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현 기자] 한 여성이 봉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곡예에 가까운 몸동작을 선보인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저 매달려 있는 것도 쉽지 않은 자세.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행여나 미끄러질까 가슴을 졸인다. 하지만 그의 편안한 표정과 유연한 포즈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걱정은 곧 탄성으로 바뀐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이 춤을 두고 흔히 '봉 춤'이라고 부른다. 드라마 혹은 영화 속에서 여성이 남성을 유혹할 때 섹시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자주 등장한 소재이기도 하다. 즉 '봉 춤'은 춤 그 이상의 의미로 대중들에게 각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폴 댄스'라는 이름으로 변신했다. 운동적 특성을 접목해 스포츠 댄스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여름 휴가철을 맞이해 멋진 몸매를 가꾸려는 여성들의 새로운 운동법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폴 댄스라는 이름이 국내에서 알려진 것은 약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폴 댄스의 인지도가 널리 퍼지게 된 이면에는 윤보현(29) 폴 댄스 코리아 원장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윤 원장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폴 댄스를 국내에 처음으로 전파했고, 숨겨진 매력을 알리며 저변 확대에 힘을 썼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연까지 개최하며 폴 댄스 문화 보급을 이어가고 있다. <더팩트>은 지난달 29일 서초구 양재동의 폴 댄스 연습실에서 윤 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 영화 속 '봉 춤' 이미지 '훌훌'…예술성 있는 스포츠
윤 원장이 처음으로 폴 댄스를 접한 것은 지난 2008년 미국 여행 때였다. 우연히 접한 폴 댄스의 매력에 운명처럼 빠져들었다. 아름다운 몸매의 댄서들이 강렬하고 매혹적인 몸짓을 선보이는 것에 한 순간 매료됐다. 환락가의 스트리퍼가 추는 자극적인 춤과 확실히 달랐다. 폴 댄스가 풍기는 화려한 기술과 예술성은 하나의 스포츠로서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폴 댄스를 처음 봤을 때 신세계를 느꼈어요.(웃음) 나중에 일본에 우연히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 곳에서도 이미 폴 댄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어요. 평소 배우고 싶어도 한국에서는 배울 수가 없었죠. 1년 간 일본을 수시로 왕복하면서 폴 댄스를 배웠어요. 그 이후 아예 한국에 폴 댄스를 전파하자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영화 속 '봉 춤'의 퇴폐적인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원장은 다수의 방송에 출연하며 폴 댄스의 스포츠적인 요소를 강조했고 건전한 운동으로 인식 전환을 꾀했다. 특유의 섹시한 매력은 여성들의 아름다움과 자신감을 부각할 수 있는 폴 댄스만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운동이든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함께 지녔다고 생각해요. 벨리댄스 같은 경우에도 최근 '춤추는 요가'라는 이미지가 굳어졌죠. 사실 과거 다산의식에서 기원해 왕의 간택을 받기 위한 춤이었어요. 저는 폴 댄스의 섹시한 측면을 굳이 버리고 싶지 않아요. 단, 지나치게 야하게만 보지 않아주셨으면 해요. 자기 계발의 도구로 훌륭하다고 생각하거든요."

◆ 가장 큰 매력은 '성취감'…다이어트 효과도 '만점'
윤 원장은 폴 댄스의 가장 큰 매력을 성취감으로 꼽았다. 자신의 폴 댄스 철학까지 언급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폴 댄스는 따라 하기 어렵게 생각하셔서 많은 분들이 겁을 내세요. 하지만 도전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따라오거든요? 성취감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어려움 속에서 노력하고 성취에 이르는 과정이 엄청난 뿌듯함이죠."
윤 원장으로부터 폴 댄스 강습을 받고 있는 노지예(24)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헬스나 재즈 댄스도 많이 해봤어요. 폴 댄스는 그보다 훨씬 재밌어요. 무엇보다 오래 할 수 있는 스포츠 같아요. 이제는 삶의 활력소가 됐거든요"라며 폴 댄스 예찬론에 힘을 더했다.
물론 폴 댄스를 하다가 자칫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과체중이거나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은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인식도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윤 원장은 이 같은 걱정에 손사래를 치며 폴 댄스만의 탁월한 운동 효과를 설명했다.
"헬스하시는 분들 중에서 지루함을 느껴 금방 그만두시는 분들이 많아요. 폴 댄스는 어릴 때 철봉 놀이를 했던 것처럼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시간대비 운동량도 러닝머신 뛰는 것보다 2~3배 높아요. 전신을 다 사용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크죠. 외국에서는 단기간에 살을 빼기 위한 사람들이 폴 댄스로 처방 받기도 해요."

◆ 폴 댄스, 올림픽 종목 채택되면? "국가대표 감독 해보고파"
윤 원장의 노력 덕분에 폴 댄스는 국내 도입 3년 만에 과거 '선정적인 춤'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 윤 원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 폴 댄스를 선보였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폴 댄스에 대한 인식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한다.
"나이 드신 분들 앞에서도 폴 댄스 공연을 선보인 적이 있어요. 예술적인 면을 강조했더니 마치 서커스 보는 것처럼 박수를 쳐 주시더라고요.(웃음) 이밖에도 여러 발표회를 하고 나면 관객 분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멋있다'는 말들을 많이 하세요. 저로서는 그만큼 뿌듯한 게 없죠."
잇따른 호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윤 원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폴 댄스 선구자로서 도전을 거듭해온 윤 원장의 최종 목표는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해보고 싶은데 망설이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잠시나마 주변 시선은 신경 쓰지 마시고 한번 도전해보세요. 건강은 물론이고 몸매 관리, 성취감 등 좋은 점이 많은 운동이라는 것을 금세 알게 되실 거에요"
"폴 댄스가 국내에서도 건전한 생활 체육의 하나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어요. 외국에서는 월드 챔피언십 같은 대회도 열리고 심지어 올림픽 종목으로 추천하자는 의견도 많아요. 조금 더 알려진다면 유소년 스포츠로도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봐요. 개인적인 목표요? 앞으로 올림픽 종목으로 폴 댄스가 채택된다면 국가대표 감독에 도전해 보고 싶네요.(웃음)"
<글 = 유성현 기자, 사진 = 문병희 기자>
더팩트 스포츠기획취재팀 기자 yshal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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