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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일의 코리언 레전드]<2> '탁구여왕' 현정화 "中 선수 귀화, 제재 필요"…②편

▶ [김용일의 코리언 레전드]<2> ‘탁구여왕’ 현정화 “北 이분희 편지 전해” 깜짝 고백…①편

헤어짐보다 아픈 그리움을 누구에게 표현할 수 있을까. 리분희라는 이름은 현정화의 탁구 인생에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하루빨리 그가 보낸 편지 속 내용을 들여다보고픈 마음이다.





▲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무이사 겸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 / ⓒ 노시훈 기자
▲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무이사 겸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 / ⓒ 노시훈 기자

"(편지를 공개할 수 있나?) 공개할 수 있는 선에서는 하고 싶어요. 물론 아직 받지는 못했어요. (머뭇거리더니)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관계죠. 정말 20년 만이에요."

벅찬 마음과 떨리는 심정이 교차했다. 그만큼 지바에서 46일은 '통일의 신혼여행'이자 이미 이룬 '작은 통일'이었다. 그리고 1986년 국제대회에서 처음 만나 라이벌로 시작된 리분희와 인연은 어느새 '언니'라는 호칭으로 바뀌었고 '하나 된 남북이 세계 정상에 선' 최초의 순간을 함께했다.





▲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당시 리분희(북측, 왼쪽)와 현정화
▲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당시 리분희(북측, 왼쪽)와 현정화

◆ "영화 '코리아' 주연 하지원, 운동 '감' 뛰어나"

20년이 지난 지금, 지바의 감동과 선수들의 우정이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현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부터 출연 배우들의 탁구 지도까지 열성을 다하고 있다.

"탁구를 소재로 한 최초의 영화이다 보니 정말 기분이 좋죠. 탁구협회 전무로서도 기뻐요. (영화가)정말 잘됐으면 좋겠어요. 요즘 젊은 세대들은 '북한과 통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잖아요? 저는 이 영화가 그러한 부분을 잘 묘사해서 사회에 의미를 던져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회적 화합을 가져오면 더 좋고요. 스포츠만큼 순수한 것도 사실 없잖아요?."





▲ 인터뷰 중인 현정화 감독 / ⓒ 노시훈 기자
▲ 인터뷰 중인 현정화 감독 / ⓒ 노시훈 기자

현 감독에게 영화 '코리아'는 단순히 탁구를 주제로 한 영화 그 이상이다. 자신의 탁구 인생에 또 다른 꿈을 던져 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영화사에서 최초 배역이 정해지지 않았을 때 제가 하지원씨를 추천했어요.(웃음) 당시 시크릿가든이 워낙 인기도 있었지만 운동 선수, 특히 '현정화' 배역이잖아요? 느낌이 확 오더라고요."

시크릿가든 종영을 앞두고 시나리오를 넘겨받은 배우 하지원씨는 흔쾌히 출연을 수락했다고 한다. 역사 중의 역사인 탁구 남북 단일팀, 그것도 전설의 현정화 역을 맡는 것은 영광 중의 영광이다. "(하)지원씨가 시크릿가든 말미에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저에게 탁구를 배우셨어요. 처음에는 어려워하셨죠.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감'이 있더라고요. 운동이라는 것이 운동신경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고, '감'이 있어야 해요. 그런 면에서 정말 훌륭해요. 지금은 현정화처럼 스매싱을 날리는 모양새가 나와요.(웃음)"





▲ '현정화표' 호쾌한 스매싱 동작도 전설이 되고 있다
▲ '현정화표' 호쾌한 스매싱 동작도 전설이 되고 있다

◆ '역대 최연소' 탁구협회 전무…"1초라도 빨리 가고파"

현 감독은 1994년 3월, 25살의 나이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현역 은퇴를 선언했지만 그의 진정한 탁구 인생은 오히려 그때부터였다. 이듬해 10월, 한국화장품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6년 9월 한국마사회 탁구팀이 창단되면서 코치로 부임했다. 이후 15년 간 단 한 차례도 쉬지 않고 후배 양성과 한국 탁구에 기여했다.

그리고 지난 2월 28일, '역대 최연소' 대한탁구협회 전무이사로 선임됐다. "탁구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어른들이 계시지만, 요즘은 2~3년 주기로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잖아요? 그 변화에 맞는 사람이 필요했죠. 어떻게 보면 중간에 껴서 힘들 수 있어요. 개혁이 안 된 상황에서 받아들였고요. 길을 찾아야 해요. 누군가가 발자국을 만들면 따라가면 되지만, 지금은 제가 만들어야죠."





▲ '역대 최연소' 대한탁구협회 전무이사로 선임된 현정화 / ⓒ 노시훈 기자
▲ '역대 최연소' 대한탁구협회 전무이사로 선임된 현정화 / ⓒ 노시훈 기자

똑같은 길을 똑같은 속도로 걸어가면 퇴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앞서서 가야 했다. 그것이 진정한 발전이었다. 1초라도 빨리 가야 했고, 조금 더 성적이 나와야 했다.

"경기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두 번째는 신인 선수들의 발굴이고요. 더 하려는 선수를 밀어낼 필요는 없어요.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면서 올라가는 터를 만들고 싶어요. 향후 10년 정도를 내다볼 수 있는 유망주를 키우고 싶죠."

일반적으로 협회 행정은 단기적인 속성이 강하다. 현 감독은 그러한 부담을 감수하고 전무이사로서 이상향을 그리고 있다. 지혜로운 사고로 국제 경쟁력 뿐 아니라 국내 탁구 시장의 발전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현정화·유남규의 그림자가 크지 않나) 그것은 저희의 업보죠. 사실 다른 종목은 전례가 없어요. 저희가 금메달을 땄기에 현재 어린 선수들이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도 국민들은 만족하지 못해요. 본인들은 처음 딴 메달인데 얼마나 값지겠어요? 어떻게 이것을 깰 것인지도 좋은 선수를 발굴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 태극마크는 현정화 감독 인생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증표이기도 하다
▲ 태극마크는 현정화 감독 인생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증표이기도 하다





▲ 제2, 제3의 현정화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전설' 현정화는 움직이고 있다
▲ 제2, 제3의 현정화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전설' 현정화는 움직이고 있다

◆ 中 선수 귀화는 제재 필요…"만나 보고픈 스타는 이청용"

현 감독은 탁구선수 출신인 김석만씨와 지난 1992년 결혼했다. 슬하에 서연(10)양과 원준 (8)군을 두고 있다. 오랜 합숙 기간으로 함께 계속 생활할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자연스레 엄마로서 점수를 매겨 달라는 질문에는 1초의 망설임 없이 “0점”이라고 답한다. "지금은 인격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단계에서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질 때 미안해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국 선수들의 귀화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석하정, 당예서 선수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고요. 그 친구들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10년을 기다렸어요. 노력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처럼 너무 쉽게 국적을 취득하면 한국 탁구는 망하죠. 누가 치겠어요? 나도 성적을 내고 싶으면 중국 선수를 수입하면 되는데…. 저희가 할 일이고 로드맵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 한국화장품 탁구단 소속으로 CF 모델까지 경험한 현정화 감독
▲ 한국화장품 탁구단 소속으로 CF 모델까지 경험한 현정화 감독

'과거 화장품 CF도 찍으셨는데, 제의가 온다면?' "아, 당연히 해야죠.(웃음) 사실 제의가 온 것은 아니고요. 제가 한국화장품 소속이었는데 광고주께서 사원들한테 설문을 받고 제의를 하셨어요. (좋은 피부 덕분에?) 그런가요?(웃음) 에이, 그건 아니고요. 어머니께서 선머슴 애한테 화장을 한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어색했어요. 가벼운 화장도 아니었고, 처음 해 봤어요."

현 감독은 만나 보고픈 스포츠 스타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청용(23․볼턴 원더러스)을 꼽았다. "참 좋더라고요. 경기도 잘하지만 인터뷰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가볍지도 않고 진중했어요. 프로필을 찾아봤더니 중학교 중퇴를 하고 프로 무대에 진출했더라고요? 그런 점도 생소하고요. 선수로서 중심이 있는 것 같아요. 내면을 보고 싶은 사람 있잖아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식사 한번 해 보고 싶어요.(웃음)"





▲ 이청용(볼턴)의 팬이라고 밝힌 현정화 / ⓒ 노시훈 기자
▲ 이청용(볼턴)의 팬이라고 밝힌 현정화 / ⓒ 노시훈 기자





▲ 한국마사회 탁구단 '수장'이 된 현정화 감독 / ⓒ 노시훈 기자
▲ 한국마사회 탁구단 '수장'이 된 현정화 감독 / ⓒ 노시훈 기자

평범한 삶에 대한 동경도 있었다. 지도자로서 시련도 있었다. 그 과정이 현정화를 영원한 전설의 '탁구 여왕'으로, 한 남자의 아내이자 자녀 둘을 낳은 슈퍼우먼으로 변모시켰다.

남다른 승부욕으로 이뤄 낸 화려한 선수 생활, 그리고 현재의 지도자와 행정가로서 삶, 때로는 불편하기도 하지만 ‘전설’ 현정화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만큼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탁구가 범국민적인 생활스포츠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땀 흘리며 탁구만 열심히 한다고 발전하는 것은 아니죠. 지도자로서 탁구협회 전무로서 새로운 발자국을 남겨 우리 탁구에 끝까지 이바지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현정화, 그는 전설이었다.





▲ 현정화, 그는 또 다른 꿈을 위해 아름다운 질주를 하고 있다 / ⓒ 노시훈 기자
▲ 현정화, 그는 또 다른 꿈을 위해 아름다운 질주를 하고 있다 / ⓒ 노시훈 기자





▲ '포스트 현정화'를 꿈꾸는 탁구 유망주들의 호쾌한 스매싱을 기대한다 / ⓒ 노시훈 기자
▲ '포스트 현정화'를 꿈꾸는 탁구 유망주들의 호쾌한 스매싱을 기대한다 / ⓒ 노시훈 기자

<글 = 김용일 기자, 사진 = 노시훈 기자>

※ [김용일의 코리언 레전드] 세 번째 주인공은 '여자농구의 전설' 전주원 안산 신한은행 코치입니다.

더팩트 스포츠기획취재팀 기자 kyi0486@tf.co.kr

▶ [김용일의 코리언 레전드] <지난 호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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