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승 티띠꾼, 상금 2위 유해란 기회
코다 규정라운드 미달 베어트로피 무산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넬리 코다(28)가 올해도 가을철 아시안스윙을 건너뛴다. 지난 봄철 아시안스윙 3개 대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코다다. 세계랭킹 1위 코다의 아시안스윙 '기피현상(?)'은 올 시즌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2024년 상반기부터니까 벌써 3시즌 연속이다. 물론 2024년 가을에는 한국의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과 말레이시아의 메이뱅크 챔피언십에 출전할 계획이었으나 목 부상으로 계획을 접었던 경우는 있다. 어쨌든 코다는 2023년 가을 이후 아시아 지역에서 열린 LPGA투어 정규 대회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코다…쉬고 오면 더 강했다
코다가 이처럼 오랜 기간 아시아 대회를 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효율적인 투어 운영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를 줄이고 충분한 휴식과 훈련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이러한 선택이 엄청난 성적으로 이어진 경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4년이다. 코다는 1월 말 LPGA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봄철 아시안스윙을 모두 건너뛰었다. 그리고 3월 하순 투어에 복귀해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 포드 챔피언십, T모바일 매치플레이, 셰브론 챔피언십을 잇달아 제패했다. 아시안 스윙을 전후로 자신이 출전한 5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것이다. 낸시 로페스와 안니카 소렌스탐에 이어 LPGA투어 역사상 세 번째 대기록이었다.
올해도 흐름이 비슷했다. 1월 시즌 개막전인 힐턴 그랜드 베케이션스 TOC에서 우승한 코다는 봄철 아시아 3개 대회에 역시 출전하지 않았다. 이후 3월 중순 미국서 열린 파운더스컵과 포드 챔피언십, 아람코 챔피언십에서 3연속 준우승을 기록했다. 이어 메이저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과 멕시코의 리비에라 마야 오픈에서 연속 우승했다. 복귀 후 5개 대회에서 2위-2위-2위-우승-우승이라는 경이적인 행진이었다. 시즌 첫 6개 출전 대회로 범위를 넓히면 3승과 준우승 3회다.
물론 아시아 대회를 쉬었다는 사실과 이후의 좋은 성적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같은 방식으로 일정을 운영했지만 시즌 내내 우승이 없었다. 그러나 코다의 입장에서는 굳이 장거리 원정에 따른 부담을 감수하기보다 휴식과 훈련에 집중하는 방식이 자신에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만하다. 단순히 아시아를 기피한다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일정 관리 전략에 가깝다는 얘기다.

#가을철 아시안스윙…4개 대회 총상금 149억원
그런데 올가을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코다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치러지는 아시아 4개 대회가 시즌 개인 타이틀 경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올시즌 LPGA투어의 가을철 아시안스윙은 15일 중국 상하이의 서산 골프클럽에서 개막하는 ‘뷰익LPGA상하이’ 부터 시작된다. 이어 22일 전남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에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2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에서 '메이뱅크 챔피언십'이 이어진다. 마지막은 11월 5일 일본 이바라키현 다이헤이요 클럽에서 개막하는 '토토 재팬 클래식'이다. 중국 320만 달러, 한국 235만 달러, 말레이시아 300만 달러, 일본 210만 달러 등 4개 대회의 총상금만 1065만 달러(약 149억원)에 달한다.
#아시아 무대는 아시아 선수 강세
최근 아시안스윙에서는 아시아 선수들의 강세가 두드러진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가을에는 중국에서 태국의 지노 티띠꾼, 한국에서 김세영,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의 야마시타 미유, 일본에서 하타오카 나사가 각각 우승했다. 4개 대회의 우승컵을 모두 아시아 선수들이 가져간 것이다.
최근 3년간 가을 아시안스윙 12개 대회 가운데 아시아 국가 소속 선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모두 8차례다. 봄 아시안스윙에서도 올해 티띠꾼이 혼다타일랜드를, 한국의 이미향이 블루베이LPGA를 차지하는 등 아시아 선수들의 활약이 이어졌다. 개최 지역의 특성과 출전 선수 구성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아시아 무대에서 아시아 선수들이 강한 경쟁력을 보여왔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티띠꾼은 다승, 유해란은 상금 및 올해의 선수 추격
올해는 코다가 빠진 사이 아시아 선수들이 주요 개인 타이틀 경쟁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
가장 주목되는 선수는 티띠꾼이다. 지난 4일 하와이에서 끝난 롯데 챔피언십에서 시즌 4승째를 거두며 코다와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아시안스윙에서 1승만 추가해도 단독 선두로 나선다. 특히 티띠꾼은 지난해 뷰익 LPGA 상하이 우승자다. 당시 가쓰 미나미(일본)와 연장 다섯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올해 아시안스윙 첫 대회부터 타이틀 방어와 시즌 5승에 도전하는 셈이다.
한국의 유해란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과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2승을 거둔 유해란은 시즌 상금 약 452만 달러, 올해의 선수 포인트 164점으로 두 부문 모두 코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코다와의 격차는 상금 약 170만 달러, 올해의 선수 포인트 75점이다. 일반 대회 우승에 올해의 선수 포인트 30점이 주어지는 만큼 아시안스윙에서 연속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충분히 추격할 여지가 있다.
#평균타수 1위 코다…베어 트로피는 멀어져
코다의 선택은 최저타수상인 베어 트로피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평균타수 69.38타로 유해란(69.54타) 등 경쟁자들을 앞서고 있지만 정작 수상 자격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규정 라운드를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LPGA 규정상 베어 트로피를 받으려면 개인 스코어가 기록되는 최소 60라운드에 출전해야 하는 동시에, 시즌 전체 공식 라운드의 70라운드 이상을 소화해야 한다.
코다는 아시안스윙 4개 대회를 모두 건너뛰면 남은 미국 대회에서 모든 라운드를 치르더라도 두 번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집계된 기록과 향후 일정을 감안할 때 최대 65라운드로, 필요한 70라운드에 5라운드가 부족하다. 가장 낮은 평균타수를 기록하고도 정작 최저타수상을 다른 선수에게 넘겨줘야 할 처지다. 반면 유해란에게는 생애 첫 베어 트로피에 도전할 기회가 열렸다.

#최종전 우승 상금 400만달러…끝까지 모른다
상금왕 경쟁에서는 코다의 우위가 여전히 뚜렷하다. 하지만 아시안스윙에서 유해란 등이 격차를 좁힌다면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는 없다. 11월 19일 개막하는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는 무려 400만 달러의 우승상금이 걸려 있다. 올해의 선수상과 CME 글로브 포인트 순위도 남은 대회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코다는 아시안스윙이 끝난 뒤 11월 12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디 아니카 드리븐 바이 게인브릿지’를 통해 복귀할 예정이다. 이어 시즌 최종전에서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충분한 휴식과 훈련으로 최상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코다의 선택과 집중은 이미 놀라운 성적으로 그 효과를 보여줬다. 그러나 올해 가을에는 그 전략이 예상치 못한 대가를 요구할 수도 있다. 자신이 쉬는 동안 경쟁자들이 우승과 상금, 각종 포인트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다의 '선택과 집중'은 이번에도 성공할까. 아니면 코다가 비운 아시아의 4주가 올 시즌 LPGA투어 여왕 경쟁의 판도를 바꿔 놓을까. 가을 아시안스윙을 지켜봐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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