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소영 기자] "우승 해보니 별거 아니네요. 고급스러운 레이싱 모델 될게요"
대한민국에서 '레이싱 모델'하면 대중들이 편견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수백명의 사람들 앞에서 '노출' 있는 의상을 입고 '늘씬한 몸매'를 뽐내며 다양한 매력으로 관객들을 '유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존 이미지에 당당히 맞선 당찬 아가씨가 있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XTM '익스트림 서바이벌 레이싱퀸2'에서 1위를 차지한 레이싱 모델 윤주하(25)가 주인공이다.
지난 2일 가산동에서 그를 만났다. 약속한 시간보다 조금 더 지나서야 그를 마주할 수 있었지만 "죄송해요"라는 말과 환한 웃음으로 상대를 무장해제시켰다. "벌써부터 많이 바쁘신가 봐요"라고 인사를 건네니 애교 섞인 눈웃음이 돌아왔다. 기자가 남자였다면 이미 녹고도 남을 매력이었다. 여기에 똑부러지고 당돌한 태도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밋밋할 것 같았던 인터뷰는 그렇게 의외성을 안고 시작됐다.

◆"방송에선 대단해보였는데 해보니 별거 아니네요"
윤주하는 방송 초반 선한 인상과 조용한 이미지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치열한 서바이벌 무대에서 이런 성격은 득보단 실이 큰 법. 그래서인지 윤주하의 우승은 몇몇 시청자들에겐 예상밖의 결과로 다가왔다. 그러나 실제로 만난 그는 당차다 못해 다소 도발적이었다. 우승 소감을 물으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당돌한 대답을 내놓았다.
"아직도 실감이 안나요. 방송을 봤을 땐 대단해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어쨌든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됐으니 꿈만 같아요. 저와 함께 톱3에 들었던 친구들(이아린, 김세인)은 우승 경험이 3번씩 있었는데 저는 탈락위기도 겪었잖아요. 쟁쟁한 친구들 사이에서 살아 남은 게 영광이죠."

윤주하는 초반부터 우승후보로 손꼽히진 않았지만 꾸준한 노력과 발전으로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매 미션마다 팔색조 같은 매력을 뽐내며 심사위원은 물론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파이널 무대에서도 그는 사전투표에서 69%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우승의 문턱에 한걸음 다가섰다. 본인이 생각하는 비결을 물으며 마음껏 자랑할 멍석을 깔아주었다.
"저는 섹시한 이미지뿐만 아니라 고급스러운 느낌도 풍긴대요. 사람들이 봤을 때 부담스럽지 않고 친근한 인상도 한몫 한 것 같고요. 다른 도전자들과 차별화된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래서 네티즌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파이널 무대에서 사전 지지율이 높아서 저도 놀랐어요. '제작진이 조작했나' '내가 잘못봤나' 의심도 했죠. 같이 올라온 친구들이 많이 견제했을 거에요."
윤주하와 함께 톱3에 포함된 이는 이아린(25)과 김세인(23)이다. 두 사람은 매 미션마다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고 우승 횟수도 각각 3번씩 경험있다. 또 방송에서 비춰지는 이미지는 당차고 자신감 넘치는 프로모델 그 자체였다. 하지만 결국 우승은 윤주하의 차지가 됐다. 패배의 쓴 잔을 마신 두 사람은 '1위 윤주하'에게 무슨 말을 건넸을까.
"두 친구들도 우승에 대한 욕심이 컸죠. 워낙 잘해서 저보다 기대도 컸을테고요. 저도 두 사람을 강력한 우승후보로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우승자로 제 이름이 호명됐을 때 실망한 표정도 살짝 보이더라고요. 인기투표도 제가 압도적이라 질투 했을 거에요. 하지만 축하한다고 얘기해줘서 고맙죠."

◆"여자들끼리 있으니 실제 싸우기도 했죠"
'레이싱퀸2'는 레이싱 모델 15명이 매 미션에서 한 명씩 탈락해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데 무려 15명이 모여있으니 기싸움 또한 대단했을 터. 에피소드를 물으니 친절한 모션 설명까지 더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솔직하고 당찬 친구들이 많아서 시끌벅적했죠. 저는 조용하고 성격이 둥글둥글한 편이거든요. 몇몇 친구들은 실제로 싸우기도 했어요. 방송에 나온 경우도 있고요. 중간 미션 중에 복싱이랑 카트 대결이 있었는데 다들 대단한 승부욕이 있어서 예민해졌더라고요. 카트 운전하다가 누가 뒤에서 크게 박아서 목뼈가 나갈 뻔 했고요(이 부분에서 윤주하는 뒷목을 잡고 연기했다). 복싱하다가 서로 욱해서 감정 실어 때린 경우도 있었어요. 여자들끼리 있으니 무섭던데요.(웃음)"
'레이싱퀸2'는 매주 참신하고 파격적인 미션으로 화제를 모았다. 수중화보, 세미누드, 미니모터쇼, 마이티마우스와 섹시 뮤직비디오 촬영 등 다양한 미션을 진행했고 윤주하는 모든 미션에서 살아남았다. 비록 미션 우승 경험은 단 한 번 밖에 없지만 인상적인 결과물을 낳았다. 특히 그의 세미누드 화보는 인터넷 상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저도 세미누드 미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일에 미션 내용을 들어서 너무 놀랐죠. 첫 누드 촬영이었으니까요. 그만큼 고민도 많았어요. 안그래도 레이싱 모델들이 노출하면서 섹시화보를 찍어 이미지가 남아있는데 여기서 또 누드화보를 찍어서 인식이 고정될까봐 걱정했거든요. 하지만 결과물을 보니 야해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었죠. 촬영도 생각보다 많이 떨리지 않더라고요.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더 잘할 수 있겠지만 섹시화보를 따로 찍고 싶진 않네요."

톱3를 가리기 전 마지막 미션은 마이티마우스와 섹시 뮤직비디오 촬영이었다. 음악을 틀어놓고 리듬을 타며 매혹적인 표정을 지어야 했고, 이전 미션보다 좀더 과감하고 역동적인 포즈를 취해야 했다. 그날을 떠올리던 윤주하는 자신의 뻣뻣한 몸치를 자책하며 '어색 웨이브'를 귀엽게 재연했다. 그리곤 이내 고충을 토로했다.
"의상이 파격 란제리 수영복이어서 힘들었어요. 음악에 맞춰서 춤도 추고 웨이브도 해야 하는데 전 잘 못하거든요. 게다가 옷까지 그래서 너무 야하게 보이면 안된다는 걱정에 더 긴장했죠. 다른 친구들은 잘 흐느적거리는데 저는 많이 부족했어요. 어린 친구들은 꽤 과감하더라고요. 여기서 못하면 진짜 떨어지겠다 싶었지만 이내 시간이 흐를 수록 잘 했던 것 같네요. 표정이랑 포즈에 승부를 걸었지 춤은 안된다는 걸 알았답니다.(웃음)"

◆"모터쇼 '진상' 아저씨들 'X팔린' 행동 그만하시죠"
인터뷰 내내 윤주하는 레이싱 모델에 대한 편견을 지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레이싱 모델'하면 떠오르는 '노출' '야한 이미지' '저렴한' 등의 키워드를 없애기 위해 본인 스스로가 다양한 이미지를 꿈꾸고 있었다. 기자가 중간에 '레이싱 걸'이란 단어를 쓰자 똑부러지게 이를 지적할 정도였다.
"사실 '레이싱 걸'이란 말을 다들 싫어해요. 약간 싼티나는 것 같거든요. 레이싱 모델로 불리고 있는데 이 일에 대해 너무 섹시한 편견만 갖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노출 있는 의상을 입고 포즈만 취한다고 다가 아니니까요. 전시회에서 설명을 맡기도 하고 통역하는 모델분들도 있고요. 지적이고 프로의식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안좋은 이미지로만 보지 말아주시길 바랄 뿐이죠."

인터뷰 마지막, 모터쇼나 각종 행사에서 다소 짓궂게 구는 남성 팬들이 없냐고 묻자 윤주하는 당차게 일갈했다. 프로그램 초반 쑥스러움 많던 윤주하는 어느새 프로급 레이싱 모델에 한발자국 다가 서 있었다.
"사진찍는 분들 중에 간혹 모델들의 특정 신체부위를 집중적으로 찍거나 밑에서 촬영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아직 험한 일은 안 당했지만 선배들 중에는 짧은 치마 입고 포즈 취할 때 경험한 일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조심하긴 하지만 모델도 똑같은 인간이고 자기애가 있는 여자이니 존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현장에서 걸리면 카메라도 뺏길테니 일부 남성 여러분 'X팔리는 일' 당하기 싫으면 자제해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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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연예팀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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