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읍 '진압군 피해' 집중, 골약면 '빨치산 동원·주민 간 밀고' 등

[더팩트 l 순천=김영신 기자] 여순사건 당시 광양 지역 민간인 피해 사례 828건을 정리하고 지역별 피해 양상을 분석한 연구가 나왔다. 기존 조사와 유족 구술 자료를 교차 검증해 피해 사례를 보완하고, 광양읍과 골약면에서 나타난 피해의 차이를 살펴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순천대 대학원 여순지역학과 최석균 씨는 석사학위 논문 '여순사건 광양 지역 피해자 연구-1950년 7월 25일까지 광양읍·골약면을 중심으로'를 통해 1948년 여순사건 발발 이후 광양 지역 민간인 피해의 전개 과정과 특성을 분석했다.
최 씨는 2009년 전남대학교 조사와 2013년 광양시의회 조사 자료를 기존 구술·채록 자료와 대조해 피해자 정보를 보완했다. 그 결과 2025년 12월 30일 기준 총 828건의 피해자 자료를 정리했다. 개별 증언을 연결해 피해 발생 시점과 장소, 사건 간 연관성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파편화된 피해 경험을 재구성했다.
논문은 광양 지역 여순사건을 봉기군과 진압군의 이동·작전 경로로만 바라보는 기존 연구의 한계를 지적했다. 광양 주민들이 겪은 피해와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최 씨의 연구에 따르면 1948년 10월 광양 지역에서 확인된 피해 사례는 55건이다. 당시 피해자는 20대가 37명으로 전체의 67%를 차지했고, 10대도 8명으로 집계됐다. 초기 피해가 청년층에 집중된 양상을 보였다.
광양읍에서는 진압군에 의한 피해가 두드러졌다. 논문이 분석한 1948년 10월부터 1950년 7월 25일까지 광양읍 피해자 121명 가운데 93%가 진압군에 의한 피해로 분류됐다. 피해자의 98.3%는 남성이었고, 20·30대가 79%를 차지했다.
특히 1949년 9월 16일 발생한 이른바 '9·16 사건' 이후 피해가 집중됐다. 논문은 반송재와 쇠머리, 검단이재, 초남광산 등 여러 장소에서 발생한 피해 사례를 나눠 분석했다. 기존 기록에서 하나의 날짜로 묶였던 사건을 장소별로 살펴 피해 발생 경로와 양상을 구체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최 씨는 당시 피해가 단순한 무력 충돌에 그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진압군의 좌익 혐의자 색출과 강제 연행, 가족관계에 따른 연좌 처벌 등이 이어졌으며, 주민 간 갈등과 밀고도 피해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했다.
광양읍과 달리 골약면에서는 피해가 특정 시기에 집중되기보다 1948년부터 1950년까지 분산돼 나타났다. 골약면의 경우 여순사건 초기 봉기군의 주요 이동 경로에서 벗어나 있었고, 1949년 9월에도 광양읍과 같은 집중적인 피해 양상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골약면에서는 진압군에 의한 피해뿐 아니라 빨치산의 식량·물자 조달과 인력 동원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도 확인됐다. 주민 간 사적 갈등과 밀고, 상호 감시 등이 결합하면서 민간인이 폭력에 노출되는 복합적인 구조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광양 지역 피해를 하나의 유형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지역의 군사적 상황과 통제 양상에 따라 피해의 시기와 원인, 가해 주체가 달랐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논문에 정리된 828건은 신원이 확인된 피해 사례를 중심으로 구축한 자료로, 광양 지역 전체 피해 규모를 뜻하지는 않는다.
최 씨는 "구술 증언자의 감소와 피해 시기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례 등으로 전체 피해 규모를 객관적으로 추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지도교수는 "앞으로 미공개 기록 발굴과 피해자 증언의 지속적인 수집, 국방부·경찰·행정기관 자료와의 교차 검증이 필요하다"며 "광양 지역 여순사건의 진상을 구체적으로 밝히려면 기존 자료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아직 확인되지 않은 피해 사례를 찾아내는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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