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혜림 인턴기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를 찾는 해외 뮤지션들에게 한국은 2순위였다. 일본을 방문하는 길에 가까운 한국을 한번 찍고 가는 수준이었다. 일본의 '후지 록 페스티발'을 우선 일정으로, 국내 록페스티벌을 차순위로 끼어 넣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였다. 그러나 최근엔 일본보다 한국 일정을 공연 우선 순위에 두는 뮤지션이 부쩍 늘었다. 열광적인 반응으로 '공연하는 재미'를 주는 한국 관객 덕분이다. 한번 그 맛을 본 뮤지션들이 주기적으로 내한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세계적인 톱스타들을 매료시킨 한국 관객의 매력을 살펴봤다.

◆ 뜨거운 분위기 '이런 공연 처음이야'
캐나다 출신 가수 에이브릴 라빈(27)은 내한 공연마다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한국에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첫 내한 공연때는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에 전 관객이 한꺼번에 자리에서 뛰어올라 안전상의 문제로 공연이 중단되기도 했다. 오는 5월 다섯 번째 내한 공연을 앞둔 그는 "한국 팬들의 열광적 반응을 기억한다"며 "다치지 않도록 조금만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일본 최고의 아이돌 '아라시'는 지난 2006년 첫 내한 후 "한국 팬들의 반응에 기가 눌리는 기분을 느꼈다"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조용한 일본 관객들과 달리 거침없이 환호하고 노래를 따라하는 한국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드러냈다.
미국의 인기 밴드 '마룬 파이브'는 오는 5월 다시 한국을 찾는다. 지난 2008년 첫 내한 이후 두 번째다. 이들은 아시아 투어 중 가장 인상깊었던 공연으로 한국 공연을 꼽았다. '마룬 파이브'는 "공연을 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녔지만 서울 같은 공연은 처음이었다"며 열광적 반응에 감탄했다.

◆ 월드 스타들도 소름 돋는 '떼창' 못 잊어
콘서트장에서 모든 관객이 한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을 시쳇말로 '떼창'이라고 한다. 코러스를 덮어 버릴 정도로 우렁찬 '떼창'에는 팬들의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많은 외국 가수들이 모국어가 아닌 가사를 완벽히 따라 부르는 한국 관객에게 감동하고 돌아갔다. 영국 최고 밴드 '오아시스'의 내한 공연에서는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와 '원더월(Wonderwall)'의 '떼창'이 진풍경이었다. 밴드는 공연 후 트위터에 "한국을 사랑한다"는 글을 남겼다. 나중에는 "일제히 후렴을 따라 부르던 한국 팬들의 모습에 소름이 끼쳤다"고도 전했다.
'메탈리카'는 지난 2006년 내한 공연에 대해 "등골이 오싹할 만큼의 전율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당시 관객들은 노래는 물론 가사가 없는 기타 솔로 파트까지 따라 불렀다. 특히 명곡으로 알려진 '마스터 오브 퍼펫츠(Master Of Puppets)'를 시작부터 끝까지 '떼창'하는 관객들은 '메탈리카'를 감격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2008년 전설적 메탈 그룹 '주다스 프리스트'가 처음으로 내한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팬들 사이에서 유독 인기가 많은 곡 '브레이킹 더 로스(Breaking The Laws)'가 흘러 나오자 보컬은 마이크를 관중석에 넘겼다. 젊은 직장인 남성들이 관객의 다수를 차지해서인지 이날의 '떼창'은 유독 우렁찼다는 후문이다.

◆ '감동주려다 받고 가는' 관객들 깜짝 이벤트
인기 록 그룹 '트래비스'도 한국 관객의 뜨거운 반응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지난 2009년 내한 공연 때 '클로저(Closer)'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일제히 종이 비행기를 날렸다. 사랑하는 이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늘 곁에 있겠다"고 전하는 가사와 어울리는 이벤트였다. '플라워즈 인 더 윈도(Flowers In The Window)'를 부를 때는 종이로 된 꽃가루를 날리기도 했다. '트래비스'는 "종이 비행기들을 챙겨 가 아들에게 보여주겠다"고 감동을 전한 뒤 콘서트 사상 가장 많은 곡을 부르고 돌아갔다.
레바논 출신 가수 미카(28)는 지난 2009년 첫 내한 후 홈페이지에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좋은 공연이었다"는 감상을 전했다. "2010년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한 그는 실제로 지난해 6월 두번째 내한 공연을 펼쳤다. 미카의 발길을 한국으로 향하게 만든 원동력은 관객들의 이벤트. 미카의 첫 내한 공연에서 관객들은 종이 비행기와 금가루를 날리는 깜짝 이벤트를 선보였다. 특히 '위 아 골든(We Are Golden)'이 흘러나올 때 흩뿌려진 금가루는 미카뿐만 아니라 공연 스태프에게도 감동을 선사했다.
limakw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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