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가연 기자] "연기 10년차, 코믹·액션·멜로에 아직도 목말라요"
2년 6개월 만이다. 지난 2008년 MBC 드라마 '대한민국 변호사' 종영 이후 군입대와 제대, 그리고 MBC '마이프린세스'를 마칠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는 변함이 없었다. 깔끔한 외모와 여전히 수트가 잘 어울리는 기럭지는 류수영(32)임을 말하고 있었다.
연기 데뷔 10년차인 류수영을 완성하는 단어들은 생각보다 한정적이다. 악역전문, 수트 종결자 등 드라마 속 모습들이 그를 완성했다. 얼마 전 종영한 MBC 드라마 '마이프린세스' 속 남정우도 그랬다. 항상 젠틀한 모습에 타이트하게 목을 감싼 넥타이까지 전부 류수영다웠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편안한 똥싼바지를 좋아하고 조용히 있는 시간을 즐긴다. 고민도 생각도 많다. 책 읽는 것을 즐기고 조용한 음악으로 피곤함을 달랜다. 쉬는 시간 틈틈히 시사 프로그램도 챙겨본다.
류수영을 만나 그의 연기인생과 군 생활, 그리고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오래 쉰 만큼 연기에 대한 갈증은 더 깊어져 있었다.

◆ "나에게 軍이란"
류수영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약 2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9월 제대했다. 입대 전 부담도 컸다. 매니저와 코디로 이루어진 소규모 생활에 익숙해진 까닭이다. 그동안 인간 관계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작았기에 대규모 군대 사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진짜 걱정 많이 했는데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한꺼번에 여러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것 같았죠. 함께 자고 생활하면서 대식구에 대한 개념도 다시 생겼어요. 대가족으로 살아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죠."
규칙적인 군 생활은 오히려 그에겐 약이 됐다. 정해진 기상시간, 식시시간과 훈련시간까지 정해진 대로 살아온 적이 없는 그에겐 자신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
"군대에서 오히려 피부가 좋아졌어요. 평소엔 하루에 한번 하던 샤워를 군대에선 두 번씩 했죠. 아이크림도 군대에서 처음 발랐어요. 막사 안이 건조해서 피부관리에 집중했죠(웃음). 샴푸도 한방성분이 들어간 제품만 썼다니까요. 지금의 깨끗한 피부는 군생활이 만들어준 거죠."

◆ "태희씨와 연기호흡…전 나라만 구했죠"
'마이 프린세스'는 제대 후 첫 작품이었다. 그는 드라마 속에서 남정우로 변신해 젠틀한 모습으로 여심을 흔들었다. 하지만 극중 김태희(31)의 사랑을 듬뿍 받는 역으로 분해 남성들의 때아닌 질투를 받았다. 김태희와의 연기호흡은 어땠냐고 묻자 "나는 나라만 구한 남자"라고 말한다.
"김태희와 호흡을 맞춘다고 하자 모두 부러워했어요. 하지만 정작 부러웠던 것은 송승헌(35)씨였죠. 승헌씨는 태희씨와 키스신이 있었지만 저는 없었거든요. 승헌씨는 전생에 우주를 구했나봐요. 저는 나라밖에 구하지 못했지만….(웃음)"
송승헌, 김태희, 박예진(30)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또래다 보니 연기하기 수월했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제대 후 첫 드라마이기에 많이 긴장했다. 하지만 마음에 맞는 배우들이라 눈빛만 봐도 쉽게 알았고 그렇기에 현장에서도 서로 편하게 대했다.
"30대 초반의 또래들이라 현장에서는 에너지가 넘쳤어요. 다들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서로 많은 자극을 받기도 했죠. 대본도 급조된 것이 아니었기에 미리 준비할 시간이 있었어요. 드라마 끝나고 사석에서 한 번 보자고 했지만 아직 만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 "예진씨 열애요? 눈치 챘었어요"
얼마 전 열애사실이 알려진 박예진 이야기를 대뜸 물었다. "박예진씨와 박희순(41)씨와의 열애설 알고 계셨나요?" 류수영은 곰곰히 생각한 후 "지금 생각해보니 통화를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예진씨가 원래 촬영장에는 일체 휴대전화를 들고 오지 않는데 촬영 후반부터 휴대전화를 많이 만지작 거리더라고요. 연애하느랴 그랬나봐요.(웃음)"
그런 그에게 현재 여자친구가 있냐고 묻자 얼마 전 헤어졌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군대에 있는 동안 헤어졌어요. 눈에서 멀어지니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맞나봐요. 연락을 잘 안하게 되니 헤어지더라고요."
만약 그에게 여자친구가 생기면 공개할까.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절대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 연애는 지극히 사생활적인 부분이라 여자친구를 위해서라도 지킬 수 있는 데까지는 지키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다.
"자연스럽게 공개가 된다면 말하겠지만 제 입으로 먼저 공개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 친구에게도 미안한 부분이고요. 32살이 되니 주위에서 결혼하라는 말을 많이 하세요. 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어요. 재는 것 없이, 묻지도 따지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여자가 나타났을 때 그때 하고 싶어요"

◆ "극과 극 캐릭터…도전에 목마르다"
13편의 드라마와 3편의 영화. 그것도 주연급. 지난 2001년 데뷔한 이래 10년 동안 그가 쌓은 필모그래피다. 또래 배우들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띌 만한 경력이다. 다작을 많이 했지만 눈에 띄는 대표작은 없다. 젠틀남이라는 정형화된 캐릭터는 작품 선택에 테두리를 치게 만들었다.
"코믹한 배역을 하고 싶어요. '마이 프린세스' 촬영 중에 태희씨가 잘 어울린다며 자꾸 하라고 하더라고요. 재미있는 캐릭터는 하면서 스스로 많이 웃고 느끼게 되니까 밝아지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저에게서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시길 원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차기작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영화보다는 드라마를 할 생각이다. 그 동안 대중들을 보지 못했던 만큼 가까이 하고 싶다는 게 그의 의지다. 캐릭터에도 변화를 줄 생각이다. 극과 극을 오가거나 혹은 정말 평범한 캐릭터를 류수영식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바닥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아니면 상위 0.1% 최상위 재벌 연기도 탐이 나죠.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적인 고민이 느껴지는 역할에 눈길이 가요. 전형적이지 않은 그런 보통남, 쉬운 것 같지만 가장 어려운 캐릭터를 하고 나면 캐릭터를 보는 눈이 한결 커지지 않을까요?"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