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통해 현대차·기아 양산 차종 적용 예정
"2022년 반도체 부족…국산화 통해 대비"

[더팩트 | 경기 성남=박성호 기자] "차량용 반도체에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현대자동차그룹은 향후 어려움을 겪게 될 겁니다. 멀리 보고 투자하려고 합니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이르면 오는 2029년부터 차량용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2022년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기술을 내재화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21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 호텔에서 제2회 현대모비스 차량용 반도체 포럼 'Auto Semicon Korea(ASK)'을 개최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 하는 시간을 가졌다.
ASK는 현대모비스가 국내 차량용 반도체 경쟁력 및 공급망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첫 출범한 협력 플랫폼이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SK키파운드리 등 설계·제조 기업 위주로 참가했다면 올해는 소프트웨어(SW), 검증을 담당할 기업까지 협력에 나섰다. 이에 올해 포럼은 지난해보다 2배가량 증가한 53개사가 참여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ASK 출범 이후 국내 업체들과 함께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19건의 협업 과제를 발굴했으며, 이 가운데 13종은 실제 개발에 착수했다.
특히 이 13종 가운데 9종은 적용을 목표로 하는 차종까지 선정했다. 차량용 반도체가 양산되면 현대차·기아 차량에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9건은 현대차와 협업해서 양산 차종에 적용하기로 했다"라며 "개발 기간이 4~5년 필요한 것을 고려하면 이르면 2029년쯤 (현대차에) 차량용 반도체가 탑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석 사장은 2022년 촉발된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ASK를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신차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급감했다.
현대모비스는 정부의 지원 덕에 ASK가 빠르게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포럼에서 차량용 반도체의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한 설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자, 정부는 아산 한국자동차연구원 관리 아래 차량용 반도체 종합지원센터를 구축했다. 단 1년 만에 국내 팹리스들이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평가를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정부 지원에 탄력받아 모바일·가전에 사업을 집중하고 있는 팹리스 기업들의 자동차용 반도체 연구개발 협력 범위를 확대한다.
2025년 기준 국내 차량용 반도체 자립화율은 5%에 불과하다. 2030년까지 10%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계획에 따라 설계부터 시험 평가, 성능 검증까지 협업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규석 사장은 "국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다. 보통은 차량용보다 모바일, 통신용에 집중돼 있다"며 "하지만 플레이어가 많고, 기업들의 사업 경험을 잘 엮는다면 빠른 시간 안에 (글로벌 시장 기업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차량용 반도체가 수익성이 낮아 시장이 침체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이규석 사장은 차량용 반도체의 연구개발 주기를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차량용 반도체는 개발하면 사용 주기가 길다"며 "개발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 개발하면 약 10년간 기술을 쓸 수 있다. 안정적인 수요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적었지만, 자동차 산업에서 반도체가 필요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관심이 커질 것으로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 사업이 초기에는 현대모비스 매출에 기여하는 바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전략 차원에서도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구축은 필수불가결이라고 강조했다.
이규석 사장은 "우리는 부품사지만 자체 반도체를 디자인, 설계하고 개발하는 역할도 맡는다"며 "부품사 중에서도 반도체 기술 축적한 회사는 몇 개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은 고성능이 아닌, 이미 기존에 쓰고 있는 반도체를 차량용으로 전환해 사업화할 것"이라며 "향후에는 자동차 중장기 기술에 맞춰 정확한 수요를 가지고 협업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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