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통한 사법부 압박은 사법독립 침해"

[더팩트 | 정예은 기자] 현직 부장판사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여권을 향해 "내란세력 복귀 가능성을 핑계로 헌법상 권한을 남용한다면 내란 우두머리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욱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전날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여권 관계자분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와 사법개혁 추진 과정을 비판했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 8월 대법관 후보자 제청 문제를 둘러싼 조 대법원장과 청와대의 갈등이 격화됐을 당시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던 인물이다.
정 부장판사는 "현실적이지 못한 내란세력 복귀 가능성을 핑계로 헌법상 권한을 남용한다면, 있지도 않은 반국가 세력을 핑계로 계엄을 선포한 내란 우두머리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며 "개별재판에 대한 불만 등을 이유로 사법부를 몰아붙이는 것은 명백한 사법부 독립 침해"라고 지적했다.
여권이 대법관 임명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새 대법관들을 전부 '맘에 꼭 드는 사람'으로 골라 앉혀야만 놓이실 모양"이라며 "임명 가부을 정할 수 있는 소극적 권한인 임명권을 특정인의 제청을 강제할 적극적 권한으로 변질시키려 한다는 것은 저만의 오해냐"고 반문했다.
특히 대법관 증원 등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 3법의 입법 과정이 부적절했다며 법왜곡죄는 위헌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권이 대법원의 힘을 빼고 새로 임명할 대법관들로 대법원을 채우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다만 정 부장판사는 지난해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사법 불신을 초래했다며 사법부의 책임도 인정했다.
그는 대법원이 편파적으로 비칠 수 있는 판결로 불신을 자초했다고 평가하면서 "사법부가 잘한 것 없다"며 "흠결 있는 절차로 불신을 자초한 데다 제대로 책임진 사람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 판결 이후 대법원장이 사퇴하시는 편이 모두에게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대법원장 본인이 자리를 지키기로 결정한 이상 제3자가 사퇴를 강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사법제도 개편을 소설 '동물농장'에 빗대 비판한 성찬용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의 글이 비판받은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성 판사는 지난달 30일 "사법개혁은 국민 전체가 아닌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글을 올린 바 있다.
정 부장판사는 "계엄과 지난해 판결에 침묵했다는 이유로 성 판사의 용기 있는 글이 폄하되는 모습을 봤다"며 "사법부에 계엄에 대한 위헌 선언을 요구하고 (파기환송의) 문제점을 이유로 대법원장 사퇴를 청했던 사람으로서 같은 취지의 말씀을 직접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되는 건 안 된다"며 "(정치권이) 부디 이성을 찾고 그쯤에서 멈추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ye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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