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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北·벨라루스 '우호 조약' 전문…안보리 제재 무력화 암시
"불법적 강제조치 대응"…제재 거부 시사
위반 소지 큰 경제·과학기술 협력은 명시
북러 조약 같은 '자동 군사 개입'은 없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26일 평양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갖고 우호 협력 조약을 체결했다.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26일 평양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갖고 우호 협력 조약을 체결했다. /AP.뉴시스

[더팩트ㅣ김정수·정소영 기자] 북한이 지난 3월 벨라루스와 체결했던 '우호 협력 조약' 전문이 공개됐다. 무비자 여행 협정 등 조약의 후속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양국의 협력 실체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약에는 서방의 독자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모두 거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바탕으로 대북제재와 충돌할 수 있는 농업·경제·과학기술 협력은 명시됐다. 관심을 모았던 안보 조항에는 북러 조약과 같은 '자동 군사 개입' 대신, 상대방을 향한 침략 목적의 영토 사용을 불허한다는 방어 수준의 공조만 규정됐다.

22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양국이 체결한 우호 협력 조약 전문은 벨라루스 각료회의가 의회에 제출한 비준 법안의 첨부 문서로 공개됐다. 앞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3월 25~26일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해당 조약에 서명한 바 있다.

총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조약은 서로의 주권을 지지하고 외부 세력의 압박에는 공동 대응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북한이 우방국과 공동 이익을 수호하고 서방 세력에 맞선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공동 보조'라는 표현과 맞닿아 있다.

안보 합의는 제3조에 담겼다. 상대국의 이익에 반하는 동맹·블록·조약 체결 금지와 상대국에 대한 침략 위협에 자국 영토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북한이 지난 2024년 북러 조약에서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을 체결한 것처럼, 친(親)러 국가 벨라루스와도 유사한 군사 조약을 맺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관련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제4조에는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한 근거가 적혔다. '불법적인 강제 조치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패권주의와 강압적 정책에 맞선다'는 문구로, 서방의 대북·대벨라루스 독자 제재뿐 아니라 유엔 안보리 제재까지 거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양국은 제5조에 농업·경제·무역·과학기술의 협력 확대를 명시했는데, 모두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북한산 농산품 공급·판매·이전), 2375호(북한과의 합작사업), 2321호(북한과의 과학기술 협력)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이미 지난 6월 벨라루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국제농업박람회 '벨아그로(Belagro)-2026'에선 북한산 인삼 뿌리가 판매되기도 했다.

해당 박람회에는 윤정호 북한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정부경제대표단도 참석했던 만큼 관련한 양국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제5조에는 무역·경제협력 공동위원회의 정기적 운영도 담겼는데, 지난달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이 제81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을 계기로 벨라루스 측과 논의했다고 알려진 단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3월 25~26일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만났다. 당시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이 지난 2월 제9차 당대회에서 '적극적 외교를 통한 다극세계 건설'을 예고한 뒤 이뤄진 첫 정상 외교였다. /AP. 뉴시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3월 25~26일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만났다. 당시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이 지난 2월 제9차 당대회에서 '적극적 외교를 통한 다극세계 건설'을 예고한 뒤 이뤄진 첫 정상 외교였다. /AP. 뉴시스

교육·보건·체육·문화·출판·관광 협력은 제6조에서 확인된다. 앞서 양국은 교육은 '협정'으로, 보건과 체육은 '양해각서' 형태로 후속 합의를 맺었다. 제8조에는 '자국 국민이 상대국의 영토를 방문하는 데 편의를 제공한다'고 돼 있는데,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막심 리젠코프 벨라루스 외무장관은 지난 8월 비자 면제 협정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특히 제8조에는 사법공조와 상대국에 체류하고 있는 법인·국민을 보호하는 내용도 담겼다. 앞서 안보리 제재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은 제5조 내용과 종합해 본다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등 서방 금융망을 회피한 우회 거래를 위해 사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북·러·벨 3각 연대의 제도화를 진전시켰고, 유라시아 반서방 블록 구축 차원에서 러시아-벨라루스 국가연합(Union State)의 한 축인 벨라루스는 북한과 최상위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동유럽과 동북아를 잇는 친러·친서방 축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민간·특수장비의 기술 교류와 농업·공업 분야 협력을 명분으로 이동식 발사대(TEL) 개조용 트럭 등 대형 특수 차량과 기계 부품이 우회 유입될 위험이 있다"며 "군사 동맹 선언이라는 과격한 정치적 수사보다는 실무 분야 조항을 다수 배치해 제재 속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경제·병참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과 벨라루스가 맺은 우호 협력 조약의 유효 기간은 10년이다. 만료 12개월 전까지 어느 한 쪽이 조약을 종료할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효력은 5년 단위로 자동 연장된다. 조약은 양국이 비준서를 교환한 날부터 발효된다.

js8814@tf.co.kr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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