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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강현의 Better-biz] 검찰 소환 재벌 총수들, '피해자 코스프레'하지 마라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가진 4대그룹 포함 대기업 총수들이 지난 주말 검찰에 무더기로 소환됐다. 검찰은 정치권력과 경제계의 정경유착 여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더팩트DB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가진 4대그룹 포함 대기업 총수들이 지난 주말 검찰에 무더기로 소환됐다. 검찰은 정치권력과 경제계의 정경유착 여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더팩트DB

[더팩트│성강현 기자] “최고 권력자가 요청하는데 거절할 재간 있나.”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한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간 것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이렇게 항변했다. 한마디로 기업은 피해자라는 것이다. 달라고 요청(압박?)하니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우리 현실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폈다.

과연 그럴까. 기업인의 시각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자면 정경유착의 의심을 떨쳐 버릴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거금을 아무런 대가없이 '이재에 밝은' 기업들이 선뜻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부했겠느냐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말라고 일갈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란 얘기다. 주는 이는 당장 아니더라도 훗날 아쉬울 때 부탁 할 수 있고, 받는 이는 받은 게 있어 거절하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지난 주말 이틀간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다. 대기업 총수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소환된 것은 ‘차떼기 수사’로도 불리는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화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13일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 5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전날인 12일에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김창근 SK수펙스협의회 의장 등 3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독대 명단에 있는 신동빈 롯데 회장은 해외 출장 관계로 빠졌지만 14일 귀국한 지 이틀 만에 검찰에 불려갔다.

조양호 회장과 최태원 회장을 제외한 이들의 공통점은 지난해 7월 청와대 안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4일 한류 확산에 대기업들이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기업 총수 17명과 공식 오찬을 한 뒤 이날과 다음 날 7개 대기업 총수들과 개별적으로 따로 만났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취지를 설명하고, 각 기업의 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 총수들은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강요는 없었고 재단 취지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출연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들 역시 출연 과정에 불법이나 강압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실상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압박해 모금한 성격이 짙다.

여론은 이들 기업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편이다. 주고받는 게 있었을 것이라 의심한다. 재벌기업이 정치권권력에 꼼짝 못하고 일방적으로 갖다 바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각 대기업들마다 총수나 사업 분야에서 골치 아픈 구석이 있었다.

만일 출연 대가로 총수들이 민원을 전달했다면 재벌기업과 정치권력의 정경유착이 아닐 수 없다. 법적 처벌도 가능해진다. 구체적 대가성이 없더라도 포괄적 뇌물죄가 적용된 판례도 있다.

검찰은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의 독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 의혹을 해소해야 하고, 죄가 있다면 법의 심판을 받게 함으로써 다시금 정경유착이란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대기업 총수들 역시 이번 시련을, 정치권력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정치권력이 경제권력에 손을 벌리거나 압박하는 관행이 없어지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이런 부끄러운 행태가 또다시 일어나면 안 되지 않겠는가. 세상에 공짜 없듯이 비밀도 없다는 것을 다시는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언젠가 비밀은 드러나기 때문이다.

dank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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