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소영 기자]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은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한다. 노래방 책자를 펴놓고 목청을 뽐낼 노래를 고르는 순간부터 이미 스트레스는 반쯤 해소되는 듯하다.
그런데 노래 목록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실제 노래 제목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자극적인 표현이나 우스운 제목들이 가득하다. 동화 속에서나 만날 법한 아기자기한 표현도 있고, 등골이 오싹한 제목도 많다. 노래방 기계를 잠시 멈춰 두고 책자 속 특이한 노래 제목들을 살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좋은 노랫말과 멜로디로 귀를 즐겁게 해 주는 것은 물론, 독특한 제목으로 눈까지 반짝이게 만든 노래들은 깜짝 선물보다 더 반갑다.

◆"포복절도하게 만드네"…개그형
개그 콤비 '컬투'의 정찬우(43)-김태균(39)과 당시 신인 개그우먼이던 김미려(29)는 2006년 프로젝트 앨범 '하이봐'를 발표했다. 신비감을 주기 위해 무대에서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등장한 그들의 기본 콘셉트는 기발한 축하곡. '암내 제거 수술 축하해' '첫 생리 축하송' 등 파격적이면서도 재미난 노래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2006년 개봉한 영화 '삼거리 극장'의 OST 수록곡 가운데도 보는 이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노래 제목이 있다. 뮤지컬 배우 한애리(32)가 부른 'X싸는 소리'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직설적이고 파격적인 제목으로 웃음을 줬다. 가사 또한 듣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솔직하고 자극적이라 무심코 들었다가 깜짝 놀랐다는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욕하는 거야?"…자극형
가수 김진표(34)는 강렬한 사운드의 음악을 종종 발표한다. 하지만 멜로디 만큼 강도가 센 노래 제목도 선보인 적이 있다. 2001년 7월 발표한 3집 'JP 3'에 수록된 곡 가운데 '350초 미친X 추격전'이란 제목이 유독 눈에 띈다. 실제 이 곡을 들으면 김진표의 저음 랩이 귀에 착착 감기지만 제목을 보고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을 듯하다.
서태지(39)가 극찬해 유명세를 얻은 그룹 '넬'이 부른 노래 가운데도 자극적인 제목이 있다. 2008년 발표한 '1분만 닥쳐줄래요'가 그렇다. 보컬 김종완(31)이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1분만 닥쳐줄래요. 말 정말 많군요. 대체 그놈의 주둥인 지치지도 않나요'라는 가사를 나긋나긋하게 불러 화제를 모았다.

◆"무슨 의미지?"…궁금증 유발형
걸그룹 '에프엑스(f(x))'의 곡 '누 예삐오(NU ABO)'는 지난해 발표 당시 독특한 제목과 해석 불가 가사로 눈길을 끌었다. 새롭다는 뜻의 영어 '뉴(NEW)'와 비슷한 발음의 '누(NU)'에 혈액형을 가리키는 'A, B, O'를 소리나는 대로 붙인 제목이다. 당시 멤버들은 "자기 세계가 강하고 독특한 관점을 지닌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존재하지 않는 혈액형에 비유했다"고 설명했다.
성인 가요 중에도 제목이 특이한 노래가 있다. 1996년 트로트 가수 전미경(45)이 부른 노래 '여보 난 당신의 무엇입니까'는 제목만으로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김국환(63)의 1집 수록곡 '우리도 접시를 깨뜨리자' 역시 독특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1992년에 나온 이 노래는 주부들에게 집안일로부터 벗어나라고 외치는 곡으로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게 소설이야, 노래 제목이야?…장문형
2007년 솔로 가수 용팔이가 발표한 '너를 잊지 못하는 건 마음의 착각, 너를 떠나 보낸 날의 마음의 병, 눈물 가득 나는 날의 추억의 전주곡, 슬픔의 전주곡'은 제목이 무려 45자나 된다. 용팔이는 이 노래 발표 당시 "국내 가요 중 가장 제목이 긴 노래로, 기네스북 등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그룹 '푸른새벽'의 '우리의 대화는 섬과 섬 사이의 심해처럼 알 수 없는 짧은 단어들로 이루어지고 있었다'라는 노래의 제목도 긴 편이다. 34자로 이뤄져 노래 제목인지 가사인지 헷갈리게 한다. 이 밖에 이기찬(32)의 '시간은 모든 걸 잊혀지게 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모든 걸 기억나게 하죠'나 강산에(48)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도 제목이 긴 노래로 분류된다.

◆"동화 속 이야기 같아"…몽환형
그룹 '러브홀릭'의 노래 제목은 가사나 멜로디와 잘 어울리는 아름답고 몽환적인 것이 많다. 3집 수록곡 '인어, 세상을 걷다'나 '차라의 숲' '달의 축제'는 동화에서나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이와 같은 제목은 곡의 분위기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1993년 데뷔한 남성 듀오 '코나' 역시 예쁜 제목으로 유명하다. 히트곡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나 '마녀! 여행을 떠나다' '아름다운 날들이여 사랑스런 눈동자여' 등 독특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의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렇게 무서운 제목이!"…섬뜩형
'자우림'의 1집 앨범 수록곡 '이틀 전에 죽은 그녀와의 채팅은'은 발매 당시 팬들 사이에서 이슈였다. 섬뜩한 제목과 애절한 멜로디가 잘 어울리지만 어딘가 으스스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자우림'은 2집 앨범에서도 '이런데서 주무시면 얼어 죽어요' 등 음산한 제목의 노래를 여러 곡 쏟아냈다.
대한민국 모든 예비역을 덜덜 떨게 한 가수 수빈(28)의 '너 다시 군대가'라는 곡도 유명하다. 가사를 자세히 보면 군대에 있을 때는 여자친구만 바라보던 남자가 전역 후 바람을 피워 이에 화난 여자가 홧김에 내뱉은 말이다. 하지만 제목 자체만 본다면 군대에 다녀온 남성들에게 이보다 더 무서운 이야기는 없을 것이다. 실제 이 곡이 나온 2009년 발끈한 남성 네티즌들의 악플이 이어졌고 수빈의 미니홈피가 다운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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