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대한 이야기 넘어 웃음과 힐링 전달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남지현의 안목은 이번에도 빗나가지 않았다. 다소 발칙하고 파격적인 소재를 내세운 티빙 '내가 떨릴 수 있게'는 예상 밖의 재미를 안기는 동시에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을 가둬둔 기준과 마주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끝에는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해도 괜찮다는 따뜻한 위로가 남는다.
5일 종영하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내가 떨릴 수 있게'(극본 안새봄, 연출 김예지)는 사랑 없인 안 하는 여자 공연수(남지현 분)와 사랑 없이도 잘하는 남자 독고달(김재영 분)의 성장을 그린 로맨스 코미디다. 서로 다른 연애관을 지닌 두 사람이 광고주와 대행사 관계로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작품은 성(性)을 숨기거나 금기시해야 할 영역이 아닌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과감하다. 특히 종갓집에서 자란 공연수의 보수적인 가치관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성에 대한 편견과 이중적인 잣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렇다고 작품이 특정한 생각을 강요하거나 성에 대한 편견을 깨야 한다는 메시지만 앞세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환경과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프라이버시를 지킨다는 게 폐쇄적이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라는 작품의 태도처럼, 사적인 영역을 존중하는 것과 그것을 부끄럽거나 감춰야 할 일로 여기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점을 짚는다.
특히 공연수가 자라온 환경을 통해 여성이 자신의 몸을 대하는 방식에 얼마나 많은 기준과 제약이 따라붙는지 보여주는 대목은 현실적이다. 생리하는 것조차 죄를 짓는 일처럼 여기게 하고, 그 순간부터 몸가짐을 조심하도록 요구하는 분위기까지. 여성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도 전에 '잘 간수하고 지켜야 한다'는 말을 먼저 배우는 공연수의 모습은 묵직한 생각을 남긴다.
물론 무겁기만 한 작품은 아니다. 공연수와 독고달이 주고받는 대화에는 예상치 못한 말맛이 살아 있고,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엉뚱한 상황은 깨알 같은 웃음을 안긴다. 때로는 보는 이들조차 민망하고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장면들이 이어지지만 그 솔직함이 오히려 작품만의 개성이 된다.
배우들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남지현은 자신이 세운 원칙 안에서 살아온 공연수가 낯선 관계와 상황을 마주하며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그린다. 김재영은 정서적 교감뿐 아니라 육체적 교감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섹스토이 스타트업 대표 독고달 역을 맡아 활약한다.
두 사람의 로맨스 호흡은 기대 이상이다. 앞서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 남매로 만났을 때도 좋은 케미를 자랑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며 또 다른 설렘을 만들어낸다.
주변 인물들의 활약도 작품을 풍성하게 한다. 공연수의 고모 공미영 역의 정인지는 등장할 때마다 인상적인 말과 행동으로 웃음과 울림을 동시에 전한다. 익살스러운 연기를 맛깔나게 살리며 적재적소에서 다양한 역할은 한다. 공연수의 남동생 공남수 역의 김신비 역시 능청스러운 매력으로 극에 활기를 더한다.

무엇보다 '내가 떨릴 수 있게'가 전하는 메시지는 성에 대한 편견을 넘어 또다른 화두를 던진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기준과 선을 긋고 살아간다.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는 일이 두렵고, 새로운 선택이 잘못된 길로 이어질까 망설이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은 그 선택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인생 지지고 볶고 짜고 슬퍼도 덜 서글프려면 내 인생 내가 선택해야 돼." "새로운 길이 보이며 한 번씩 밟아 봐도 된다고. 어차피 네 인생이잖아." "괜히 새로운 길 갔다가 삐끗하는 거 아니겠지? 뭐 어때. 익숙한 길이라고 안 넘어져?"
작품 속 대사들은 공연수에게 건네는 말인 동시에 시청자에게도 닿는다. 익숙한 길이라고 해서 늘 안전한 것은 아니며, 낯선 길에서 한 번쯤 넘어지더라도 그 선택은 결국 자신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히 파격적인 소재를 내세운 로맨스 코미디에 머물지 않는다. 웃음을 주고, 때로는 울컥하게 하며 한걸음 나아가길 주저하는 사람에게 작은 용기를 건넨다.
'내가 떨릴 수 있게'를 보다 보면 남지현이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도 알 수 있다. 그간 출연하는 작품마다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며 거듭된 변신을 보여준 건 물론이고 좋은 성과까지 이끌며 흥행 타율이 높은 남지현이다.
이번 작품의 소재는 남지현의 기존 작품들과 비교하면 한층 과감해 캐스팅 단계에서는 그의 선택이 다소 의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물의 성장과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메시지는 그가 꾸준히 보여준 작품 선택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발칙한 이야기로 시선을 끌고, 누구나 공감할 만한 위로로 마음을 움직이는 '내가 떨릴 수 있게'다. 때문에 자기 삶의 기준 앞에서 망설여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떨릴 수 있게' 속 이야기에 한 번쯤 귀 기울여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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