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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인에게도 영장 사본을"…뜨거웠던 사상 첫 재판소원 공개변론
"사후 구제만으론 부족" vs "수사기밀 유출"
재판관들, 차별 합리성·입법재량 집중 질의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도 압수수색 영장사본을 받을 권리가 있는지 다투는 재판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이 열렸다. /뉴시스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도 압수수색 영장사본을 받을 권리가 있는지 다투는 재판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이 열렸다. /뉴시스

[더팩트 | 정예은 기자]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도 압수수색 영장사본을 받을 권리가 있는지 다투는 재판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이 열렸다. 지난 3월 재판소원 도입 이후 7개월 만에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첫 번째 공개변론이다.

헌재는 21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김영수 법무법인 행복 변호사가 대법원을 상대로 낸 재판소원 사건의 변론기일을 열었다. 오후 6시48분까지 4시간 가까이 변론이 진행된 이날 법정에는 취재진과 일반 시민을 포함해 30여 명의 방청객이 함께했다.

김 변호사는 피의자와 달리 참고인에게는 압수수색 영장 사본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단이 평등권과 재판청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압수수색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피의자와 참고인이 다르지 않다"며 "피의자에게는 영장 사본을 주면서 참고인에게는 주지 않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로,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압수수색 영장은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이 적법한지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라며 "영장사본을 받지 못하면 위법한 압수수색 집행에 실효적으로 불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측은 김 변호사가 사실상 형사소송법 규정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고 있어 재판소원 대상이 아니라며 청구를 각하해야 한다고 맞섰다.

법무부 측은 "재판소원은 헌법재판소법에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며 "법률의 위헌성을 주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재판 취소를 허용한다면 재판소원을 제한적으로 도입한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피의자가 아닌 제3자에게도 영장사본을 줄 경우 수사기밀이나 피의자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헌법이 요구하는 것은 영장의 제시일 뿐 사본 교부가 아닌 만큼 본안 판단을 하더라도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공개변론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공개변론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영장사본 제공 거부 근거 있나"…재판관들 잇단 질문

모두진술이 끝난 뒤에는 헌법재판관들이 적극적으로 김 변호사와 법무부 양측에 질의 공세를 펼쳤다.

조한창 재판관은 영장사본을 받지 않더라도 준항고 등 사후 구제절차를 통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 재판관은 "준항고 절차에서 일부 구제를 받지 않았느냐"며 "영장이 적법하게 발부되고 사후 구제절차도 있는데, 침해당한 기본권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김 변호사는 "사후 구제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압수수색을 당하는 순간부터 어떤 근거와 범위에서 강제처분이 이뤄지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오영준·정정미 재판관은 수사의 밀행성과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참고인에 대한 영장사본 교부를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오 재판관은 "압수수색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참고인도 피의자와 동일한 수준의 불이익을 받는다"며 "절차상 불이익을 받는 제3자를 단순한 수사 객체로 취급하는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정 재판관 역시 "영장을 충분히 제시해 내용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과 사본을 주는 것 사이에 수사 밀행성이나 사생활 침해 측면에서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피의자와 참고인을 차별하는 합리적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법무부 측은 "영장사본이 문서 형태로 유포되면 수사기밀이나 개인정보가 추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영장집행 과정에서 위법이 발생했다면 법원의 심사를 통해 다툴 문제이지, 법률 자체가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답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재판소원 사건 첫 번째 공개변론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재판소원 사건 첫 번째 공개변론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입법자 판단도 헌법 심사 대상"…전문가 의견도

헌재가 직권으로 채택한 참고인인 최호진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도 "영장사본은 압수수색의 적법성을 확인하고 다투기 위한 수단"이라며 "이러한 절차적 권리의 필요성은 피의자와 참고인 사이에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복형 재판관은 영장사본 교부 대상을 정하는 것이 입법 영역에 해당하는 만큼, 바람직한 제도인지와 위헌인지는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로 질문했다.

이에 최 교수는 "입법자에게 절차를 형성할 재량이 있더라도 그 한계는 헌법적 심사 대상"이라며 "참고인을 교부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입법형성의 자유를 벗어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변호사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저는 변호사라 영장사본을 요구하거나 이의제기할 수 있었지만, 일반 국민이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법적 구제절차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추후 별도로 기일을 정해 판단 결과를 통보하기로 했다.

앞서 김 변호사는 지난 2022년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진상규명 특별검사팀이 압수수색영장 사본을 주지 않은 채 영장을 집행했고, 압수수색 요건도 충족하지 않았다며 법원에 준항고를 제기했다. 준항고란 수사기관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취소나 변경을 요구하는 절차다.

법원은 김 변호사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이면서도 참고인은 피의자가 아니므로 압수수색 영장 사본을 받을 권리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지난 2월 김 변호사의 재항고를 기각하자 재판소원을 냈다.

ye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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