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린스만·권창훈 공통점 '배커스 존'
[더팩트 | 심재희 기자] 지난해 6월 독일과 미국의 국가 대표 친선 경기 방송 해설을 준비하다가 미국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독일 현지에서도 적이 되어 돌아온 '독일 전설' 클린스만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 관련 자료와 기사를 찾으면서 자주 나오는 표현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배커스 존'(Bäckers Sohn)이었다. '빵 굽는 사람의 아들.'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한 빵집 사장의 아들 클린스만은 어린 시절부터 '배커스 존'이라 불렸고, 유년 시절부터 '특급 선수'였던 클린스만 덕에 슈투트가르트의 그 빵집은 장사가 꽤 잘 됐다고 한다. 어쨌든 그날 독일과 미국의 경기에서는 미국이 2-1 역전승을 거뒀다. 독일의 '배커스 존'이 부메랑이 되어 조국에 패배를 안겼다.
각설하고, 한국 축구 이야기. 독일에 클린스만이 있다면 한국에는 '빵창훈' 권창훈이 있다. 서울의 한 빵집 아들인 권창훈이 한국의 '배커스 존'이다. 그 '배커스 존'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하 리우올림픽)에서 대형사고를 '빵' 하고 터뜨렸다. 권창훈이 결정적인 한방으로 멕시코를 격침했다.
권창훈은 11일(한국 시각) 펼쳐진 멕시코와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조용했다. 좀 심하게 말하면, 후반 중반까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항상 넘치는 에너지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권창훈의 '닌자 모드'의 원인은 신태용 감독의 전략적 선택의 영향이었다. 멕시코를 맞아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를 수 있었던 한국은 수비 안정화를 먼저 꾀했다. 박용우를 투입해 포백을 감싸게 하면서 멕시코의 공세를 막았다. 점유율에서 밀렸지만 결정적인 찬스 허용을 줄이면서 무실점으로 8강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엉덩이를 수비 쪽으로 조금 빼면서 공격은 답답해질 수밖에 없었다. '더블 볼란치' 이창민과 박용우가 수비 쪽으로 더 붙어 기본 자리를 잡으면서 3명의 2선 공격자원들과 간격이 많이 벌어졌다. 류승우-권창훈-손흥민이 모두 조용했던 이유다. 4-2-3-1 전형에서 2와 3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공 점유율에서 많이 뒤졌고, 원톱 황희찬도 공을 잡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권창훈은 '공격 지원자' 임무보다 중원 라인 콘트롤에 더 신경을 썼다. 팀의 중심이 아래로 향해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격을 하는 것보다 조금 처져서 중원 싸움에 힘을 보태며 '보이지 않게' 신태용호의 중심을 잡았다. 기존에 보여줬던 것처럼 공을 중심으로 에너지를 발휘하지는 못했으나, 공 없는 '오프 더 볼 상황'에서 더 넓게 움직이며 팀에 기여했다.

조용했던 권창훈은 후반 중반 승부처에서 '빵' 터졌다. 후반 32분 코너킥 상황에서 공이 뒤로 흐르자, 영리한 드리블 돌파로 멕시코 수비수 4명을 따돌린 뒤 슈팅 공간을 잡았다. 그리고 터진 전매특허 왼발 대포알 슈팅. 권창훈의 왼발에 걸린 공은 시원하게 뻗어나가 멕시코 골 네트를 갈랐다. 마치 아껴뒀던 에너지를 한방에 폭발하듯 권창훈이 '원샷원킬 득점포'를 터뜨렸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권창훈은 또 한번 결정적인 슈팅을 기록했다. 후반 40분 역습 상황에서 황희찬이 질풍처럼 상대 진영을 파고들며 컷백을 내줬고, 권창훈이 영리한 침투에 이어 깔끔한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노렸다. 공이 멕시코 수비수 다리에 살짝 걸리면서 골문을 외면했으나, 빠른 역습 전개와 간결한 슈팅 모두 '사이다처럼' 시원했다.
결론적으로, 권창훈은 멕시코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활약과 보이는 활약을 모두 잘 펼쳤다. 팀을 위해 희생하면서 팀이 필요할 때 해결사로 나선 '배커스 존' 빵창훈이다. 신태용호의 중심 권창훈이 온두라스전에서도 '빵빵한' 활약을 펼쳐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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