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국내업체에 손해배상 8억 판결
원심 기술보호 제한 10년 파기환송

[더팩트 | 정예은 기자] 기업의 투자로 이뤄낸 기술을 무단 사용했다면 기술 보호기간을 제한해 배상 책임을 가볍게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프랑스 변압기 제조업체 A 사가 국내 변압기 제조업체 B 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 금지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단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B 사가 A 사의 변압기를 모방해 납품한 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 또는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라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기술 보호기간을 최초 납품 시점부터 10년으로 제한해 일부 계약 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판결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앞서 A 사는 2010년 B 사와 철도차량용 변압기 제작·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약 2년간 변압기 63대와 설계도면 등 기술자료를 제공했다. 계약에는 해당 자료를 A 사의 승인 없이 사용하거나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B 사는 A 사 동의 없이 변압기와 설계도면 등을 이용해 유사한 변압기를 직접 제작했고,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납품 계약을 맺었다.
이에 A 사는 B 사가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변압기 제조·판매 금지와 제품 폐기와 함께 약 3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B 사의 모방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해 관련 제품 제조·판매를 금지하고 2억5000만 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모방 제품과 관련한 물품의 폐기도 명령했다.
2심은 2013년 첫 번째 납품은 민법상 불법행위, 2017년과 2019년 납품은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이에 손해배상액을 약 8억 원으로 늘리고 2019년 계약 관련 제품의 제조·판매 금지와 폐기를 명령했다.
다만 2심은 변압기 기술의 보호기간을 최초 납품 시점으로부터 10년인 2021년 초까지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2021년 5월 체결된 네 번째 납품 계약은 보호기간이 지난 뒤 이뤄졌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기술 보호기간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봤다.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물의 보호 여부는 경제적 가치와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므로 보호기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세 번째와 네 번째 계약에 따른 실제 납품 종료 시점은 약 2개월밖에 차이 나지 않았고, 납품 대상도 동일하다"며 "그사이 변압기의 기술적 특징이나 B 사의 기술력에 별다른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4 납품 행위를 통해 납품한 변압기 역시 원고로부터 최초로 제공받은 변압기를 거의 그대로 모방한 것"이라며 "10년이 훨씬 지난 후에도 여전히 경쟁력이 유지되고 보호가치가 있는 성과물에 해당한다고 볼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ye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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