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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기획] '짝' 출연 최익성 "'야구 선수' 옷을 벗고 싶었다"





▲'야구 선수'라는 옷을 벗어버리고 세상 모든 이들에게 당당히 '절대 평가' 받고 싶다는 최익성
▲'야구 선수'라는 옷을 벗어버리고 세상 모든 이들에게 당당히 '절대 평가' 받고 싶다는 최익성

[신원엽 기자] 최근 SBS-TV '짝'에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11년간 선수로 활약하며 무려 6번이나 팀을 옮긴 '저니맨' 최익성(40)이 그 주인공이. 1994년 연습생으로 삼성에 입단했고, 1997년 풀타임으로 뛴 첫 해 20-20(홈런-도루)클럽에 가입하며 화려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1999년 한화로 트레이드됐지만 보란 듯이 팀 우승의 일등 공신으로 부활한다.

그러나 2000년 선수협 파동 이후 LG로 이적한 최익성은 KIA와 현대(넥센의 전신), 삼성, SK를 거치며 2005년 국내 야구계를 조용히 떠났다. SK로부터 코치직 제의를 받았지만 그는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픈 마음이 더 컸다. 경기도 화악산으로 들어가 3개월간의 칩거 생활을 시작했고, 도끼질로 근육을 만들고 한밤중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리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어두운 산을 홀로 뛰는 등 자신을 채찍질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자 자동차와 집 등 재산을 팔아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 멕시코까지 날아갔지만 그에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빈털터리가 돼 돌아와 노숙자와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일본 요미우리의 코치 연수 계획이 무산된 2007년까지 13년 야구 인생은 모든 열정과 재산을 헌납했다. 2009년 연기자로 데뷔, 2010년 자신의 야구 인생이 담긴 책을 출간하며 제2의 삶을 준비했다.

<더팩트>은 20일 서울시 용답동의 한 카페에서 최익성을 만났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만큼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이 또렷했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익성은 글쓴이의 질문에 가감 없는 답변으로 그 간의 생활을 돌이켰다.

- 짝 출연이 화제인데,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섭외 요청이 들어왔어요. 당연히 고민이 많았죠. 부끄럽기도 하고…. 그런데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과 야구선수라는 꼬리표를 벗고 싶었어요. 지금은 사업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평가를 받고 싶었죠. 마흔 살의 평범한 대한민국 노총각으로 인정받고 싶었거든요. 그런 마음으로 출연했는데 생각하지도 못했던 좋은 반응이 나와서 놀랐어요. 노총각이라 부끄러운데 '훈남'이라잖아요! 1편 짧게 나갔는데….(웃음)

- 출연자들이 '야구선수 출신'인 본인을 어려워하지 않았는지.

(출연자들이) 처음에는 전혀 몰랐대요. 대부분이 제 몸을 보고 헬스 트레이너 아니냐고 묻더라고요.(웃음) 나중에 야구 선수였다고 말하니까 처음에는 2군에서 별다른 활약을 못하고 은퇴한 선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름이 밝혀지면서 '아, 그 선수'하면서 설마 하더니 '진짜네'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여자가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나눈 시간들이 좋았어요. 출연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 방송에서 표정은 별로 재미있어 보이지 않았는데.


(웃음) 저는 원래 성격상 처음 만난 사람하고 살갑게 대화를 못해요.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저 여자 어때'라고 이야기 하는 것도 당황스러웠죠. 짧은 시간에 사람들이 호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웃음) 시간이 지나면서는 많은 대화를 나눴죠. 저는 모든 것을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싶었어요. 화나면 화나는 대로, 할 말이 없으면 없는 대로요. 억지로 웃거나 하지 않았을 뿐이에요.

- 여성 2명에게 선택을 받는 등 인기가 좋았는데.

진~짜 좋았어요. 생각보다 엄청 긴장됩니다.(웃음) 저는 야구 선수였잖아요. 한 명에게도 선택 못 받았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런 망신은 또 없죠. 걱정도 많고 긴장돼 미치는 줄 알았어요. 도살장에 끌려온 소였죠.(웃음) 처음부터 한 분이 저한테 오는데 안심이 됐어요. 정말 고마웠죠. 그 상황은 모든 사람들에게 녹화가 아니고 현실이에요. 방송 볼 때도 긴장되더군요. 저도 그 분을 선택한 건 나를 먼저 선택해줬고 첫인상이 좋았어요. 제가 키 큰 여자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컸죠.(웃음)





▲SBS TV '짝'에 출연한 최익성 방송 화면 캡처
▲SBS TV '짝'에 출연한 최익성 방송 화면 캡처

- 그동안 결혼을 할 인연은 없었나요?

제 삶이 평범한 삶이 아니었죠. 27살 때 '연습생 신화'를 쓰고 난 뒤, 연애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10여 년 동안 떠돌아 다녔고, 은퇴 후에도 10원 한 푼 없는데 누가 저랑 연애를 하겠어요. 저는 제 자신에게 혹독했던 것 같아요. 저의 인생만큼 상대의 인생도 중요하잖아요. 그러다보니 순수하게 사랑할 시기를 놓쳤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라면 한 그릇이라도 행복하게 나눠 먹으며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늘 간직하고 있습니다.(웃음)

- 선수협 파동이 아니었다면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을텐데.

제가 한참 성장하고 있을 시기였죠. 그런데 감독 앞에서 경기 포기 지장을 찍을 정도였어요. 불합리한 상황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죠. 초심을 잃으면 아무 것도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네가 그럴 때냐'며 반대하시는 어머니에게 야구를 지금 그만 두더라도 이 마음을 갖고 은퇴하면 3년 안에 성공 할 수 있지만, 타협을 하면 항상 실패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분명한 것은 제가 선택했어요. 그 사건은 제게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다른 분들이 제게 선수협 피해자라고 말을 해도 그건 단지 그 분들의 생각이죠. 그 전에도 트레이드 됐잖아요? (웃음)

- 코치와 불화로 팀도 많이 옮겼는데.

야구를 하면서 '고집쟁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어요. 조금만 유연했다면 편하지 않았겠냐며…. 바른말 하는 게 죄인가요? 운동선수라면 더더욱 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코치들의 말을 잘 듣지 않았던 건, 잘하든 못하든 제 탓으로 돌리고 싶었어요. 그 분들은 저와 대화를 한 게 아니라 강압적으로 지시했죠.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니 저도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일 수 있겠구나'라며 고민했어요. 5, 6번째 팀을 옮기면서 저의 상황을 인정했죠.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요.





▲13년 야구 인생 동안 끝임없이 노력해온 최익성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제2의 인생인 사업으로 인해 바쁜 모습을 보였다.
▲13년 야구 인생 동안 끝임없이 노력해온 최익성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제2의 인생인 사업으로 인해 바쁜 모습을 보였다.


- 은퇴를 하고, 주변에서 '실패한 선수'라는 시선을 보냈는데.

그게 왜 실패한 인생이죠?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을 6군데나 돌아다녔는데요?(웃음) 꼭 이승엽, 양준혁 등의 선수만 성공한 인생이 아니에요. 연습생으로 시작해 13년 동안 야구인으로 살아온 것 자체가 성공이죠. 저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저니맨' 아니겠어요? 착각 일수도 있겠지만 2천 안타와 동일한 기록과 의미라고 생각해요. (웃음) 우리는 실패가 너무 많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 못 가면 실패, 대기업 취업 못하면 실패, 회사에서 해고되면 또 실패. 왜 이리 실패가 많아요? 꼭 결과물을 얻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면서 본인 인생에 만족하면 그게 행복이고, 성공한 삶이죠.

- 본인에게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매 순간이 아쉬웠죠. 13년 야구를 하면서 풀타임으로 뛴 건 1997년 20-20클럽에 가입했던 딱 그 해에요. 이듬해에도 6월까지 잘하고 있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경기에 못 나갔죠. 30-30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웃음) 그런 것을 생각하면 아쉽죠. 일 년에 한 달 반짝 피는 벚꽃처럼 13년 야구 인생도 딱 1년 잘했으니까요. 삼성 생활이 제일 아쉬웠어요. 희로애락이 참 많았으니까요. 야구라는 것 자체가 전부 아쉽습니다. 그래도 짝 출연 이후 팬들이 저를 기억해주셔서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돈과 명예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 야구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네요.

야구를 떠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쳤듯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욱 열심히 해야죠. 제가 재정적으로 정말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야구를 떠났잖아요? 은퇴 후 단 한 번도 야구와 돈을 연관시키지 않았어요. 야구를 통해서 어떤 것을 취하게 되면 제 자신도 모르게 야구를 향한 순수했던 마음이 변색될까 두려웠어요. 야구를 진짜 사랑해요. 순수한 상태로 두고 싶어요.

- 야구계로 복귀할 생각은 있나요?

다음 달이 될 수 도 있고 내일 당장 돌아 갈수도 있어요. 마음이든 기술이든 무엇인가를 조건 없이 줄 수 있을 때 돌아가야죠. 저만의 방식으로 다른 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칠 겁니다. 프로야구 코치를 왜 안 하느냐고 물으시는데 그 일은 야구를 저보다 잘했던 사람이 하면 되요. 저는 저니맨이잖아요? 프로야구 무대에서 성공하는 10% 보다 데뷔조차 못하고 그 무대에서 떨어져 나오는 90%를 위해서 할 일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제 전문이니까요.(웃음)





▲자신이 '저니맨'임을 자랑스럽다는 최익성은 야구를 통해 배운 인생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자신이 '저니맨'임을 자랑스럽다는 최익성은 야구를 통해 배운 인생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 글, 사진 = 신원엽 기자>
더팩트 스포츠기획취재팀 기자 wannabe2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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