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타임머신⑤] '추억돋는' 그 시절 가요프로그램

[박소영 기자] 음악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부터 성인 가요쇼, 안방 콘서트, 뮤직 토크쇼 등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 무대부터 진행까지 현재는 아이돌이 대다수의 가요 프로그램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1990년대에는 어떤 가요 프로그램에서 누가 진행자를 맡았고, 어떤 가수들이 무대를 꾸며 팬들을 즐겁게 했을까. 기억의 퍼즐조각을 맞춰가다 보면 어느새 그 시절 유행가요를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 모른다.

▲방송 3사 가요 순위 프로그램. 위에서부터 '가요톱10' '인기가요 베스트 50' 'TV가요 20' /사진=KBS 2TV '가요톱10', MBC '인기가요 베스트 50', SBS 'TV 가요 20' 방송 캡처

◆1020 인기가수 총출동

오랜 기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가요 프로그램 중 하나는 '가요톱10'이다. 현재 방영하는 '뮤직뱅크'의 전신인 '가요톱10'은 지난 1981년 KBS 1TV에서 첫 방송한 후 2TV로 자리를 옮겨 1998년 2월까지 전파를 탔다. '가요톱10'은 대한민국 대표가수들이 모두 거쳐간 가요 프로그램이다. 체계적인 순위집계 방식과 공정성 덕에 신뢰도가 높은 편이었고, 1990년대에 들어서는 PC통신과 전화 ARS를 통해 팬들이 직접 순위 투표에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5주 연속 1위를 하면 '골든컵'이라는 특별한 트로피를 수여해 눈길을 끌었다. 조용필의 '어제 오늘 그리고', 신승훈 '보이지 않는 사랑',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임창정의 '결혼해 줘' 등이 골든컵의 영예를 안았다.

MBC는 1991년 '여러분의 인기가요'를 시작으로 1993년 '결정 최고 인기가요'를 잠시 방송한 뒤 1995년 MBC '인기가요 베스트 50'으로 많은 가요 팬들의 인기를 얻었다. 매주 색다른 콘셉트와 다양한 세트에서 방송이 진행돼 가수들의 화려한 무대가 더욱 돋보였다. 개그맨 김용만-배우 김남주라는 신선한 MC 조합은 물론 정찬-이본, 신은경-김지수 등이 공동 진행자로 나서며 가요계의 전반적인 흐름과 순위를 전달했다.

SBS도 MBC와 비슷한 시기에 음악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1991년 12월 첫 방송한 'SBS 인기가요'를 필두로 1994년 제작된 'TV 가요 20'은 4년간 전파를 타며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특히 SBS는 타 방송사보다 더 젊고 세련된 감각으로 10·20대 팬들을 사로잡았다. 신세대 가수들의 무대 위주로 방송이 꾸며졌고, 통통 튀는 감각의 젊은 톱스타들이 진행을 맡았다. 이혜영-윤현숙, 김호진-이본, 이훈-재키림, 류시원-김희선 등이 대표적이다. 하이파이브 등 더블 MC들이 사전에 맞춘 독특한 동작과 특이한 게스트 소개 멘트가 즐거움을 줬다.

▲중장년 층을 위한 방송 3사 대표 음악프로그램. 위에서부터 '가요무대' '가요콘서트' '도전 1000곡' /사진=KBS 1TV '가요무대', MBC '가요콘서트', SBS'도전 1000곡' 방송 캡처

◆엄마 아빠도 마음껏 즐기세요

KBS 1TV '가요무대'는 1985년 시작해 지금까지 방송되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김동건 아나운서가 첫방송부터 진행을 맡았고 2003년부터 7년 간 전인석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이후 현재 다시 김동건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있는 '가요무대'는 중장년층을 위한 대표적인 가요 프로그램이다. 시청자 사연과 신청곡을 받아 무대를 꾸미는 형식으로 애청자들이 직접 녹화 현장을 찾아 방청하기도 한다. 특히 지방 노인들에게는 '가요무대' 방청이 서울 관광 코스의 하나다. 오프닝 멘트이 '방청객, 시청자 여러분. 멀리 계신 해외 동포, 근로자 여러분'은 익숙한 '가요무대' 오프닝 곡과 함께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키워드다.

'MBC 가요콘서트'도 7년간 방송되며 안방에 풍성한 즐길거리를 선사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유쾌한 라이브 콘서트" 라는 콘셉트에 맞게 실력으로 승부하는 가수들이 라이브 연주에 맞춰 명품 공연을 선보였다. MC 이상벽의 편안한 진행으로 신구 가수들이 자신의 노래는 물론 다양한 듀엣 무대를 꾸미는 등 중장년 층의 기호에 맞는 무대가 마련됐다. 하지만 지난 2005년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 녹화 현장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폐지되고 말았다.

SBS는 노래방 형식의 음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2000년 10월 첫 선을 보인 '도전 1000곡'은 가수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스타들이 총출동해 노래 대결을 펼쳤다. 초대 MC 김승현-이선진 콤비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이휘재-장윤정 커플은 매주 일요일 아침 흥겨운 노래가락을 안방에 전달하고 있다. 대형 노래방 같은 느낌의 이 프로그램은 노래와 게임을 접목한 색다른 형식의 음악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방송 3사 뮤직 토크쇼. 위에서부터 '이소라의 프로포즈' '김정은의 초콜릿' '음악여행 라라라' /사진=KBS 2TV '이소라의 프로포즈', SBS '김정은의 초콜릿'MBC '음악여행 라라라' 방송 캡처

◆뮤직과 토크의 감미로운 만남

가수 이소라 하면 대다수의 팬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프로그램은 '이소라의 프로포즈'다. 지난 1996년부터 방영해 2002년 종영 때까지 팬들의 큰 사랑을 받은 이 프로그램은 게스트들의 공연에 토크를 더한 뮤직 토크쇼다. 초대 가수들은 관객들과 가까운 무대에서 편안한 공연을 만들었고, 현장 방청객들은 물론 안방 시청자들까지 심야 시간대에 즐길 수 있는 달콤한 음악 프로그램이었다. '이소라의 프로포즈'의 인기에 힘입어 후속작인 '윤도현의 러브레터' 역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현재 방송 중인 '유희열의 스케치북'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MBC도 비슷한 유형의 뮤직 토크쇼를 선보였다. 2008년 11월 첫 방송한 '음악 여행 라라라'가 바로 그것이다. '라라라'는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가 인기를 얻자 해당 프로그램의 MC 4인, 김구라-신정환-윤종신-김국진을 그대로 진행석에 앉혔다. 이후 윤건, 장윤주 등이 MC를 맡았고 현재는 가수 겸 배우 김창완이 진행하고 있다. 라이브 지향 음악 프로그램으로 잔잔하면서도 감미로운 음악 공연을 들려줘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방송 90회 만인 지난해 10월 막을 내렸다.

SBS는 미모의 여배우를 진행자로 내세웠다. 2008년부터 3년간 안방 시청자들을 찾은 '김정은의 초콜릿' 역시 방송사를 대표하는 간판 뮤직 토크쇼다. 가수들을 비롯해 배우, 개그맨 등 인기 스타들이 출연해 노래를 열창했고 현란한 입담까지 선보였다. MC 김정은의 편안하면서도 재치 있는 진행과 게스트들의 수준 높은 공연에 프로그램은 인기 고공행진을 달렸다. 하지만 지난 3월 돌연 폐지 소식을 알렸고, 마지막 방송 당시 김정은은 무대 위에서 아쉬움을 눈물을 보여 화제를 모았다.

comet56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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