하지 못한 사태로 빛이 바랠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공식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인보사의 주성분 중 1개 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로 추정돼 코오롱생명과학에 제조·판매 중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에서 인보사의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던 중 1액에 포함된 연골세포의 성장을 돕기 위해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2액의 세포가 한국에서 허가될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르다는 것이 확인돼 이를 식약처에 알렸다.

당초 2액의 허가사항은 유전자가 포함된 연골세포였으나 유통제품은 유전자를 전달하는 매개체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신장세포주가 혼입된 후연골세포를 대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1일 "초기 개발부터 전임상과 임상 1~3상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동일한 성분을 사용했다"며 "당시 2004년 기술로는 연골세포로 판단됐다가 최신 기술로 분석한 결과에서는 '293유래세포'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인보사의 주성분이 허가 당시와 다른 이유가 15년 전과 지금의 기술 수준 차이로 분석 결과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회사는 성분이 바뀌지 않아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회사가 15년 동안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신뢰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식약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세세하게 재검증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과에 따라 인보사 허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열린 성공퍼즐세션에서 자신의 퇴임을 밝힌 후 임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코오롱 제공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열린 성공퍼즐세션에서 자신의 퇴임을 밝힌 후 임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코오롱 제공

◆인보사 계약 파기 불안감에 주가는 폭락, 위기의 코오롱

이웅열 전 회장은 19년간 인보사를 개발하면서 '뚝심 있는 경영자'로 평가받았다. 사업 보고서 단계부터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뚝심으로 추진했고 국내에서 임상3상을 마치며 2017년 7월 식약처로부터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이자 국산 신약 29호로 허가받았다. 당시 이 전 회장은 인보사를 두고 "넷째 자식"이라고 표현할 만큼 애정을 보였다.

인보사는 지난해부터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글로벌 제약사 먼디파마에 6700억 원 규모로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고, 그해 7월에는 중국 하이난성에 2300억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보다 앞서 홍콩과 마카오, 몽골,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도 공급을 확정했다. 지금까지 약 1조 원 규모의 기술·판매계약이 체결돼 있다. 아울러 2023년에는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시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웅열 전 회장은 그룹의 차세대 수익원이 될 인보사가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에서 퇴임을 결심했고 올해 초 실행에 옮겼다. 이 전 회장의 퇴임 후 코오롱은 지주사를 중심으로 한 각 계열사의 책임 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웅열 전 회장은 은퇴를 선언하고 한 달 뒤에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그룹 경영에 대해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전 회장은 "회사 근처는 가지도, 듣지도, 보지도 않겠다"며 "설령 회사가 망한다고 해도 그것은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인보사 판매 중단 사태가 일어나면서 앞일을 예상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사태로 미국내 제품 개발을 맡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의 미국 임상3상을 잠정 중단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안정성 검사는 매우 까다롭게 때문에 이번 사태로 미국 출시가 예상보다 크게 지연될 수 있다. 미국 진출에 차질을 빚게 될 경우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 추가 확대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인보사의 기술 수출 계약도 불안해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017년 일본의 미쓰비시타나베와 5000억 원 규모의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지만 파기된 바 있다. 이번 일로 기존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감돌고 있다.

한편, 인보사의 판매 중단으로 코오롱과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티슈진 등 그룹 3사의 시가 총액은 1조 원가량 증발했다. 1일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는 각각 전날보다 29.9% 하락한 5만2700원, 2만4150원에 마감했다. 지주사인 코오롱은 2만7050원으로 19.49% 하락했다. 주가하락으로 코오롱티슈진의 시가총액은 전날보다 6284억 원, 코오롱생명과학은 2568억 원, 코오롱은 827억 원 감소했다. 3개 회사의 시가총액 감소액은 9680억 원에 달한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인보사 주성분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관련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임상3상을 위해 제출한 임상시험용신약 신청서에 기제된 주성분 역시 변경이 필요해 임상 재개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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