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교통망 확충 난제…공급 실행력 시험대

집값은 숫자로 움직이지만 시장 속내는 숫자만으로 읽을 수 없습니다. [집心탄회]는 집을 둘러싼 정책과 시장 흐름을 허심탄회하게 짚어보는 공간입니다. 정부 정책부터 시장 목소리까지 현장을 누빈 기자가 주요 부동산 현안을 기자수첩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정부가 7만6700가구 규모의 수도권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했다. 그런데 정작 서울은 빠졌다. 신규 택지 6곳 모두 서울 경계에서 약 5㎞ 이내에 있는 경기 지역이다. 정부는 서울과 가까운 곳에 주택을 공급해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서울 주택난을 해소하려면 서울 내 공급 확대와 광역교통망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주택공급 정례브리핑'에서 김포아라·구리건원·하남미사·감일2·의정부다락원·고양대곡 등 6곳의 신규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를 공개했다.
홍 장관은 "정부는 지난해부터 세 차례의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150만호 이상을 착공하는 역대 정부 최대 수준의 공급계획을 마련했다"며 "발표한 6곳 후보지에는 공공택지 최단기 모델을 적용한다. 향후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어 2030년 내 착공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서울의 주택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보연 세종대학교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신규 택지 6곳 모두 경기도에 있고 서울은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그동안 거론됐던 강남권 그린벨트와 용산공원이 빠졌고 하남도 감북 대신 미사·감일2가 선정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와의 이견이나 과거 보금자리지구의 소송 전력을 감수하지 않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중저가 지역의 주택 수요를 흡수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서울 내 신규 택지 물량은 여전히 염창 1000가구뿐"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이 제외된 이유에 대해 홍 장관은 지방정부와 협의를 마친 후보지부터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는 실무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공급 시점도 변수다. 국토부가 제시한 착공 목표는 2030년이다. 입주는 2033년으로 예상된다. 당장 집값 상승과 주거비 부담에 직면한 실수요자에게는 먼 미래의 이야기다. 신규 택지 발표가 중장기 공급 기반을 마련할 수는 있어도 단기간에 서울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 홍 장관 "양질의 주택 신속 공급되도록 최선 다하겠다"

국토부는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인허가·보상·부지 조성 절차를 병행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행정절차를 단축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토지 보상 과정에서 주민 반발이 발생하면 일정은 늦어질 수 있다. 3기 신도시도 공급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8년 발표됐지만 첫 입주는 8년이 지난 올해 12월 인천 계양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3기 신도시 지연 요소의 하나로 지적된 것이 토지수용에 걸린 시간이었다"며 "이론이 실무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택을 제때 짓는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입주에 맞춘 교통망 확충도 과제다. 김포와 하남 등 주요 공급지역에서 추진 중인 철도 연장사업이 입주 시점보다 늦어질 경우 교통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정부 설명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교통망 구축 일정부터 뒷받침돼야 한다.
홍 장관은 이날 "양질의 주택이 신속히 공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넘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보여줘야 한다. 서울 내 공급을 어떻게 확대할지, 토지 보상과 교통망 구축은 어떻게 앞당길지, 목표한 착공 시점을 지킬 수 있을지 답해야 한다.
주택공급 대책은 발표한 숫자로 평가받지 않는다.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져야 비로소 성과가 된다. 정부가 증명해야 할 것은 7만6700가구라는 숫자가 아니다. 그 숫자를 현실로 만들 실행력이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약속도 결국 그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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