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별 데이터센터 주민투표…HBM 수요 변수

[더팩트|우지수 기자] 미국 중간선거 개표가 시작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연말 만료를 앞둔 투자세액공제의 연장 여부와 AI 데이터센터 규제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의회 권력 구도와 함께 치러진 지역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미국 내 투자 여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계는 개표 흐름을 지켜보며 선거 결과가 미국 내 투자 조건에 미칠 영향을 따지고 있다. 중국 견제와 미국 내 생산 확대 요구는 어느 당이 이기든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세제 지원과 데이터센터 규제 수위는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데 관심이 쏠린다.
선거분석기관 디시전데스크HQ는 지난 2일 기준 민주당의 하원 탈환 확률을 83%, 상원 탈환 확률을 63%로 제시했다. 상원 윤곽은 이날 오후께 드러날 전망이지만 접전 지역이 많으면 다수당 확정까지 며칠 이상 걸릴 수 있다.
업계가 먼저 주목하는 변수는 투자세액공제다. 미국은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최대 35%의 세액공제를 주고 있지만 올해 말까지 착공한 시설에만 적용돼 의회가 연장 여부를 정해야 한다. 텍사스주 테일러 등에 3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삼성전자와 인디애나주에 40억달러 이상을 들여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거점을 짓는 SK하이닉스 모두 영향권에 있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 상임위원회 감독과 예산 심사로 보조금 지급 지연이나 지분 전환을 견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상무부가 확정한 직접 보조금 한도는 삼성전자 47억4500만달러, SK하이닉스 4억5800만달러다.
AI 데이터센터 규제도 주목된다. HBM과 서버용 D램 수요가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와 맞물려 있어서다. 3일(현지시간) CBS뉴스의 초기 출구조사에서는 상원 경합 지역 모두에서 자기 지역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과반을 차지했다. 이번 선거와 함께 10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주민투표 41건이 치러졌고, 이 가운데 28건이 건설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안건이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미국 데이터센터 용량의 4분의 1가량이 몰린 텍사스에서 건설 중단을 내건 민주당 후보가 주지사에 오르면 이미 공개된 13.3기가와트 규모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봤다. 텍사스주 테일러에는 삼성전자 공장이 있다. CNBC가 전한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도 전국 단위의 건설 중단 조치가 도입될 가능성은 낮다.
다만 규제가 한국 메모리 실적을 곧바로 끌어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애버딘인베스트먼트는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이 구조적인 AI 투자 흐름의 핵심 공급자인 만큼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비교적 잘 대응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당장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투표 시작을 앞둔 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15%, 5.03% 내린 21만9500원, 139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6376억원, 삼성전자를 206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증권가는 AI 투자비 회수와 자금조달 부담에 대한 우려에 중간선거를 앞둔 관망 심리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했다.
개표 결과가 확정되면 연말 만료되는 투자세액공제의 연장 논의와 함께 지역별 데이터센터 주민투표 결과가 업계 다음 변수로 남는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든 미국 내 생산 확대와 중국 견제라는 큰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세액공제 연장 논의와 주별 데이터센터 규제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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