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진희기자]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손자 이재찬씨의 마지막 길은 외롭고 쓸쓸하기만 했다. 생활고와 외로움에 시달려오다 18일 오전 갑작스런 죽음을 택한 고인의 장례식장은 적막 그 자체였다. 이날 발인식은 형 재관씨, 동생 재원씨, 부인 최선희씨와 두 자녀 등 유가족을 비롯해 배호원 삼성정밀화학 사장과 유석렬 삼성토탈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쓸쓸하게 진행됐다.
이씨의 발인이 치러지는 20일, 서울 일원동 삼성의료원은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했다. 국내 최대 재벌가 3세의 마지막 가는 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여기에 유족들의 반대로 빈소조차 마련되지 않아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깊었다.


이씨의 숙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사촌동생 이재용 부사장은 현재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유스올림픽에 참관중으로 장례식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또 이씨의 숙모인 홍라희 여사와 사촌동생 이부진씨, 이서현씨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삼성일가의 무관심이 오랫동안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사장과 함께 홍라희 여사, 이부진씨, 이서현씨 역시 현재 싱가포르에 머물러 있어 장례식장에 참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한편 발인 직전 이건희 회장의 근조화환이 도착해 잠시 장내가 술렁였으나, 확인 결과 이씨가 아닌 다른 고인의 빈소로 배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악상(惡喪)으로 인해 빈소가 마련되지 않아 근조화환을 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또한 숙부가 조카에게 근조화환을 보내는 것은 우리나라 정서상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굴지의 대형 S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악상에 근조화환을 보내지 않는다는 말은 근거없는 소리"라며 "가족끼리 근조화환을 보내는 경우는 드물지만, 국내 정서에 맞지 않거나 그른 행위는 아니다"고 했다.
경주이씨 종친회 회장인 이갑수씨는 "이씨 가문을 대표해 국화꽃 12송이를 헌화했다"며 "핏줄을 나눈 혈육끼리 기쁜 일에만 얼굴도장을 찍으려고 나타나고 슬픈 일에는 외면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그룹에서 유석렬 삼성토탈 사장과 배호원 삼성정밀화학 사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이씨의 형인 이재관씨도 뒤늦게 장례식장을 찾았다. 또 미망인 최씨와 고등학생과 중학생인 두 아들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미망인 최선희씨는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의 장녀로, 5년 동안 별거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18일 오전 7시 이씨는 자신이 월세로 살던 아파트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오랜 생활고와 우울증으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고 직전 이씨는 이 아파트 5층 자기 집에 혼자 머물고 있었으며 최근 5년 간 가족과 떨어져 이곳에서 홀로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이씨의 시신은 거주지 인근의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검찰의 검시를 마치고 같은날 오후 8시께 삼성의료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유족들의 뜻에 따라 빈소는 마련되지 않았다.
상주는 이씨의 매제이자, 전 라이프그룹 조내벽 회장의 아들인 조명희씨가 맡았다.
고인은 경기도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된 뒤, 아버지 묘소가 있는 충북 충주 가금면에 묻힐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김용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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