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경제
[단독] 리제트 리, 삼성家 손녀 현지확인…변호사 "할머니, 故 이병철 혼외부인" (종합)

▶ 리제트 리 "삼성이 부인해도, 난 창업주 손녀"
▶ '생모' 코린 리, 故 이병철 회장의 혼외 부인 딸

[콜럼부스, 오하이오주(미국)=이명구·성강현·임근호기자] "삼성그룹에서 내 존재를 부인할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난 故 이병철 회장의 손녀다. 삼성에서 부인해도,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5일(현지시간) 6시 미국 오하이오주 델라웨어카운티 구치소. 리제트 리를 면회하고 돌아온 변호사 제임스 오웬의 표정은 다소 밝아 보였다. 의뢰인 리제트 리의 안색이 전보다 좋아졌다며 한시름 놓았다.

오웬은 "리제트는 삼성그룹의 공식입장에 많이 실망한 게 사실이다. 이미 그들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손녀인 자신을 모른척하니 혼란스러워했다"면서 "그래도 지금 훨씬 표정이 밝아져 다행이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4일 리제트 리는 100여 kg의 마약을 전세기로 운반하다 오하이오주 콜럼부스 공항에서 미국 연방검찰에 체포됐다. 당시 그녀는 FBI 수사 과정에서 삼성의 상속녀라는 주장을 했다. 자신이 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손녀라는 것.

삼성은 부인에 나섰다. 사실무근이라는 것. 둘의 혈연관계를 묻는 취재진에 "창업주인 故 이병철 회장과 리제트 리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삼성家의 일원이 아니며, 삼성그룹과도 무관하다"는 공식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리제트 리 측은 진지했다. 삼성의 공식부인에도 불구 가족대변인 '퀀텀립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혈연관계를 반복해 설명했다. 리제트의 모친인 코린이 故 이병철 회장의 딸이라는 것. 따라서 리제트는 창업주의 손녀라는 주장이다.

과연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을까. 리제트 리는 故 이병철 회장의 손녀가 맞을까. 그에 앞서 모친으로 알려진 코린은 누구일까. 코린이 이병철 회장의 딸이라면 그는 왜 삼성가의 일원으로 살지 않을까.

더팩트 취재팀이 리제트가 수감된 오하이오주 콜럼부스를 찾았다. 이번 사건을 4개월 이상 취재한 유력 지역지 '콜럼부스 디스패치'의 케시 그레이 기자, 사건을 수사중인 연방검찰 티모시 프리차일드 검사, 리제트의 변호사인 제임스 오웬과 측근 등을 만나 의혹에 접근했다.

◆ 리제트 리, 누구인가?

5일 10시. 프랭클린 카운티 법원 기자실에서 만난 '콜럼부스 디스패치'의 케시 그레이 기자는 지난 4개월간 리제트 리를 취재한 결과물을 들고 나왔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법원출입기자인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녀가 삼성 창업주의 손녀"라고 말했다.

케시는 지난 4개월 동안 다양한 루트를 통해 리제트 사건을 추적했다. 리제트와 함께 체포된 일행을 만났고, 리제트의 측근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 리제트의 가족 대변인인 '퀀텀립엔터테인먼트'와도 수차례 접촉했다. 또한 '오프더레코더'를 요구한 정부기관 사람들의 소스도 곁들였다.

케시에 따르면 리제트는 한국에서 태어난지 3주 만에 양부모인 이범걸과 이숙범에게 입양됐다. 리제트의 친모는 코린 리, 친부는 요시 모리타다. 그 역시 입양된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리제트가 엄청난 재산을 바탕으로 호화롭게 지내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증명했다.

실제로 리제트의 소유의 차량은 벤틀리 2대와 롤스로이스 팬텀,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벤츠 등을 타고 다녔다. 케시는 "함께 움직인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은 리제트를 어느 누구도 건들 수 없는 인물로 묘사했다"면서 "최고가 럭셔리카는 물론 다이아몬드가 박힌 휴대폰을 들고 다녔다"고 말했다.

케시가 리제트를 삼성그룹과 연관짓는 이유는 가족 대변인과 정부기관 관계자의 증언이 결정적이다. 케시는 "퀀텀은 수차례 통화에서 리제트가 이병철 회장의 손녀임을 가족의 입을 빌어 전했다"면서 "또한 익명을 요구한 정부기관으로 부터 몇가지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리제트 리, 생모는 누구?

리제트의 변호를 맡았던 이전 변호사 윌리엄 믹스는 취재팀과의 전화통화에서 "직업윤리상 이전 의뢰인에 대한 정보를 밝힐 수는 없다"면서 "대신 콜럼부스 디스패치의 기사를 참조하면 된다"며 케시의 기사에 힘을 실었다. 이어 "연방검찰 역시 리제트에 대한 모든 비밀을 알고 있다"는 힌트를 덧붙였다.

오후 2시 30분. 마르코니에 위치한 연방검찰청에서 만난 티모시 프리차일드 검사는 최대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티모시 검사는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이라 진행사항을 알려줄 수 없다"면서 "한국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관심이 많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드러난 사실 확인에는 인색하지 않았다. 우선 리제트의 양부모가 이범걸과 이숙범이라는 것을 밝혔다. 그는 "리제트는 한국에서 태어났다. 생후 3주 만에 생모인 코린의 손에서 떠났고, 양부모인 이범걸과 이숙범의 손에서 자랐다"고 말했다.

또한 리제트와 친모인 코린이 연락을 주고 받는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보통 입양의 경우 친모는 자식과 연락을 끊기 마련. 그러나 리제트의 경우는 특이했다. 친모와도 연락하고 있었으며, 이모인 이진미와 양부모는 LA 현지에서 각별하게 지내고 있었다.

연방검찰청은 끝으로 처음 심문한 내용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 자리에 함께 동석한 검찰청 대변인인 프레드 알버슨은 "리제트 기소장에 그녀의 혈연관계가 언급돼 있다. 故 이병철 회장의 손녀라는 내용이다"면서 "가족관계에 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은 연방마약수사국이 갖고 있다"고 정리했다.

◆ 생모, 코린 리의 비밀

리제트가 故 이병철 회장의 손녀임을 증명하기 위한 전제조건. 모친인 코린 리에 대한 정보다. 리제트에 대한 가족관계를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변호사인 제임스 오웬. 취재팀은 담당 변호사인 제임스를 오전 11시 30분과 오후 4시 30분, 그리고 6시 등 3차례에 걸쳐 만났다.

4시 30분과 6시 만남은 현재 리제트가 수감돼 있는 델라웨어카운티 구치소 앞에서 이루어졌다. 이날 오웬은 의뢰인인 리제트와 면회가 예정돼 있었다. 취재팀은 오웬에게 몇 가지 질문을 대신 부탁했다. 리제트가 삼성가의 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 배경과 코린과 창업주의 관계에 대한 것들이었다.

리제트에 따르면 그는 친모인 코린으로부터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코린이 직접 딸인 리제트에게 "너는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손녀"라고 말한 것. 양부모도 이 관계를 알고 있어 리제트는 의심할 여지 없이 이런 사실을 받아 들였다.

만약 리제트가 삼성 창업주의 손녀라면 생모인 코린은 고인의 딸이 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故 이병철 회장의 법적자녀는 10명. 한국인 부인 사이에서 이인희, 이맹희, 이창희, 이숙희, 이순희, 이덕희, 이건희, 이명희가 태어났으며 일본인 부인 사이에서 이태희와 이혜자를 얻었다.

신뢰할 만한 정보통에 의하면 코린 모친의 한국 이름은 HY. 코린이 법적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딸은 아니다. 제임스 변호사는 "코린은 故 이병철 회장과 혼외관계로 태어난 딸이다. 법적인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코린을 딸로 신고할 수 없었고, 코린 역시 자신의 딸을 호적에 올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 버려진 딸과 손녀의 아픔

리제트의 최측근으로부터 확인한 결과 한국 이름은 이지영이었다. 하지만 리제트는 결코 이지영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다. 지난 29년간을 철저히 미국인 리제트로 살 수 밖에 없었다. 생모인 코린이 한국에 살고 있었지만 그 또한 함께하지 못했다. 양부모와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런 그녀가 전용기로 마약을 운반하다 체포됐다. 그 때 처음 한 말이 자신의 뿌리에 관한 것.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故 이병철 회장의 손녀라는 이야기였다. 제임스는 "너무 갑작스레 당한 일이라 당황했다. 그래도 믿을 곳은 자신의 뿌리인 삼성가 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처음으로 입 밖에 꺼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 측의 반응은 냉랭했다. 처음부터 부인으로 일관했다. 리제트 이런 삼성의 반응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제임스에 따르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숨겨왔는데 앞으로도 계속 숨길 것이며, 아니 영영 숨기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현재 리제트는 다시 건강을 되찾았다. 최초 수감된 플랭클린 카운티 구치소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등 심경에 변화를 보였지만 지금은 혈색도 좋아졌단다. 또한 사건 이후에도 생모인 코린과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있다.

리제트는 변호사를 통해 "어머니 코린이 왜 할아버지에게 숨겨진 딸일 수 밖에 없는지 알고 있다. 할머니가 법적인 부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면서 "그 일이 지금 내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은 부인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버려진 손녀로 살아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관련기사>

▶ [단독] "마약운반에서 故 이병철 손녀까지"…리제트 리, 삼성家 주장 사건일지

▶ [단독] "연방검찰, 변호사, 법원기자"…리제트 리, 오하이오 현지 추적 취재기

▶ 삼성그룹, 리제트 관련 답변 반복…"기존 입장 그대로 유지"

<콜럼부스, 오하이오주(미국)=이명구·성강현·임근호기자, 재미언론인 안치용기자>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