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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㉘-김민경] '먹방요정'의 고민, '갈수록 맛있어요ㅋ"

  • 오피니언 | 2019-03-06 09:33
"카메라만 돌면 식욕이 땡겨요." '먹방요정'이란 애칭을 갖고 있는 김민경은 "일부러 살을 찌거나 빼는 일은 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확실한건 갈수록 음식이 맛있어지고 있다"고 했다. /남윤호 기자

두자릿수 몸무게 사수 위해 노력 중...5년째 '맛있는 녀석들' 주역

[더팩트|강일홍 기자] 김민경(37)은 '먹방요정'이다. '먹보' '식신' 등 그에게 붙은 애칭은 어느덧 불가침 영역이 됐다. 그는 2002년 대학로에서 개그지망생으로 활동을 하다 6년 만인 2008년 KBS 개그 공채 23기로 방송과 인연을 맺었다. 다소 늦게 진출했지만 특유의 익살과 재치로 개그계를 평정했다. 개그계에서 뚱보 캐릭터는 전통적으로 중요한 웃음 코드 중 하나다. 1세대 개그맨 이용식을 필두로 백재현 강호동 정형돈 유민상 김준현 등이 '육중한 무게'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면 개그우먼 중에서는 이영자 이후 김민경이 후배 이국주 홍윤화 등과 그 계보를 잇고 있다.

김민경은 한때 이국주 홍윤화와 뚱보 걸그룹 프로젝트를 준비하다 체력이 달려 셋 모두 포기한 적이 있다. 개그콘서트 선배이자 소속사인 JDB 대표였던 김준호의 아이디어로 출범한 지 하루 만에 무산됐다. 그는 "다들 한 시간 춤추고 힘들어 해 더이상 진도를 못 나갔다"고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벽 잡고 웨이브 하고 두번 앉았다 일어서는데 벌써 두 명은 지쳐 있더라고요." 말만 들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지만 당사자한테는 남모를 애환도 많다. 11년째 뚱보 캐릭터로 종횡무진하는 김민경을 스물 여덟 번째 스페셜인터뷰에 초대했다. 인터뷰는 2월의 마지막 날인 28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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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와 끈기로 도전을 거듭한 결과라 더 뿌듯해요." 김민경은 3수 끝에 개그공채로 방송에 입문해 확고부동한 자신의 영역을 만들었다. 스페셜 인터뷰는 지날달 28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진행됐다. /남윤호 기자

-'먹방요정'이란 꼬리표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성공한 개그맨' '타고 난 익살꾼'이란 평가에 만족하나.

과분하지만 그런 평가라면 저야 대만족이고 영광이죠. 솔직히 저는 개그맨 데뷔라는 첫 관문을 통과하는데만 시간이 꽤 걸렸죠. 스무 살에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했는데 스물 일곱 살이 돼서야 개그공채로 방송에 입문했으니까요. 개그가 아니면 다른 걸 할 엄두가 안났어요. 오로지 개그맨이 돼야한다는 일념으로 삼수 끝에 합격했죠. 인내와 끈기로 도전을 거듭한 결과라 더 뿌듯해요.

김민경은 끈질기게 한 우물을 판 끝에 마침내 꿈을 이뤘다. 만 20세이던 2001년 대구에서 상경했다. '전유성의 코미디시장'에서 '선착순 모집한다'는 공고를 본 직후다. 밑바닥부터 훑으며 실력을 갈고 닦았지만 여러차례 도전과 실패를 반복했다. 2008년 KBS 23기 공채 개그우먼으로 데뷔한 뒤에야 빛을 보기 시작했다. 대표 유행어는 '나 요즘 남자 만나 기사내줘'(뿜 엔터테인먼트) '나 이런 경험 처음이야'(명훈아 명훈아 명훈아) 등이 있다.

-국내 대표 먹방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에서 5년째 열정을 태우고 있다. 오직 먹는 걸 즐기는 프로그램인데 힘든 경우는 없나?

원래 저는 가리는 음식이 많았어요. 식탐도 많지 않은 편이고요. 이미 배가 부른데 녹화를 하다 보면 어쩔수 없이 다시 먹어야 하잖아요. 그것도 아주 맛있게 먹어야하는데 첨엔 감당이 안되더라고요. 배고픈 고통보다 먹는 고통이 힘들다는 걸 제대로 실감했죠. 그런데 자꾸 경험을 쌓다 보니 그런 고통도 많이 줄더라고요. 카메라가 돌면 신기하게도 식욕이 막 땡기거든요, 하하.

김민경은 "보통사람들도 음식을 충분히 배부르게 먹었지만 디저트가 나오면 또 먹게 돼 있지 않느냐"며 "밥 배와 술 배가 다르듯이 녹화를 위한 음식 저장공간은 따로 있는 것같다"고 했다. '맛있는 녀석들'에서 유민상, 김준현, 문세윤 등에게 꿀리지 않는 식성을 뽐내고 있는 그는 "심지어 새로운 음식이 나오고 다른 파트너가 먹기 시작하면 왠지 질투가 나서 달려들게 된다"고도 했다.

김민경은 개그선후배들 사이에 유독 '밀착된 유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사진은 '2018 KBS 연예대상' 당시 선배 신봉선(오른쪽)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세정 기자
김민경은 개그선후배들 사이에 유독 '밀착된 유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사진은 '2018 KBS 연예대상' 당시 선배 신봉선(오른쪽)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세정 기자

-'먹방'을 하며 많은 호응을 받으면서도 악플에 속상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무슨 이유로 악플이 붙는다고 생각하나?

같은 음식이라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져 보이잖아요. 방송 특성상 어쩔수 없이 과장된 표정을 짓게 되는데 이런 모습을 극도로 싫어하는 분들이 계세요. 사실 혼자 음식을 먹는거라면 그럴 필요도 없죠. 방송 초기엔 제가 못 먹는 음식이 나오면 저도 모르게 불편한 기색을 보인 적이 있었어요. 그러면 당장 내숭이라고 난리를 치더라고요. 저는 진짜였는데 보는 사람들 중엔 가식처럼 비쳤다는거죠. 되돌아보면 제가 가린 음식들은 정말 못먹어서가 아니라 선입견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5년을 하다 보니 모두 극복을 했고, 지금은 악플도 거의 사라졌어요.

김민경이 개그계 '무게파' 틈에 끼어 5년째 홍일점으로 합류한 '맛있는 녀석들'은 2015년 1월 30일 첫방을 시작으로 무려 210회를 넘겼다. 그는 "처음 함께 출발한 스태프가 모두 그대로여서 언제나 가족적 분위기"라면서 "녹화 때마다 다같이 생일잔치 하는 느낌으로 촬영해 즐겁다"고 말했다.

-유민상 김준현 문세윤 등 거구들과 함께 있으면 덩치가 밀리지 않는다. 몸무게를 공개할 순 없나?

강 기자님, 참으로 껄끄럽고 민감하고 불편한 질문을 하시네요. 설마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시죠? 숫자를 말씀 드릴 순 없고 두 자릿수를 지키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있고요. 데뷔 때와 비교하면 솔직히 좀 나가는 편이에요. '120~130kg'을 오르내리는 무게파 오빠들과 비교하시진 마시고요. 저 역시 먹방 이후론 일부러 살을 찌거나 빼는 일은 하지 않는데, 확실한 건 갈수록 음식이 맛있어지고 있어요, 하하.

"감성적이고 맘이 여린 순둥이라 대시를 못해봤어요." 김민경은 "독신주의는 절대 아니다"면서 "지금부터 괜찮은놈(?) 두 눈 부릅뜨고 찾겠다"고 했다. /남윤호 기자

-그동안 각종 라디오,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공공연히 '모태 솔로'라고 밝힌 바 있다. 연애경험이 없다는 얘긴가?

맹세코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요. 남자 앞에만 서면 저는 감성적이고 맘이 여린 순둥이가 되요. 설령 맘에 드는 남자가 있어도 표현을 못해 망설이다 놓치는 스타일이거든요. 물론 짝사랑이야 여러 번 해봤죠. 그런 감정조차 없었다면 정상적인 여자라고 할 수 없잖아요. 사실 방송으로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살다 보니 남자에 신경 쓸 틈도 없었어요. 여유가 생기니 이제서야 슬슬 보이기 시작하네요. 올핸 어떻게든 '남자'를 붙잡아보려고요 ㅋ.

김민경은 개그계 데뷔 이후 연애할 틈도 없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렸다고 했다.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꽉찬 나이가 된 그는 "독신주의는 절대 아니다"면서 "지금부터 괜찮은 놈(?) 두 눈 부릅뜨고 찾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의 올해 목표도 '결혼'이다. 그는 "이제 웬만큼 방송에서의 입지도 갖췄으니 지금부터 확실하게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겠다"고 했다.

-이상형의 남자는 있나? 항간에는 함께 호흡해온 유민상과 정명훈을 언급하기도 한다. 둘 중 어떤 스타일이 좋은지 궁금하다.

선하게 생기고, 남자답고, 리더십이 있는 남자면 좋아요. 근데 이상형만 찾다보면 평생 혼자 살아야할지도 몰라요. 말 그대로 이상형은 이상일 뿐이고, 상대방 입장을 고려해 조금 부족해도 만족해야죠. 저만 그런건지 모르는데 방송에 집중하다보면 동료들은 이성적 대상으로 보이지 않게 되더라고요. 민상 선배는 과묵하고 묵직한 남자, 명훈 선배 센스가 있어요. 둘다 멋진 남자인 건 맞는데 굳이 말하자면 명훈 선배가 제 스타일인 셈이죠.

김민경은 지난해 '모태솔로 탈출'을 선언했다. '개그 콘서트', '맛있는 녀석들'에 함께 출연 중인 선배 개그맨 유민상(39)과 인연이 각별하다. 최근에는 '개그 콘서트' 인기 코너 '명훈아 명훈아 명훈아'에서 정명훈과도 호흡을 맞추며 친분을 쌓았다. 그는 "민상 선배는 너무나 훌륭한 친오빠 같은 선배여서 주변에 괜찮은 친구나 후배가 있으면 꼭 소개시켜 주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는 곳마다 먹을게 생기니 먹복은 타고 났나봐요." 사진은 서울 당산 그랜드컨벤션센터 코코쇼 홀리데이 제작발표회에서 참석해 익살 포즈를 취한 선배개그맨 김준현. /배정한 기자
김민경(왼쪽서 두번째)은 '맛있는 녀석들'에서 문세윤, 유민상, 김준현(왼쪽부터) 등에게 꿀리지 않는 식성을 뽐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SK텔레콤의 삼성 갤럭시 노트9 개통행사에 멤버들과 함께한 모습. /임세준 기자
김민경(왼쪽서 두번째)은 '맛있는 녀석들'에서 문세윤, 유민상, 김준현(왼쪽부터) 등에게 꿀리지 않는 식성을 뽐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SK텔레콤의 삼성 갤럭시 노트9 개통행사에 멤버들과 함께한 모습. /임세준 기자

-요즘 활약상이 돋보인다.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중인가? 고정프로그램이 늘어 이전보다 훨씬 바빠진 것 같다.

바쁠 때일수록 힘들고 배고팠던 개그지망생 시절이 떠올라요.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해이해지지 않죠. 요즘 TV 고정프로그램 3개와 라디오 3개, 그리고 수시로 요청받는 게스트 출연이 많아요. 오늘의 저는 제 능력이나 실력보다 주변에서 도움 준 분들 덕이 커요. 타고난 인복에다 일복까지 겹쳐 항상 감사해요. 그런데 저요, 보기보단 일 욕심이 많아요. 더 할 수 있어요. 그럼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겠죠.

김민경은 '맛있는 녀석들' 외에 '개그콘서트'의 패러디코너 '스카이캔슬'에서 신봉선 송중근 박소라 등과 익살콤비를 이루고 있다. MC 김원희가 진행하는 '살림9단의 만물상'에도 출연중이다. 라디오는 '김태균의 컬투쇼' '박준형 정경미의 2시만세' '소이현의 집으로 가는길' 등에 고정 패널로 활약하고 있다.

-'민경장군'이란 닉네임으로 유튜브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스타일의 내용인지 궁금하다.

먹방을 오래 하다 보니, 주로 먹는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먹기만 할 게 아니라, 제가 직접 요리하는 모습(쿡방)을 보여주자는 의도로 출발하게 됐죠. 먹방을 하면서 깨달은 건 잘 먹을 줄 알면 진정한 참맛을 알고, 저절로 요리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작년 6월부터 시작한 이후 다양한 레시피들을 소개하며 유튜브 팔로어들과 공유하고 있는데 의외로 피드백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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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숭 없고, 눈물 많고, 정이 많아요." 김민경은 "기회가 되면 자신의 평소 스타일대로 따뜻한 느낌, 훈훈한 감동을 주는 그는 웃음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했다. /남윤호 기자

-비치는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른 경우가 많다. 본래 성격이나 스타일이 방송에서 보여지는 것과 다르지는 않나?

개그를 하고 싶어 목숨을 걸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제가 엄청 나대는 스타일인 걸로 착각을 해요. 사실은 그 반대예요. 호들갑스러운 건 직업의 특성 때문이고, 실제로는 내성적인 편이거든요. 내숭 없고, 눈물 많고, 정이 많아요. 남들 앞에서 웃겨야하는 입장이고 보면 성격상 저 스스로는 힘들어질 때가 많죠. 그래도 제 스타일대로 기회가 되면 따뜻한 느낌, 훈훈한 감동을 주는 그는 웃음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김민경의 데뷔 동기는 오나미 박소영 허민 조승희 김희원 유정남 등 10명이다. 김민경은 동기들 중에서도 유독 '밀착된 유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선후배들 사이에 정평이 나 있다. 이는 선배들(신봉선 안상태 박휘순 황현희 등) 조차도 그가 대학로에서 7년 남짓 개그지망생으로 활동하며 맺은 끈끈한 인연 덕분이다.

'수줍음'과 '웃기는 직업'은 상충된 단어다. 필자에게 비친 김민경은 개그맨들끼리 스스럼없이 주고받는 '19금 유머'조차 어울리지 않을 만큼 순박함 그대로였다. 여리고 상냥했다. 내숭인가 싶어 요리조리 찔러봤지만, 인위적으로 천성까지 바꿔보여줄 순 없어 보였다.

"지난번 설날 고향에 가니 우리 엄마가 '넌 어딜 가도 배 굶어죽을 일이 없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물으니 자주 불공드리러 가시는 스님이 그랬다네요. 원래 사주가 그렇대요. 결혼도 강요할 게 아니라 가만 놔두면 저절로 남자가 붙을 거라고, 하하."

김민경은 평소 누구에게나 아낌없는 친절과 넉넉한 미소를 주는 행복바이러스다. 인터뷰 중에도 시종 부드럽고 편안했다. 다만 차분한 말투 속에 언뜻언뜻 새 나오나는 유머코드만으로 그가 왜 개그계에 뛰어들었는지 알 만했다. 봄기운이 완연해진 2월의 마지막 날 스물여덟 번째 스페셜 인터뷰이로 만난 김민경은 '천생 익살꾼'이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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