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손충당금 잔액 9.1% 감소…커버리지 54.21%p 하락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우리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자산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부실채권 규모가 1년 사이 약 30% 급증한 반면 대손충당금 잔액은 오히려 감소하면서 부실채권 대비 충당금 방어력도 크게 약화됐다. 대기업 중심으로 여신 확대가 이뤄지는 가운데 기존 중소기업대출의 부실 부담은 여전히 커지는 모습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 말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7%로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0.41%, 0.42%를 기록했으며 하나은행은 0.67%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의 연체율은 KB국민은행의 약 1.9배, 신한은행의 약 1.8배에 달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건전성 악화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3분기 0.56%였던 우리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년 만에 0.21%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전체 연체율도 같은 기간 0.44%에서 0.62%로 0.18%포인트 높아졌으며 은행 전체 연체율은 0.36%에서 0.46%로 0.10%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 여신을 중심으로 연체 부담이 확대되면서 전체 자산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과 부동산 관련 업종의 악화가 두드러졌다.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도소매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0.68%에서 올해 0.97%로 0.29%포인트 상승했다. 부동산·사업서비스업 연체율 역시 같은 기간 0.40%에서 0.82%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반면 제조업과 건설업 연체율은 각각 0.66%에서 0.61%, 0.90%에서 0.66%로 낮아져 업종별 건전성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주목할 부분은 여신 포트폴리오 변화에도 기존 중소기업대출의 부실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 말 중소기업 총여신 잔액은 124조22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했다. 반면 대기업 총여신은 53조3807억원에서 63조7336억원으로 19.4% 증가했다. 대기업 여신이 빠르게 확대되는 동안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줄었지만 기존 여신의 연체율은 오히려 높아진 셈이다.
실제 부실채권 규모도 빠르게 늘었다. 우리은행의 3분기 말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1조3299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245억원보다 2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여신 증가율이 4.5%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부실채권 증가 속도가 여신 성장세를 크게 웃돈다. 이에 따라 전체 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0.31%에서 0.38%로 0.07%포인트 상승했다.
부실채권 증가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과 가계 부문에서도 나타났다. 중소기업 NPL 잔액은 지난해 3분기 6619억원에서 올해 7566억원으로 14.3% 늘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NPL은 901억원에서 2141억원으로 137.5% 급증했으며 가계 NPL 역시 2624억원에서 3521억원으로 34.2%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의 높은 연체율과 별개로 부실채권 증가가 여신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부실채권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잔액은 감소했다. 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 말 대손충당금 잔액은 1조685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8535억원보다 1685억원(9.1%) 줄었다. 이에 따라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을 나타내는 NPL 커버리지비율은 지난해 3분기 180.91%에서 올해 126.70%로 54.21%포인트 하락했다. 부실채권 증가와 충당금 잔액 감소가 맞물리면서 충당금 방어력이 약화된 것이다.
4대 은행과 비교해도 우리은행의 커버리지 하락폭은 가장 컸다. 올해 3분기 말 KB국민은행의 NPL 커버리지비율은 191.40%로 전년 동기 대비 17.41%포인트 상승했다. 신한은행은 162.51%로 1.87%포인트 하락했고, 하나은행은 106.52%로 29.43%포인트 낮아졌다. 우리은행은 커버리지비율의 절대 수준에서는 하나은행보다 높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감소폭은 4대 은행 가운데 최대였다.
중소기업 여신만 놓고 보면 충당금 방어력 약화가 더욱 뚜렷하다.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NPL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했지만 해당 부문 대손충당금 잔액은 1조2225억원에서 9970억원으로 18.4% 감소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NPL 잔액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은 184.7%에서 131.8%로 52.9%포인트 낮아졌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상황에서 충당금 적립 수준도 약화된 셈이다.
반면 당기 충당금 비용은 줄었다. 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7576억원으로 전년 동기 8090억원보다 6.4% 감소했다. 부실채권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손익에 반영되는 충당금 비용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다만 충당금 전입액은 일정 기간 발생한 비용이고 커버리지비율은 기말 충당금 잔액을 기준으로 산출되는 만큼 직접적인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대손충당금과 별도로 관리되는 대손준비금은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3분기 말 대손준비금은 2조226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8868억원보다 약 18.0% 늘었다. 대손준비금은 회계상 대손충당금과 구분되는 손실흡수 재원으로 NPL 커버리지 산정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커버리지 하락만으로 전체 손실흡수 능력이 같은 폭으로 약화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우리은행 측은 과거 취급한 부동산업 여신의 부실과 NPL 시장 위축이 건전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과거 취급한 부동산업 여신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일부 취약 차주의 상환 여력이 약화돼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상승했다"며 "올해 9월 말 기준 부동산업이 전체 중소기업 연체액의 약 33%를 차지하고 있으며, NPL 시장의 매입 여력 감소로 부실채권 정리가 지연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5년부터 전략적 자산 리밸런싱을 통해 업종별 여신 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재편하고 부실채권 회수 전략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NPL 커버리지비율 하락은 고정이하 자산에서 담보부 여신 비중이 높기 때문이며, 준비금이 증가해 손실흡수 능력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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