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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는 맥주로, 카스는 소주로'…텃밭 넘보는 하이트진로·오비맥주
하이트진로, 기린맥주 아시아 첫 국내 생산
오비맥주, 저도주 제로슈거 소주 찰랑 출시
Z세대 음주 선호 감소…사업 돌파구 절실


최근 고물가 기조와 웰니스 트렌드가 맞물리며, 20대를 중심으로 술을 멀리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주류시장 양강 주자인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도 실적 반등을 위해 서로의 텃밭으로 공략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더팩트DB
최근 고물가 기조와 웰니스 트렌드가 맞물리며, 20대를 중심으로 술을 멀리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주류시장 양강 주자인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도 실적 반등을 위해 서로의 텃밭으로 공략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최근 고물가 기조와 웰니스 트렌드가 맞물리며 20대를 중심으로 술을 멀리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이는 주류업계 전반에 침체기를 가져왔고 국내 주류시장 양강 주자인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동반 실적 정체로도 이어졌다.

두 회사가 기존 주력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상대의 텃밭을 공략하며 실적 반등에 집중하게 된 배경이다. 하이트진로는 일본 프리미엄 맥주의 국내 직접 생산을, 오비맥주는 소주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며 각각 승부수를 던졌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기린 이치방 시보리' 맥주의 국내 생산을 개시했다. 이치방 시보리는 '맥아에서 짜낸 첫 즙만 사용했다'는 뜻의 기린그룹 대표 프리미엄 맥주다. 하이트진로는 기린그룹과 자본 관계가 없는 수입 유통사로는 아시아 최초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맥주 현지 생산에 나섰다.

하이트진로는 1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기린그룹 기술진으로부터 원료와 제조공정, 품질관리 기준 등을 전주공장으로 옮겼다. 맥아를 비롯한 핵심 원재료는 일본 현지 이치방 시보리의 동일한 원료를 그대로 들여왔다. 양조 온도와 시간, 배합 비율, 최종 제품 규격 등도 모두 수치화해 기린 고유의 생산 기준에 맞췄다.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국내 초도 생산량은 약 150만ℓ(500㎖ 캔 300만개) 규모다. 내년까지 국내 판매량의 약 75%를 전주공장 생산분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일본에서 생산된 제품이 국내에 입고되기까지 통상 한 달 반가량 걸렸으나 이번 국내 생산으로 해당 기간을 일주일 안팎으로 단축했다. 환율이나 물류비 등 수입에서 발생하는 대외 변수도 덜어냈다.

같은 기간 오비맥주는 제로슈거 소주인 '찰랑'을 선보였다. 찰랑은 제주 동부의 화산암반수로 만들었으며 알코올 향과 단맛을 줄인 대신 바다 소금(용암해수소금)을 첨가한 점이 특징이다. 앞서 오비맥주는 지난 2024년 신세계그룹으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했다. 이후 2년 동안 인프라를 정비해 옛 제주소주 공장(현 오비맥주 제주공장)에서 신제품 찰랑을 출시하게 됐다.

찰랑은 알코올 도수가 15도인 저도주로,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소주 제품 중 가장 순한 맛을 낸다. 제품명은 제주 청정 자연과 화산송이로 걸러낸 맑은 물을 찰랑이는 물결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디자인 역시 푸른 바다와 잔잔한 물결을 병 색깔과 병목 상단에 녹여냈으며 젊은 여성 고객층을 핵심 타깃으로 삼고 있다.

찰랑은 초기 유통 단계에서 수도권과 제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우선 출시된다. 먼저 식당과 주점 등 유흥 채널에서 선보인 후 마트와 편의점 등 가정용 채널로도 판매망을 확장할 계획이다. 오비맥주는 찰랑의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며 소비자 접점 확대에도 나섰다.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는 지난 7월 27일부터 31일까지 Z세대 1347명을 상대로 음주 문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2%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고 답해 눈길을 끈다. /진학사 캐치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는 지난 7월 27일부터 31일까지 Z세대 1347명을 상대로 음주 문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42%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고 답해 눈길을 끈다. /진학사 캐치

◆ 술 마시지 않는 Z세대…텃밭 넘보는 진로·카스

이처럼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기존 주력 분야의 경계를 넘어 서로의 텃밭을 공략하게 된 배경은 국내 주류시장의 극심한 침체와 맞물려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98만8000㎘로, 1998년 이후 27년 만에 300만㎘ 선이 붕괴됐다.

주류시장이 침체기에 직면한 결정적 이유는 Z세대(199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가 술을 멀리하는 데 있다.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지난 7월 27일부터 31일까지 Z세대 1347명을 대상으로 음주 문화를 조사한 결과, 평소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4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월 1~2회(24%)', '2~3개월 1회 이하(20%)', '주 1회 이상(14%)' 순으로 집계됐다.

술을 멀리하는 이유로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53%로 절반 이상이었다. '건강·체중 관리(19%)', '숙취·다음 날 컨디션 관리(16%)', '비용 부담(6%)'이 뒤를 이었다.

식품산업통계정보(FIS)의 국내 소매점 판매 통계에서도 이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국내 소주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4% 감소한 1조9819억원을, 맥주 시장은 7.1% 하락한 3조6707억원에 그쳤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연 매출(연결 기준)이 전년 대비 3.9% 감소한 2조4986억원을, 올해 상반기 매출도 4.0% 줄어든 1조2094억원에 멈췄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2.0% 오른 1조7785억원으로 집계됐으나 수익성은 뒷걸음질했다. 영업이익은 5.4% 감소한 3465억원을, 순이익은 33.9% 급감한 1594억원에 머물렀다.

하이트진로 전체 매출에서 소주와 맥주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0%대와 20%대를 이룬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트진로는 수입 프리미엄 맥주의 국내 생산을 개시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오비맥주 역시 본업인 맥주에서 자사 이름을 내건 소주 브랜드인 찰랑을 내놓으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고물가에 따른 경기 둔화와 소비자 취향의 다변화에 직면한 주류업계는 그동안 소주 시장에서 저도주를, 맥주 시장에서 무알코올·논알코올 제품을 앞세워 시장 변화에 대응해 왔다. 그러나 기존 사업 구조만으로는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주류 사업 내에서 서로의 텃밭을 공략하며 외연 확장에 나선 배경이다.

이와 관련 하이트진로는 기린맥주의 국내 생산을 통해 절감한 물류비를 마케팅과 판촉에 재투자하고 병과 페트(PET) 제품군으로 생산 범위를 넓혀 역수출도 모색할 계획이다. 오비맥주는 찰랑 출시와 함께 한국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고 소주와 K컬처를 글로벌 시장에 함께 전파한다는 방침이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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