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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년 전통' 기린맥주 전주서 빚는다…하이트진로, 아시아 첫 현지 생산[TF현장]
'이치방 시보리' 아시아 첫 생산 라이선스
고유 원료와 기린 효모 일본서 직접 공수
유통 기간 1~2주로 단축…실적 반등 노려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이사가 8일 경기도 용인시 통합연구소에서 열린 '기린 이치방 시보리' 국내 생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손원태 기자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이사가 8일 경기도 용인시 통합연구소에서 열린 '기린 이치방 시보리' 국내 생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손원태 기자

[더팩트 | 손원태 기자] 140년 전통의 일본 주류기업인 기린그룹이 아시아 최초로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에서 '기린 이치방 시보리' 맥주를 생산한다. 일본어로 '맥아에서 짜낸 첫 즙'이라는 뜻의 이치방 시보리는 기린그룹을 대표하는 간판 맥주다. 하이트진로는 이번 협업으로 기린 이치방 시보리 캔맥주의 국내 생산을 개시하고, 정체된 주류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통합연구소에서 기린그룹과의 국내 협업을 알리는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현장에는 장인섭 대표이사와 전장우 연구소장, 권광조 프리미엄권역장, 김동우 전주공장장 등 하이트진로 주요 임원진이 참석했다. 당초 기린그룹 주요 경영진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일본 현지의 내부 사정으로 불참했다.

하이트진로의 기린 이치방 시보리 국내 생산은 기린그룹과 자본 관계가 없는 수입 유통사로서 아시아 최초의 라이선스 사례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04년 기린 이치방 시보리를 국내 수입·판매하며 기린그룹과는 첫 파트너십을 맺었다.

기린그룹은 지난 1885년 설립된 '재팬 브루어리(Japan Brewery)'를 전신으로 하며, 1907년 기린맥주라는 사명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주류와 음료, 제약, 헬스 사이언스 등을 영위하는 기린그룹은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 20조9367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하이트진로는 2000년대 기린 이치방 시보리 병맥주 수입을 시작으로, 2010년대부터는 캔맥주와 생맥주를 포함한 기린 맥주를 국내에 독점 수입·판매했다. 지난해에는 기린 이치방 시보리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며 국내 일본 생맥주 시장 1위에 올랐다.

이치방 시보리가 국내 시장에서 흥행한 요인은 차별화된 제품성에 있다. 맥아의 첫 즙만 사용하는 양조 방식을 통해 보리 본연의 진한 맛과 깔끔한 풍미를 살리고 묵직한 바디감까지 완성했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주류 시장의 정체기 속에서도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1년에 걸쳐 기린그룹 기술진과 함께 원료와 제조공정, 품질관리 기준 등을 전주공장으로 이식했다. 그 결과 일본 현지 제품 본연의 맛과 향을 그대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맥아 등 핵심 원재료는 일본 기린 이치방 시보리 고유의 원료와 기린 효모를 직접 공급받아 사용한다. 원재료뿐 아니라 양조 온도, 시간, 배합 비율, 최종 제품 규격 등 전 공정을 수치화된 기린의 생산 기준에 맞췄다. 하이트진로는 기린그룹으로부터 해당 기준을 3회 이상 통과해야 하는 생산을 최종 승인받는 엄격한 품질 보증 시스템을 도입해 일본 현지 제조 공정을 그대로 따른다. 양사 기술진 간 교류도 지속할 방침이다.

국내 초도 생산량은 약 150만L(500㎖ 캔 300만개) 규모로, 내년까지 국내 전체 판매량의 약 75%를 전주공장 생산분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통상 일본 현지 생산 제품이 통관을 거쳐 유통되기까지 한 달 반가량 걸렸으나, 국내 생산으로 이 기간을 1~2주일로 대폭 단축하게 된다. 환율 변동이나 물류비 인상 등 수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외 불안 요인도 덜어 한층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게 됐다.

하이트진로는 침체된 국내 주류 시장 영향에 따라 실적도 정체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일본맥주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하이트진로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기린 이치방 시보리' 국내 생산을 개시한다.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통합연구소. /손원태 기자
하이트진로는 침체된 국내 주류 시장 영향에 따라 실적도 정체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일본맥주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하이트진로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기린 이치방 시보리' 국내 생산을 개시한다.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통합연구소. /손원태 기자

◆ 주류 시장 침체 직면한 하이트진로…기린 맥주로 반등할까

하이트진로는 웰니스 트렌드의 확산과 국내 주류 시장의 침체로, 실적 정체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연 매출(연결 기준)은 2조4986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전년 대비 4.0% 감소한 1조2094억원에 그쳤다.

소주와 맥주, 위스키 등 하이트진로의 주요 사업 부문이 일제히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맥주 부문의 하락 폭이 가장 컸다. 하이트진로의 상반기 맥주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1.9% 감소한 3364억원에 머물렀다.

이 같은 흐름은 업꼐 전반의 현상이다.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98만8000㎘로,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300만㎘ 선이 붕괴됐다. 지난해 맥주 출고량 역시 151만9000㎘로, 2022년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지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상반기 보고서를 통해 고물가와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 위축, 소비자 취향 다변화로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고 진단했다. 하이트진로가 테라, 켈리, 필라이트 등 기존 간판 브랜드에 더해 무알코올·논알코올 맥주까지 내놓으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해 온 배경이다.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국내 생산 역시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수입맥주 시장은 2018년 정점을 찍은 뒤 최근 5년(2020~2025년)간 연평균 약 3%씩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일본맥주 판매량은 최근 5년간 연평균 72%씩 급증하며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하이트진로가 유통하는 기린 이치방 시보리 역시 2020년부터 2026년까지 6년간 연평균 판매량이 82.4%씩 늘었다. 그중 병맥주 41%, 생맥주 64%, 캔맥주 97%로 특히 캔맥주의 성장세가 압도적이었다.

하이트진로는 이러한 시장 흐름에 맞춰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국내 생산을 결정하고, 첫 주자로 캔맥주를 낙점했다. 국내 생산을 통해 절감한 물류비를 마케팅과 판촉에 재투자하고 향후 병과 페트(PET) 제품군으로 생산 범위를 넓혀 역수출까지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해외 역수출은 아직 기린그룹과 구체적인 논의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번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국내 생산은 하이트진로 전체 매출 증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현재 하이트진로 전체 매출에서 수입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 수준이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수입맥주 시장의 약 50%를 일본맥주가 점유하고 있는 만큼 시장 장악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이사는 "지난 20년간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맛과 품질을 국내 소비자들에 전달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펼쳤다"며 "이번 기술 협정은 단순한 생산 현장의 이전이 아닌, 한층 더 발전된 기술과 품질을 만드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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