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병원 구조전환, 정책 사업이지만 예산 대신 건보 사용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국민들 의료를 보장하는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 전환 등 위기에 처했지만 정부가 법에서 정해진 재정 지원율을 매년 지키지 않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대학법인과, 의약품·의료기기 도매업체(간납사), 대학병원 간 독점이익 구조가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에 부담을 주는 상황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거론됐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보 재정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국고 지원 안정화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국고 지원이 법정 기준을 계속 지키지 않고 있다. 국고지원액 기준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밖에 잡고 있지 않아 과소 책정하는 문제가 있다. 제도 개선을 통해 20% 수준 이상의 국고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건강보험이 핵심 사회 안전망이기에 일본은 28%, 대만 36%, 유럽은 50%를 국가가 지원하는데 우리는 한참 못 미치는 기준만저 안지켜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도 "건보공단 당기수지 추이를 보면 급감하고 있다. 2024년 수립된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보면 올해 당기수지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9년 적립금 소진을 예상한다"며 "국고지원 문제도 20%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어 큰 문제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법적으로 2007년부터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건강보험공단에 지원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법은 정부가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일반회계)에서, 국민건강증진법은 6%에 상당하는 금액은 담배부담금으로 조성한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지원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는 예상 수입액을 실제 수익보다 적게 추정하는 방식 등으로 법정 비율보다 매년 적게 지원했다.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는 금액이 당해 담배부담금 예상수입액의 65%를 넘을 수 없다는 단서조항도 지원액 축소로 작용했다.
정부가 법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에 지급해야 하지만 주지 않은 누적 금액은 2007~2025년 동안 23조3264억원에 달했다. 올해 공단에 덜 지급한 금액까지 합치면 미지급액은 더 커진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이같은 법정지원율 미준수 문제를 수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이후 정부가 발표한 2027년 예산안에서 정부는 법정지원율을 또 지키지 않았다. 지난 7월 22일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정부가 법률에 규정된 건강보험 국고지원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참석자 지적에 "지금까지 정부가 법률로 의무지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나 건보 재정에서 책임지도록 만들어 놨는데 저희가 수정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41일 만인 지난 9월 1일 보건복지부가 밝힌 내년 예산안을 보면 2027년도 건강보험 국고지원액은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수준을 지원해야 하지만 14.4%에 그쳤다.
강청희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안정적인 국고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 간납사 카르텔, 건보 누수...상급병원 구조전환 정책도 국고 안쓰고 건보로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해 수입 뿐 아니라 지출 누수 문제도 언급됐다. 구체적으로 간납사 문제, 정부 정책을 국고가 아닌 건강보험 재정으로 쓰는 문제가 제기됐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희대병원은 지난해 건보공단에 약제비 청구 99%를 상한금액으로 청구했다. 한양대병원 등도 같다"며 "이들 병원은 간납사를 대학법인이 소유하고 있다. 이들 대학병원은 독점 공급하는 간납사 의약품을 사주고 대학법인은 간납사로부터 배당을 받는 구조"라고 말했다.
남 의원은 "간납사들이 병원 독점공급 권한으로 약 등을 싸게 구매해 특수관계인 병원에 비싸게 팔고, 병원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비싸게 사고, 학교법인은 간납사에서 배당으로 이익을 보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특사경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남 의원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경희대학교와 의약품 유통업체 백제약품 등이 공동 설립한 팜로드는 지난해 전체 매출 약 1149억원 중 약 1000억원(약 87%)을 경희의료원에서 냈다. 팜로드는 경희학원 측에 36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학교법인 한양학원은 백제약품·신성약품과 공동 설립한 에스앤비팜은 전체 매출 약 690억원 가운데 약 681억원(약 99%)을 한양대병원에서 올렸다. 조선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에서도 특정 관련 업체로의 공급 집중 사례가 제기됐다. 학교법인과 의약품 유통사, 간납사가 서로 이익을 나누는 구조다.
이러한 간납사와 학교법인 간 독점 이익 구조로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고 환자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같은 구조의 한 축인 대학병원들이 건보공단에 대부분 상한금액 기준으로 약제비를 청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고를 써야할 정책 사업인데도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해 건보 지출 구조가 악화되는 문제도 제기됐다.
조배숙 의원은 "정부는 의료공백 비상진료나 의료개혁 정책을 건보 재정으로 지출했다"며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관련 상급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수가 인상 등은 국가 정책이니 국가 예산으로 해야하지만 건보 재정으로 끌어다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loveho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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