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혜림 기자] 지성미의 상징인 아나운서에게 대중은 빈틈없는 모습을 요구한다. '아나테이너'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시대지만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얼굴'인 아나운서에게 시청자가 신뢰감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이유 탓에 아나운서의 실수는 여타 방송인들의 실수보다 더욱 큰 화제가 된다. 아나운서들의 가벼운 실수는 완벽해 보이는 이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했다는 점에서 웃음을 줬다. 그러나 방송 사고로 이어진 큰 실수나 올바르지 못한 행실은 프로그램 하차, 활동 정지 등과 같은 후폭풍을 몰고 왔다. 아나운서의 정숙하고 모범적인 이미지를 깨뜨린 파격적인 의상 역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진지한줄 알았는데' 웃음 못 참아 방송사고
MBC 배현진 아나운서(28)는 지난해 12월 MBC '뉴스데스크' 진행 중 터져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웃음의 원인은 함께 뉴스를 진행한 최일구 앵커의 파격적인 진행이었다. 서울대공원을 탈출한 말레이곰에 대한 소식을 전한 최 앵커가 "자꾸 도망다니지 말레이"라고 뉴스를 마무리짓자 배 아나운서가 웃음을 참지 못한 것. 배 아나운서는 지난해 11월에도 뉴스 진행 중 능청스럽게 영구 성대모사를 선보인 최 앵커 탓에 폭소를 터뜨려 화제가 됐다. 도도한 인상의 배 아나운서지만 재치 넘치는 최 앵커의 진행에는 냉정함을 유지하지 못했다.
YTN의 이종구 아나운서도 지적인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웃음 방송사고를 내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09년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유행어 '빵꾸똥꾸'에 대한 권고 조치 소식을 전하던 그는 '빵꾸똥꾸'를 읽던 중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 아나운서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려 노력했지만 미소를 띤 표정이 그대로 전파를 타 시청자들의 웃음까지 자아냈다. 뉴스의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코믹한 어감의 유행어 소식을 전하려다 발생한 깜짝 방송사고였다.
MBC 문지애(28) 아나운서 역시 뉴스 진행 중 흘러나온 웃음 탓에 방송사고를 냈다. 그는 지난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소식을 전한 뒤 때 아닌 웃음소리를 내 논란을 일으켰다. 안타까운 사건에 어울리지 않게 웃음을 보였던 탓에 시청자의 원성이 컸다. 이에 문 아나운서는 "마무리 멘트 중 사래가 걸려 무안함에 웃음소리가 났다"고 밝혔지만 빗발치는 시청자의 항의에 결국 뉴스에서 하차하고 말았다.

◆ '정숙한 게 좋아요' 파격 의상 논란
차분하고 정숙한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벗어나 파격적인 노출 의상을 선보인 이들도 논란을 불러왔다. MBC 리포터 원자현(28)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 지난해 그는 몸매가 두드러지는 딱 붙는 원피스, 지나치게 다리를 드러낸 짧은 치마 등을 입고 스튜디오에 서 시청자의 불만을 샀다. 의상 논란이 불거지자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에 민망하셨다면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표했다. 원 리포터는 사과 이후 눈에 띄게 단정해진 모습으로 시청자 앞에 섰지만 최근 현란한 색감에 노출이 심한 디자인의 의상을 다시 입고 등장해 재차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진행한 SBS 윤소영 아나운서(33)는 아나운서로는 이례적으로 짧은 핫팬츠를 입고 스튜디오에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 당시 그는 상대적으로 무난한 반팔 블라우스에 파격적인 길이의 핫팬츠를 입어 '반전 패션'을 선보였다. 이에 "아나운서 의상의 틀을 깼다"는 호의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가족들과 함께 뉴스를 시청하기 민망했다"는 비판적 의견이 우세해 질타를 받았다.
양승은 MBC 아나운서(28)는 파격적인 노출 없이도 의상 논란을 겪어 화제가 됐다. 그는 지난해 MBC '광저우 아시아 경기대회 하이라이트'를 진행하며 살색 원피스와 검정색 재킷을 입었다. 그리 짧지 않은 이 원피스가 시선을 끈 까닭은 바로 컬러 때문이었다. 살색 의상이다 보니 마치 재킷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듯한 착시 현상을 불러왔다. 속옷조차 입지 않고 겉옷을 걸친 것처럼 보인 그의 살색 의상은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 '그놈의 술!' 음주 관련 사건들
말 뿐 아니라 생활도 올바를 것 같은 아나운서지만 술과 관련된 사건 사고에 얽혀 시청자를 실망시킨 이들도 있다. 김기만 KBS 아나운서(37)는 지난 7일 오후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강변북로를 달리던 일반인 운전자의 신고로 현장에서 붙잡힌 김 아나운서는 음주측정을 한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 0.172%의 만취상태로 한번 더 충격을 안겼다. KBS 1TV '행복한 교실' '러브 인 아시아' 등 교양 프로그램에서 훈훈한 외모와 재치있는 진행으로 주목받은 그는 이번 사건으로 방송 출연이 무기한 정지되는 결과를 맞았다.
KBS 서기철(49) 아나운서 역시 지난해 음주 방송으로 물의를 빚었다. 그는 KBS '7시뉴스' 라디오 방송에서 혀가 꼬인 듯한 발음으로 실수를 연발했고 진행 도중 다른 아나운서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등 원활하지 못한 진행으로 청취자를 의아하게 했다. 이에 KBS 측은 "자체 조사결과 불가피한 개인사정으로 외부인과 저녁식사에 곁들여 술을 마셨으며, 감기약을 복용한 것이 실수의 이유"라고 밝혀 당혹감을 안겼다. 결국 서 아나운서는 '7시 뉴스' 진행석에서 물러나는 징계를 받았다.

◆ '말하는 게 직업인데…' 말실수
유창한 말솜씨로 먹고 사는 아나운서들도 때때로 말실수를 저지른다. 지난달 박혜진 MBC 아나운서(33)는 MBC '위대한 탄생'을 진행하던 중 탈락자 발표의 중대한 순간에 도전자의 이름을 잘못 불러 빈축을 샀다. 당시 그는 백청강을 김혜리로, 조형우를 데이비드 오로 호명해 시청자를 혼란에 빠뜨렸다. 이에 "생방송의 묘미"라며 박혜진의 실수를 감싸는 반응도 있었지만 "중요한 순간에 큰 실수를 했다"며 MC 자질에 의구심을 표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한석준 KBS 아나운서(36)는 지난 2009년 KBS 2TV '연예가중계'에서 급성간염으로 입원한 개그맨 박명수의 소식을 전했다. 그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다른 사람이 아프다고 하면 걱정돼야 하는데 이 분은 입원했다고 하니까 웃기다"고 말해 비난을 받았다. "쾌유하시길 바란다"고 진행을 마무리지었지만 시청자의 원성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아픈 사람을 두고 웃다니 예의에 어긋나는 진행이었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아나테이너'의 대표주자 전현무 KBS 아나운서(34)도 말실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서 협찬상품을 소개하던 중 아동복을 잘못 발음해 '야동복'으로 읽었다"고 고백했다. 또 뉴스프로그램 진행 중 자신의 별명인 '유두천사'라는 단어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가 인도네시아의 유도요노 대통령을 '유두요노 대통령'으로 잘못 발음했다는 실수담도 털어놨다. 일국의 대통령 이름을 잘못 읽는 큰 실수로 그는 경위서를 작성해야 했다.
김진희 KBS 아나운서(32)는 뉴스 진행 중 짜증을 내는 목소리가 그대로 방송을 타 곤욕을 겪었다. 멘트를 하기 위해 섞여 있는 원고들을 정리하다 자신도 모르게 "아이씨"라고 푸념을 한 것. 그는 "뉴스의 순서가 뒤엉키면서 무의식 중에 한숨을 쉰 것이 문제가 됐다"고 해명했다.
KBS 황정민 아나운서(40)는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후배 전현무 아나운서가 자신의 진행을 듣고 있다는 사실에 지나치게 긴장해 실수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뉴스를 하던 중 전혀 모르는 생소한 최소 단위가 나와 그냥 '버락그램'이라고 읽었다"고 말했다. 그가 잘못 읽은 단위는 최소 단위의 무게를 지칭하는'욕토그램(yg)'. 황 아나운서는 "그 와중에도 '전현무가 들을텐데'하는 걱정을 했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limakw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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