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황준성기자] 자주국방 넘어 세계로 진출하는 K2 전차
국내 방산 시장이 성숙단계에 들어섰다. 방위산업체들은 더 이상 국내 시장만 바라보지 않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 중 현대로템이 자랑하는 K2전차(흑표)는 지난 2008년 터키와 계약을 체결, 전차 수출에 포문을 열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함정 및 잠수함 기술에 이어 전차 기술도 세계에서 인정받게 됐다.
지난 8월27일 방위사업청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방산수출액은 2009년 10억3,000만 달러(한화 약 1조2,000억원) 대비 30% 증가한 15억 달러(한화 약 1조7,000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수출 효자산업인 조선업(2009년 372억 달러,한화 약 43조원)에 비해 국내 전차와 자주포를 비롯한 방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그 성장세는 괄목할만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분석.
업계 관계자는 “2006년 2억5,000만 달러(한화 약 2,900억원)에 불과했던 방산 수출액이 불과 4년만에 6배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이는 과거 탄약류와 주요 장비의 부품류 위주에서 전차, 자주포, 함정 등으로 수출이 변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2012년 방산수출액은 올 해의 두 배인 30억 달러(한화 약 3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첫 세계 100대 방산기업
현대로템은 미국의 군사전문잡지 디펜스뉴스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방산업체’에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2년 연속 올랐다. 지난 2009년 터키와 맺은 약 3억8,000만 달러 (한화 약 4,400억원)규모의 전차 기술 수출이 한몫 했기 때문. 또 국내 최초 ‘방산 수출 10억 달러 달성’이라는 목표에 38%를 차지하는 기염도 토하면서 우리나라 방산업 증진에 톡톡히 제 몫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로템이 터키와 계약한 전차기술 수출은 시제품 4대를 포함하면 모두 약 4억 달러 규모로 전체 수출액 10억 달러 달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이로 인해 국내 전차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으며 차후의 수출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도 “계약 규모만 약 4억 달러로, 지난 2001년 K-9 자주포(10억 달러)에 이어 방산 수출 역사상 두번째로 큰 규모다”며 “무엇보다 미국의 M1-A2, 프랑스의 르클레르 등 선진국 주력 전차와 경쟁에서 이겼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 현대로템의 자랑 K-시리즈 전차
국내 최초 전차 수출의 첫 포문을 열며 국내 전차 기술력을 세계에 알린 차세대 전차인 K2(흑표)전차는 중량 55t에 엔진출력 1,500마력, 4.1m의 잠수 도하 깊이를 자랑한다. 또 120mm의 주포구경에 자동장전 탄약 장전방식, 자동추적탐지를 가지고 있다.
K2전차의 뛰어난 성능 자랑에 흠뻑 빠진 현대로템 관계자는 “디지털 기반의 인간공학적 설계로 전투효율을 극대화 한 신개념 전차”라며 “장포신과 신형탄 적용으로 획기적으로 증대된 화력, 고출력 소형파워팩과 현수 및 항법장치가 보장하는 기동력, 신소재 장갑재와 능동방호시스템 등으로 강화된 생존성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어 “3차원 입체 전장관리 능력과 사격통제장치 및 각종 제어장치의 고도 지능화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신도 “표적 근방에서 터진 뒤 파편 망을 만들어 공격하는 HEAT-MP탄(다목적 성형 작약탄)은 K2전차의 최대 강점인 헬기 교전능력을 가능케 한다”며 “55t의 육중한 몸을 시속 70km 달릴 수 있는 뛰어난 기동성을 갖추고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전차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K2전차는 이처럼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정받으며 국내 전차 기술을 세계로 전파하고 있다. 그러나 K2전차가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것에는 K2전차의 전 모델인 K1A1전차의 공이 크다. K2전차의 기반기술의 근원이 K1A1전차에서 비롯됐기 때문.
K2전차의 모태인 K1A1전차는 지난 1983년 미국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제작된 K1 전차와 달리 독자기술로 개발됐으며 국내 최초 120mm 활강포를 장착해 화력 및 전투사거리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또 중량 53.2t에 엔진출력 1,200마력을 뽐내며 기동전차(최고속력 65km)의 시작점을 만들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포·포탑 구동장치, 탄도계산기의 성능개선 및 주·야간 작전이 가능토록 전차장조준경의 성능을 개량했다”며 “80년대 K1전차에서 2010년대 K2전차로 가는 중간단계에서 군 전력화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현대로템에는 2대의 전차가 더 있다. 바로 K1구난전차와 K1교량전차. 먼저 K1구난전차는 전장에서 손상된 장갑차량 및 기동차랑에 대해서 신속하게 구난 및 정비를 할 수 있다. K1구난전차의 크레인 시스템은 최대 25t까지 인양할 수 있으며 주원치 시스템은 활치를 이용해 최대 70t까지 견인할 수 있어 전차뿐만 아니라 지상무기 체계를 모두 견인할 수 있다.
K1전차 체계를 기본으로 개발된 K1교량전차는 단 2명의 승무원으로 교량가설 및 회수를 포함한 모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 길이 22m, 폭 4m의 가위형 교량을 3분만에 가설할 수 있으며 60t의 차량이 통과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로템은 공격형 전차인 K2, K1A1전차뿐만 아니라 비공격형 전차에도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며 “세계에서도 점차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 포신 결함, 엔진 결함 등으로 굴욕
하지만 최근 K-시리즈 전차의 결함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현대로템의 K-시리즈 전차는 ‘명품전차’라는 명예에 타격을 받았다. 먼저 지난 1987년부터 실전 배치된 현대로템의 K1전차는 포신파열사고, 전차화재 발생, 전차 변속기 결함 등 각종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15일 “K1전차는 그 동안 포신파열사고가 총 9회, 부품을 혼합사용해 화재발생, 변속기 기술결함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해 이에 맞는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K1전차의 변속기 결함은 K1전차의 개량형인 K1A1전차에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지난해 말 방위사업청에 해결책 마련을 주문했다. 방위사업청 및 업체 관계자는 “한국기계연구원에 결함의 원인 규명을 위한 검증시험을 의뢰했다”며 “올해 예정돼 있던 K1A1전차의 납품을 내년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계연구원은 현재 3대의 변속기를 대상으로 오는 2011년 4월까지 원인규명작업을 벌일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또 차세대 전차인 K2전차에서도 결함이 발견돼 현대로템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전차의 심장인 엔진 파워팩에 결함이 생겼기 때문. 전차는 육중한 무게와 그 특성상 엄청난 힘을 필요로 하지만 K2전차의 엔진은 이 힘을 제대로 내기는커녕 아예 멈춰버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로템 관계자는 “K2전차의 엔진은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생산 한다”며 “K2전차에서 발생한 엔진 문제는 현대로템의 문제로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하지만 엔진 결함이라고 해도 K2전차를 생산하는 업체는 바로 현대로템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모두 두산인프라코어에 전가시킬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전차와 첫 전차의 수출이라는 명성에 타격을 받지 않도록 어서 빨리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며 “국방의 한 축을 책임지는 국내 전차들이 결함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세계에서 K2전차가 위용을 뽐내기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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