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3.5~3.6%로 상승…조건부 고금리로 수신비용 '구조화'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은행권의 지수연동예금(ELD)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증시 호황기에는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붙잡는 수신 방어 수단으로 활용됐다면 최근에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정기예금 금리까지 높아지면서 또 다른 활용 가치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정기예금처럼 높은 금리를 모든 가입자에게 확정적으로 지급하지 않고 지수 움직임에 따라 추가수익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금리 수신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은행권의 '우회로'로 활용될 여지가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의 올해 3분기 ELD 판매액은 3조4814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1조8416억원보다 89.0% 증가한 규모다. 월별로도 7월 1조1010억원, 8월 1조3002억원, 9월 1조802억원으로 3개월 연속 월간 판매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ELD는 일정 기간 돈을 맡긴 뒤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받는 예금이지만 일반 정기예금과 달리 코스피200 등 기초지수 움직임에 따라 최종 수익률이 결정된다. 은행은 원금 지급 재원을 확보하면서 일부 재원을 옵션 등 파생상품과 연계해 지수 움직임에 따른 추가수익을 설계한다. 이에 따라 상품에 표시된 최고금리와 실제 가입자가 받는 금리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ELD 판매 확대의 주요 배경은 증시로의 자금이탈이었다.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예금에서 주식과 ETF 등 위험자산으로 돈이 이동하자 은행들은 원금보장과 주가지수 상승에 따른 추가수익을 동시에 내세운 ELD로 고객 자금을 붙잡는 데 나섰다. 일반 예금보다 높은 수익 가능성을 제공하면서 자금은 은행에 남겨두는 수신 방어수단으로 활용된 셈이다.
최근에는 시장 환경이 달라졌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주요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대 중후반까지 올라왔고 은행권의 수신 확보 경쟁도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5대 은행의 9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1006조871억원으로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은행으로 돈이 들어오는 것은 수신 확보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높은 예금금리는 곧 조달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정기예금은 은행이 약정한 금리를 가입자에게 확정적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수신경쟁 과정에서 금리를 계속 끌어올리면 이자비용도 함께 증가한다. 대출금리가 같은 속도로 오르지 않을 경우 순이자마진(NIM)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ELD는 정기예금 금리를 일률적으로 높이지 않고도 고객에게 높은 기대수익을 제시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정기예금은 연 3.5%를 제시하면 약정 조건을 충족한 가입자에게 해당 금리를 지급해야 하지만 ELD는 기본금리와 기초지수 움직임에 따른 추가수익을 분리해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IBK기업은행이 이달 판매한 6개월 만기 상승녹아웃형 ELD는 최고 연 9.1%를 제시했지만 최저금리는 연 1.0%다. 코스피200이 약정한 범위 안에서 상승할 경우 지수 상승률에 따라 추가수익이 붙지만 관찰기간 중 정해진 상한선을 한 번이라도 넘으면 연 1.0%로 수익률이 확정되는 구조다.
따라서 '최고 연 9.1%'는 은행이 가입자 전체에게 지급해야 하는 조달금리가 아니다. 실제 지급금리는 기초지수 움직임과 상품구조에 따라 달라지고 추가수익 부분 역시 옵션 등 파생상품을 통해 설계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정기예금 금리를 일괄적으로 높여 모든 고객에게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수신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정기예금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수록 이 같은 ELD의 활용 유인은 커질 수 있다. 은행은 고객 성향에 따라 정기예금과 ELD 등 수신상품을 나눠 판매하면서 확정금리 수신에만 의존하지 않는 조달구조를 만들 수 있다. 상반기에는 증시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붙잡는 역할이 컸다면 최근에는 높은 정기예금 금리를 일률적으로 제시하지 않고도 자금을 끌어오는 구조화 수신상품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ELD를 은행이 값싼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꼼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ELD의 추가수익은 옵션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설계되는 만큼 은행에도 관련 비용이 발생하고 시장 변동성에 따라 헤지비용 역시 달라질 수 있다. 기초지수가 상품 설계에 따라 움직이면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할 수도 있어 ELD의 실제 조달원가가 정기예금보다 항상 낮다고 보기도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증시 강세로 은행 자금이 투자시장으로 이동하면서 ELD가 수신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면 최근에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예금 조달비용 자체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ELD는 일반 정기예금과 달리 최종 지급금리가 지수 움직임과 상품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수신상품과 조달비용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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