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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씨네리뷰] '눈 둘 데가 없네' 속 오래 남는 김민희
홍상수 감독의 35번째 장편영화…제79회 로카르노영화제서 3관왕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눈 둘 데가 없네'는 부모의 갈등 이후 조부모 밑에서 자란 상희가 남동생과 함께 어머니를 찾아 제주도로 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영화제작전원사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눈 둘 데가 없네'는 부모의 갈등 이후 조부모 밑에서 자란 상희가 남동생과 함께 어머니를 찾아 제주도로 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영화제작전원사

[더팩트|박지윤 기자] 제79회 로카르노영화제에서 3관왕을 차지한 '눈 둘 데가 없네'가 국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영화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만한 지점들을 품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마주한 배우 김민희는 복잡한 내면을 고스란히 머금은 미묘한 얼굴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눈 둘 데가 없네'(감독 홍상수)는 부모의 갈등 이후 조부모 밑에서 자란 상희(김민희 분)가 남동생과 함께 어머니를 찾아 제주도로 향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주연 겸 제작실장으로 이름을 올린 김민희를 비롯해 배우 권해효 신석호 박미소 최명길 등이 출연한다.

영화는 '흐리고 바람 부는 날 오후엔 햇살' '봄보다 따뜻한 늦가을' '조용하고 따뜻한 아침 나중에 바람이 거세짐'이라는 그날 하루의 날씨를 주황색 문구로 크게 띄우며 2박 3일간 상희의 시간을 보여준다.

부모가 어릴 적 이혼했고 대부분의 시간을 조부모와 함께 보낸 상희는 남동생(신석호 분)과 함께 제주도에 정착한 어머니(최명길 분)를 오랜만에 찾아간다. 어머니의 밥집은 대박이 나서 큰돈을 벌었고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새아버지(권해효 분)는 지금 제주도의 전통 장례 풍습인 초분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고 있다.

'눈 둘 데가 없네'는 홍상수 감독의 35번째 장편영화로, 주연 겸 제작실장으로 이름을 올린 김민희를 비롯해 배우 권해효 신석호 박미소 최명길 등이 출연한다. /(주)영화제작전원사
'눈 둘 데가 없네'는 홍상수 감독의 35번째 장편영화로, 주연 겸 제작실장으로 이름을 올린 김민희를 비롯해 배우 권해효 신석호 박미소 최명길 등이 출연한다. /(주)영화제작전원사

상희는 과자 수입회사에서 일하면서 남는 시간에 아주 짧은 영화들을 혼자 만들고 자신의 개인 채널에 올리고 있다. 새아버지가 데리고 온 딸(박미소 분)은 그럴듯한 작업실에서 이제 막 그림을 시작했고 상희의 작업을 동경하며 친근하게 다가간다.

이렇게 상희가 어머니와 남동생 그리고 새아버지와 보내는 2박 3일 동안 전에 몰랐던 사실이나 받아들이기 힘든 충고들, 값싼 칭찬들만 오간. 그사이에 어색한 침묵과 미묘하게 흐르는 공기, 좀처럼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눈빛 등이나 상희의 내면을 들을 수 있는 내레이션이 더해져 인물들의 관계와 겉으로 읽을 수 없는 감정의 맥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러닝타임 동안 큰 사건이나 이렇다 할 반전은 없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가족 간의 긴 대화가 날과 장소만 바뀐 채 계속 이어질 뿐이다. 일부로 거둬내지 않은 제주도의 거센 바람 소리와 맞물려 인물들의 대사나 내레이션이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 구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건 가족에게 온전히 마음을 두지 못하는 상희의 모습에서 꼭 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분명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나만 동떨어져 있는 듯한 감정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제79회 로카르노영화제서 3관왕을 차지한 '눈 둘 데가 없네'는 '흐리고 바람 부는 날 오후엔 햇살' '봄보다 따뜻한 늦가을' '조용하고 따뜻한 아침 나중에 바람이 거세짐'이라는 그날 하루의 날씨를 주황색 문구로 크게 띄우며 2박 3일간 상희의 시간을 보여준다. /(주)영화제작전원사
제79회 로카르노영화제서 3관왕을 차지한 '눈 둘 데가 없네'는 '흐리고 바람 부는 날 오후엔 햇살' '봄보다 따뜻한 늦가을' '조용하고 따뜻한 아침 나중에 바람이 거세짐'이라는 그날 하루의 날씨를 주황색 문구로 크게 띄우며 2박 3일간 상희의 시간을 보여준다. /(주)영화제작전원사

더 나아가 이를 연기하는 김민희는 쉽사리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결을 찰나의 표정과 눈빛에 담아내며 무심코 지나칠 법한 미묘한 순간들도 놓치지 않고 포착하게 한다.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쌓아 올리는 그의 열연은 관객이 상희의 감정에 조금씩 스며들고 어느샌가 그 안에 존재하도록 만든다.

단 한 번의 관람으로 홍상수 감독의 모든 의도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시종일관 물 안에있는 듯 흐릿한 화면을 보여주는 '물 안에서'나 인터뷰 형식의 구조가 반복되는 '그녀가 돌아온 날' 등 기자가 봤던 전작들보다는 비교적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상희의 복잡미묘한 감정과 이를 품은 채 가족들을 대하는 태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에 스며들게 되고, 쉽게 정의할 수 없는 모호한 관계 속에서 인물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기에 '어려서부터 나는 눈 둘 데가 없었다. 얼마 전 바람이 많았던 날, 햇빛을 받으며 흔들리는 꽃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보고 있으니 그 꽃이 제게 말을 거는 것을 느꼈습니다. 난 순하다. 난 조용하다. 난 언제나 뭔가를 좋아하고 있어'라는 상희의 내레이션이 더해진 영상은 저마다의 시선이 머물 곳을 생각하게 만든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72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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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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