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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갑’ 이통사 횡포에 ‘영원한 을’ 세금 폭탄 맞았나?




▲ CP-유선사업자-이통사-정보이용자 관계도/그래픽=손해리 기자
▲ CP-유선사업자-이통사-정보이용자 관계도/그래픽=손해리 기자

[성강현·황진희·황준성 기자] ‘슈퍼 갑’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에 대해 ‘영원한 을’ 유선콘텐츠제공사업자(이하 CP)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통사에게 받을 돈도 제대로 못 받았는데, 결과적으로 이통사의 상식 밖의 회계 처리로 국세청의 엄청난 세금 폭탄을 맞았다는 주장에 기인해서다.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을’이라는 특성상 부당함이나 불이익을 받아도 감내해왔다는 그들은 이번에는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높였다. 이통사의 묻지마 횡포를 더 이상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 CP-유선사업자-이통사, 관계는?

증권, 운세 등 데이터화된 음성이나 실시간 음성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CP 업체는 이통사를 통해 서비스 이용자들이 사용한 060 서비스 요금을 받고 있다. 이통사는 CP업체가 받아야 할 요금을 대신 청구해 받아주고 5%의 수수료를 떼가는 형태다. 즉, 요금 청구 권리가 없는 CP는 이통사 없이 사용요금을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통사는 ‘수퍼 갑’이 되고, CP는 ‘영원한 을’로 불린다.

하지만 CP와 이통사는 직접 계약 관계를 맺을 수 없다. 060전화정보사업은 060회선을 부여받은 유선사업자(KT,온세,데이콤)만 할 수 있는 독점사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CP와 이통사가 060전화정보사업에 참여하려면 무조건 중간단계인 유선사업자를 거쳐야만 한다.

이 둘 사이에서 유선사업자는 CP를 대신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이통사가 대신 받아준 사용요금을 CP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즉, ‘CP-유선사업자-이통사-사용자’ 순으로 시스템이 이뤄진다.

◆ 받지도 않은 돈까지 세금을 내야 한다?

문제는 060 사용자들이 이동통신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고도 요금을 내지 않을 경우다. 사용자들의 미납금(미수금)이 발생하면 이통사는 1년 동안만 추심을 할 수 있다. 그 이후에는 CP에게 미수금 명단을 넘긴다. 하지만 이 경우도 CP 업체들은 요금을 청구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추심할 수 없고, 미수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

평균적으로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고도 납부하지 않은 이용금액은 전체금액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통사가 회수해야 할 정보이용료가 100이라면, 20만큼은 회수 못하고 나머지 80만 회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1년에 걸쳐 회수한 금액). 이통사는 미수금 20을 제외하고 수납된 금액 80만을 유선사업자에게 넘긴다.

CP 업체 주장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이통사는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는 CP 업체로부터 핸드폰 사용자들이 이용한 정보이용료 전체를 100으로 잡은 다음 그 100만큼 매입한 것으로 꾸민다. CP 업체 관계자는 “실제 이통사에 수납된 금액이 80인데도 불구하고 미수금 20까지 모두 받은 것으로 꾸며 CP업체에 100을 지급한 것처럼 처리한다”고 주장했다.

엄연히 미수금 20은 회계장부 상 따로 처리해야 하지만 이통사는 이를 모두 받은 것으로 기장한다는 것. 따라서 이통사는 회계장부상으로 ‘매입(100)-매출(100)=0’을 만든다. 문제는 받지도 않은 미수금을 모두 받은 것으로 처리하면서 발생한다. 이통사는 100을 회계 처리했지만 CP 업체가 실제로 받는 금액은 80에 불과해서다.

이에 따라 CP업체는 받지도 못한 20에 대한 세금을 내는 것이 억울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영원한 을’의 입장이라 그동안 관련 문제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통사에 항변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실제 문제를 제기했었지만 이통사는 번번이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결국 관련 업계는 수천억원 대의 세금을 납부할 여력도 없는 형편에서 이통사의 횡포로 인해 회사의 존폐가 걸려있다는 절박한 입장이다.

한 CP업체인 진일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이통사는 060서비스 사용자들에게 받아야 할 금액 중에서 회수하지 못한 미수금을 모두 포함해 매출로 회계처리를 했다”며 “이통사로부터 미수금을 받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통사와 회계장부 불일치로 국세청의 세금 폭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 계약관계도 없이 매입계산서를 끊을 수 없다!

CP업체들은 자신들과 이통사들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다고 설명한다. 자신들은 유선사업자와 계약관계를 맺었을 뿐, 이통사와는 계약하지 않았다는 것. 따라서 이통사가 CP업체를 통해 콘텐츠(정보이용료)를 매입했다고 회계처리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연일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CP업체들은 060독점사업자인 유선사업자와만 별도의 계약을 맺었다. 이통사와 직접적으로 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이통사와 유선사업자간의 계약관계에 대해 일절 아는 것이 없다”며 “따라서 이통사가 CP업체를 상대로 매입계산서를 끊을 수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와 함께 CP업체들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콘텐츠가 원래 가격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통사가 회계처리 시 CP업체로부터 콘텐츠를 매입했다고 기장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CP업체에 따르면 060서비스 사용요금은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간부터 유선사업자의 장비에서 금액이 산출된다. CP업체가 유선사업자에게 무상(無常)의 콘텐츠를 제공하면, 유선사업자가 이용자의 사용 시간에 따라 금액을 책정한다는 것. CP업체들은 서비스 사용요금을 미리 알 수 없다.

따라서 이통사와 CP업체 간의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용요금을 모르기 때문에 이통사가 CP업체를 상대로 외상 매입 세금계산서를 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CP업체 관계자는 “이통사가 매월 발생된 정보이용료에 대해 그들 매출로는 잡을 수는 있겠지만 매입의 대상을 CP업체로 놓고 절대 매입계산서를 끊을 수 없다”면서 “이는 콘텐츠는 원래 가격이 없었고, 이통사와 계약을 맺은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SK텔레콤 본사(왼), KT 본사
▲ SK텔레콤 본사(왼), KT 본사

◆ 이통사의 반박은?

이에 대해 SKT는 반박하고 있다. SKT는 미수금 20을 포함해 회계처리 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SKT 측에 따르면 수납된 금액 80에 대해서만 수수료(5%)를 떼고 유선사업자에게 넘긴다.

SKT 관계자는 “물론 SKT 회계 상에는 이 미납금액이 계속 누적되면 안 되므로 SKT 회계 상에서만 납부된 것처럼 처리한다”며 “하지만 선사업자에게 넘길 때는 당연히 납부된 내역만 넘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수료 역시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세청 제출 자료 및 손익계산서 작성 시에도 받은 수수료만 가지고 회계 처리한다고 SKT 측은 설명하고 있다.

또한 SKT는 미납분에 대해선 사용자가 납입 할 때까지 추심한다는 입장이다. 단, 미납 고객이 회선 해지를 할 경우 해지 익월까지만 추심한다. SKT가 직접 060 서비스를 하는 게 아니라 수수료를 받고 과금 대행을 할 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금 대행 포기 시 유선통신사업자에게 이관자료를 넘기고, 이 경우에는 물론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KT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국세청의 판단이기도 하다고 부연 설명했다. KT 측에 따르면 국세청은 수납여부와 관계없이 매출을 기준으로 부가가치가 발생했기 때문에 전체 금액에 대해 부가세를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CP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듯 한 뉘앙스를 풍겼다. KT 측은 “CP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무선사업자들 간에 맺은 계약을 변경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SKT 등 타사가 협조한다면 변경할 의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통사가 받는 수수료는 CP와 유선사업자의 계약에 따라 책정하는 것으로 해당 서비스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수납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자료는 결국 CP가 돈을 받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이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분도 법적 검토를 거쳤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앞서 지난 3일 이통사와 CP 간 수익배분에서 이통사가 정보이용료를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배분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이통사와 CP간 불공정 수익배분 실태를 점검했다. 결과적으로 CP에게 제공하는 수익 정산 정보가 구체적이지 않거나, 과금·수납 대행 시 이통사에게 유리하게 계약 조건을 설정하는 등 불공정 행위가 드러났다. 이통사는 CP에게 배분되는 정보이용료를 과금·수납대행하는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부당행위를 해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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