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강일홍 기자] 의혹과 논란은 감추려들면 더 의심스럽기 마련이다. 대중은 인기가 있고 유명할수록, 사회적 영향력이 있고 인지도가 클수록 스스로 더 명쾌하고 깔끔하게 가르마를 타줄 것을 요구한다. 손석희 JTBC 대표이사의 폭행 의혹이 동승자 신원 논란으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김웅 프리랜서 기자는 추가로 녹음파일을 공개해 궁금증의 판을 키우고 있다.
손 대표의 동승자 논란은 지난 2017년 4월 16일 과천의 한 주차장 접촉사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폭행 논란을 부른 김 기자는 "당시 손 대표가 젊은 여성을 태운 채 교통사고를 낸 뒤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녹취록에서 "왜 그곳에 갔느냐"는 질문에 손 대표로 추정되는 인물이 "아주 노멀한 일이고, 이게 알려지면 내가 정말 바보가 된다"고 답한다.
물론 이 부분은 김 기자의 일방 주장일 뿐이다. 정말 젊은 여성이 동승했는지 아닌지 실체까지 확인된 건 아니다. 손 대표 측은 "당시 동승자는 없었고 이를 증명할 수 있다"면서 "협박을 통해 불법적으로 취업을 청탁하려고 했던 것이 이번 사안의 본질"이라고 입장을 냈다. 반면 김 기자는 손 대표가 동승자의 신원을 숨기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 오달수 '피해자 목소리 근거' 1년째 칩거-김흥국 '무고판명' 후에도 고통 감수
#1:오달수 성추행 의혹=지난해 2월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감독의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면서 촉발됐다. 피해자임을 주장한 네티즌은 2월 15일 "1990년대 부산 소극장에서 이 연출가가 데리고 있던 배우 중 한 명이 여자 후배들을 은밀히,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했다"고 언급한 뒤 19일에는 "오 모씨는 할 말이 없으리라 생각된다"고 폭로했다. 일주일 뒤 오달수 측의 입장이 나온 26일 당일, JTBC 뉴스룸은 이 여성의 인터뷰를 방송한다.
#2:김흥국 성추행 의혹=지난해 3월 14일 MBN '뉴스8'이 보험설계사 A씨의 인터뷰를 통해 성추행 의혹을 보도했다. A씨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김흥국과 2016년 11월 술자리를 가졌고, 만취해 정신을 잃은 사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보도 후 김흥국은 "A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후 언론을 통해 몇차례 진실공방이 이어졌지만, 김흥국은 여론재판만으로 방송에서 퇴출됐다.
손석희 대표의 폭행 또는 동승자 논란은 앞에 예를 든 두 연예인의 경우와 본질이 전혀 다를까. 오달수와 김흥국은 언론이 터뜨린 '미투의 직격탄'을 맞고 영화와 방송 등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했다. 특히 오달수는 손 대표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근거로 일방보도함으로써 사법당국의 조사도 있기 전에 방어권을 제한받았다. 언론 보도 이후 1년째 고통 속에 칩거 중이다.
◆ '유죄추정 적용' '내로남불' 빗댄 네티즌 비판, "의혹이 있다면 스스로 풀어라"
배우 오달수는 영화를 모르는 사람도 알 만큼 대중적 사랑을 받는 국민배우다. 그가 출연한 영화는 일일이 다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많지만, 그가 연기력만으로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조단역부터 천만배우로 등극하기까지 수많은 동료배우들이 인정하는 '인간미'로 정평이 나 있다. 평소 행실이 나쁘지 않았던 만큼 미투의 중심에 선 그의 성추행 논란은 충격이었다.
대다수 언론은 오달수의 '죄'를 기정사실로 몰고갔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철저히 무시됐고, 두 차례의 사과문은 오히려 진정성을 의심받는 빌미가 됐다. 김흥국의 성폭행 혐의는 아예 무고로 판명났다. 해당 여성은 두 명의 남성이 제기한 혼인 빙자에 의한 사기 및 절도 혐의로 징역 1년10월의 실형을 받았다. 언론의 일방 폭로로 뒤집어 쓴 오명은 누가 벗겨줄까.
손석희 대표는 깨끗한 언론인 이미지와 함께 대통령 탄핵 등 다양한 형태의 이슈 보도로 사랑을 받았다. 그의 폭행사건을 바라보는 세인의 시선이 대중스타와 깊이가 다른 이유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그동안 손 대표가 자주 사용해온 '유죄추정 적용' '내로남불' 등의 용어를 빗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반응은 손 대표 스스로 명쾌하게 의혹을 풀라는 압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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