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다영 기자] 개그계에 예술가가 등장했다. 은밀한 부위를 가리며 웃음 폭탄을 안기는 KBS 2TV '개그콘서트'의 '발레리NO'코너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4명의 개그맨이 그 주인공이다. 그 가운데 '성광스키'로 불리는 박성광(30)은 오랜만에 정통 코미디로 돌아와 시청자의 배꼽을 빼놓고 있다.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등 시사 풍자 코미디로 정치계의 이목까지 집중시켰던 그는 오랜만에 어깨에 힘을 푼 듯 한결 여유로운 표정이다. 2년 단골집인 한 대학가의 세발낙지집에서 박성광은 특유의 말투와 솔직함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놨다.
★ "엉덩이가 매력 포인트지만 앞은 좀 민망하죠"
"'발레리NO'를 시작하고 나서 절 부르는 칭호가 '성광스키'로 달라졌어요. 기성세대 분들이 더 많이 알아보시고, 특히 아주머니들이(!) 많이 좋아하세요.(웃음)"
인기를 실감 중이다. 인터뷰 중에도 음식점에 온 사람들이 "어머, 어디서 봤다 했더니"라고 반가워하며 사인을 받아갔다. 박성광 본인도 즐기는 눈치다.
4명 가운데 자신이 가장 발레복이 잘 어울린다며 "엉덩이가 매력 포인트"라고 너스레를 떠는 박성광. 하지만 민망함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연예가중계' 팀과 KBS 어린이 합창단이 함께 있는 대기실에선 박성광도 얼굴이 붉어진다고.
"발레복을 입은 상태로 리허설도 하고 대기실도 돌아다녀요. 동료 개그맨들이야 별반 부끄러울 게 없는데 저희 대기실 옆에 어린이 합창단이 붙어 있어서 좀 민망해요. 어머니들이 아이들과 함께 다니시는데 저와 마주치면 '어머~ 안녕하세요'라고 반기시면서 손으로 아이의 눈을 가리시더라고요.(웃음)"
대신 끊임없이 제기됐던 박지선과 로맨스 확률은 0%가 됐다. 박성광은 "제가 발레리NO를 하고 나서 박지선이 더 확실히 절 정리한 것 같아요"라며 "남자친구를 한번도 사귀어 보지 않은 친구라 그런지 발레복을 입은 제 모습을 보고 정이 떨어진 듯해요"라고 말했다.

★ "오디션 프로그램 원조인 '개그사냥' 탈락의 충격은"
박성광은 개그맨 데뷔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기성세대가 더 많이 알아보게 된 것은 연기자, 예능인으로 진출이 활발한 개그맨으로서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또 얼마 전 김병만의 '달인' 코너가 일본에 진출, 호평받고 있는 데에 이어 '발레리NO'도 섭외가 들어온 상태라 겹경사를 맞았다.
물론 예전에도 박성광은 누구나 아는 개그맨이었지만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은 아니다. 쓰디쓴 패배에 일주일을 앓아눕기도 했다.
"'개그사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당시 정태호와 둘이서 대박 날 것 같다며 녹화했는데 평이 좋지 않았어요. 아마추어 프로그램이라 심사위원이 있었는데 김미화 선배님을 비롯해 방송 PD들께서 '관객에 웃음을 강요한다', '재미없다'라며 혹평하셨어요. 꼴찌였죠. 거짓말 안 보태고 일주일을 앓아누워 있었어요. 태호와 언젠가 그 프로그램 꼭 다시 하자 했는데 지금 봐도 아니다 싶었던 차에 작가가 '이런 건 어떻겠냐'며 슬쩍 놓고 간 기획을 하이에나처럼 덥썩 물었어요. 반응이 좋아서 즐겁습니다."
2007년 데뷔 후 5년째. '개그사냥'에서 겪은 아픔을 가슴에 담고 질주해 온 그는 누구나 보면 방긋 웃게 되는 기분 좋은 개그맨으로 성장했다. 그가 꾸렸던 개그 코너들과 유행어도 꾸준히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그의 유행어처럼 가장 재밌었던 프로그램만 회자되고 있는 현실.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져 과거의 프로그램을 되살릴 수 있다면 박성광은 박영진과 함께 했던 '할리우드 액션'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할리우드 액션'은 자장면 배달원과 사장이 주문 전화가 오면 바로 받지 않고 숫자를 센 뒤 몸을 날려 전화를 받는 식의 일상생활에서 오버액션이 주는 웃음을 유발하는 코너였다. 박성광은 "개그맨이 되자마자 아이디어를 내 딱 한 주 나갔던 코너가 '할리우드 액션'이에요"라며 "영진이와 제가 신인이 아닌 지금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설명했다.

★ "박신양 씨와 비슷한 캐릭터 연기하고파"
박성광은 기발한 유행어, 참신한 소재의 개그를 위한 아이디어를 영화를 보며 떠올릴 때가 많다.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도 '올드보이'와 '바람난 가족'에서 착안해 탄생시킨 코너다. 영화를 보며 감정이입을 하다 보니 울기도 많이 운다는 그는 연기가 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작 '헬로우고스트'를 보며 주연이었던 차태현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는 박성광은 "얼마 전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보러 갔다가 너무 많이 울어서 함께 갔던 여성분과 연락이 잘 안돼요"라고 농을 치며 "생각 외로 감성적이라 남들은 별로 안 슬픈 장면에서 울곤 하는데 연기하기엔 좋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라고 자신을 어필했다.
특히 충무로의 신성 배우 송새벽과 닮았다는 평을 들으며 더욱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어눌하면서 안경 끼고 약간 각진 얼굴…. 그렇게 생긴 얼굴형이 있어요. 저도 보면서 닮은 것 같다 생각하기도 하는데 솔직히 송새벽 씨와 얼굴이 비슷하다기 보다는 캐릭터가 비슷한 것 같아요. 외모는 다릅니다! 전 박신양 씨와 닮았다고 생각해요.(이 부분에서 박성광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박신양 씨가 연기하는 캐릭터와 비슷한 역할을 맡아 연기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그를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욕심일지 모르지만 혹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제작진이 허락하는 한 이수근이나 김병만처럼 꾸준히 '개그콘서트'에서 개그를 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이제 만 서른의 나이인 박성광은 꼭 10년 후 자신의 사업을 병행하며 개그맨으로서, 연기자로서 살아가고 싶다고 한다. 개그맨으로서 시사적 개그프로를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자신의 꿈을 들려 주며 박성광은 내친 김에 방송 당시 정치색이 담겼다며 논란을 일으켰던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요즘 들어 시사 풍자 개그는 하지 않고 있어서 다음 코너는 시사적인 것으로 꾸며 볼까 생각만 하고 있어요.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도 지나치게 시사적이라 단명했잖아요. 그것에 대해 미련이 많이 남지는 않아요. 아쉽지만 즐겁게 했고 박수칠 때 떠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해요. 혹 다시 기회가 온다면 물론 하고 싶죠. 시사 개그가 사실 현장 반응은 그렇게 좋지 않거든요.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 있기 때문인데 그게 시사 풍자의 매력이기도 하죠. 그래서 원래 하던 것처럼 바보로 나갈까, 아니면 시사에 다시 도전할까 굉장히 고민하고 있어요. 무엇을 하든 늘 즐겁게 웃으며 지켜봐 주셨으면 해요. 전 잘생긴 호감형 개그맨이니까요!(웃음)"
dymo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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